「삼성 밖에 e삼성을 만든다」는 삼성그룹의 e비즈니스 전략이 삼성 내부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24일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e삼성을 키우기 위해 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해 관계사의 아이템을 가져가거나 신규사업을 벌이더라도 직간접 관련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 해당 관계사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발이 일고 있는 기업은 에스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물리적 보안 분야에서 유명한 에스원(대표 배동만)의 경우 지난 98년 하반기 정보사업부를 발족해 사이버보안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올해 그룹차원에서 만든 시큐아이닷컴에 사업아이템을 넘겼다. 에스원 홍보실의 공식 입장은 「사이버 보안도 중요한 시장이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견해다. 그러나 에스원 고위 관계자는 『사이버 보안 시장에 대한 전망 없이 기업 비전을 어떻게 세우냐』며 『그룹에서 아이템을 뺏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시큐아이닷컴측(대표 오경수)은 「그룹 입김」에 대해 오해라고 말한다. 오경수 대표는 『가장 중요한 솔루션 개발에 대한 인력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스원이 사이버 보안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사업 추진이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보낸다. 시큐아이닷컴은 당초 50억원의 자본금 구성에 대해 삼성전자, 유니텔, 삼성SDS, 삼성종합기술원, 에스원이 45%의 지분을 참여했으며 특히 해당기업의 보안 관련 개발 인력과 아이템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계사 지분 참여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룹과 아무 관계가 없음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삼성물산(대표 현명관) 건설부문은 코오롱, SK, 현대종합건설 등과 함께 공동구매에 기반한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이 컨소시엄에서 탈퇴키로 했다. 실무자가 밝히는 공식 입장은 그룹 내부의 시너지 효과를 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자체 판단」 때문.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이런 판단을 하지 못했을 리 없는데 왜 이제 와서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삼성물산 내부 관계자도 이에 대해 『그룹의 결정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e삼성의 전위부대로 알려진 웹 에이전시 오픈타이드코리아(대표 김기종)도 삼성SDS(대표 김홍기)에는 부담스런 존재다. 양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협력 관계」라고 말하지만 일을 맡은 담당자들 간에는 절대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e비즈니스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이밖에 금융포털 가치네트에 대해 삼성카드나 삼성증권사는 『포털 전망이 없기 때문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개운한 눈치는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현재 추진하는 방식은 관계사가 보유하지 못한 아이템에 대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다른 그룹사와 비교해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삼성 내부 관계자들도 『자회사를 만들더라도 해당 기업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그룹이 나서고 있는 꼴』이라며 『직접 관계가 없는 관계사 직원들조차 이제는 그룹의 사업 추진방식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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