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정석
남북한의 경우 전반적인 정치, 경제, 사회체제가 동서독의 경우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독일통일은 동서분단 이후 40여년 간에 걸친 단계적 교류와 협력의 결과물로서 정보통신 분야 역시 교류, 협력, 통합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거치며 추진됐다.
이러한 단계적 측면을 고려하다면 최근 남북간 활성화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교류와 협력 또한 남북한 통합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단계적 모색이라고 할 때 독일의 정보통신 통합정책과 시행경험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인들의 통신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고 특히 동서독간 통신량이 급증하면서 통일 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동서독간 통신망 확충, 구 동독지역의 통신시설 대량 확충과 현대화 작업이었다.
독일연방(서독)은 이에 따라 동독지역의 통신기술 수준에 대한 평가작업에 돌입했으며 이미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동서독은 종합통신인프라 구축 마스터플랜인 텔레콤2000(Telekom 2000)을 마련했다.
당시 국영통신 사업자인 도이체분데스포스트(DBT)는 텔레콤2000 프로젝트의 수행을 맡아 자사 직원 3000여 명을 투입, 동독지역의 통신분야 기술자들을 재교육시키면서 동독의 인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91년부터 동독지역에서 본격적인 통신인프라 작업에 착수, 97년 말까지 구 동독지역의 주요 지역을 모두 광기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구동독 지역의 통신망은 모두 100% 디지털화가 이루어졌고 현재는 구 동독 지역 내 기본 통신수요가 완전히 충족된 상태다.
이 같은 성과로 인해 통일독일의 통합과정에서 통신통합은 어떠한 타 분야보다 가장 빠르고 완벽한 통합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분단이후 40여년 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동서독간 통신교류의 핵심대상은 전화회선의 증설이었고 증설된 통신회선 하나하나는 양독간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초, 지속적으로 진행된 협상과 교류의 대상이며 결과물이었다.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확충된 통신회선은 결과적으로 80년대 활성화된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교류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이는 동서독 주민간 접촉의 기회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다시 말해서 정보통신 교류를 통한 통신망의 확충은 상호간에 물리적 접촉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경제, 사회, 문화 등 여타 분야에서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됨으로써 독일의 통일에 기여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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