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은 지금 디지털 혁명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업의 경영기법이 종래와 달라지고 있고 최고경영자(CEO)의 자질도 바뀌고 있다. 특히 차세대 주역이 될 디지털 CEO들은 과거 전통산업 때와 달리 새로운 경영관과 철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19일 전경련회관에서 디지털 혁명으로 지칭되고 있는 신경제의 주역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CEO를 초청해 「한국의 디지털 CEO」란 주제로 창간 기념 특강을 실시했다.
디지털 CEO 뉴리더들의 경영철학과 신경영이론, 미래비전을 통해 최근 벤처 조정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 CEO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영이론을 전파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국내 정보기술(IT)관련 기업 임원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특강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김성회 원장이 「디지털 CEO의 조건과 특징」이란 주제로 발제 강연을 했으며 이어 김홍기 삼성SDS 사장은 「디지털 시대의 기업 경영과 CEO 역할」, 국내 벤처기업을 대표하는 김형순 로커스 사장은 「벤처와 디지털 경영」, 외국계 IT기업을 대표하는 신재철 한국IBM 사장은 「인터넷 혁명과 IBM의 글로벌 디지털 경영」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특강을 통해 이들 디지털 CEO들이 제시한 신경영철학 및 이론, 미래비전 내용을 사흘에 걸쳐 연속으로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KAIST 김성희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요즘 기업의 권력이 전통기업에서 디지털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각광받고 있다. 전통기업의 대표주자격인 GE의 잭 웰치 회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GE의 인터넷 기업화를 주창하고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내부개혁을 주도하는 「사업파괴팀」을 신설하면서 디지털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혁명은 경영개혁뿐 아니라 CEO의 자질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관리에 충실한 CEO는 위상이 약화되는 반면 비전을 제시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리더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과 네트워크를 외면하는 CEO는 더 이상 기업운영이 어렵다. 요즘 디지털CEO는 재무관리·마케팅 못지않게 IT에 관한 관심과 지식이 요구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의 브랜드가치 못지않게 CEO의 브랜드가치가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CEO가 갖추어야 하는 자질은 무엇인가. 디지털시대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CEO의 관점은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CEO는 우선 네트워크를 축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관점을 갖추어야 한다.
과거의 CEO는 주어진 재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선 디지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회사 내외의 지적자산을 잘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만드는가가 관건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비롯해 공급자 그리고 경쟁자들과 협조적인 전략을 통한 고부가가치관계가 CEO를 통해 정립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가상고객·가상조직을 제대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일찍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늘 당장 만나는 고객을 앞으로 나타날 「디지털고객」이 아니라 현실고객으로만 바라보는 기업은 비전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나타날 가상조직에 대해서도 어떻게 「윈윈」의 철학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를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CEO는 산업화 CEO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한편이 얻으면 어느 한편은 잃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윈윈철학을 갖고 파이를 어떻게 협력해 키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CEO의 속성이다.
셋째, 마이클 포터는 「경쟁우위」라는 책을 통해 원가우위적 집중화적, 차별화적 전략을 구사해 기업이 우위에 서게 하기 위한 소위 「가치시스템」을 소개한 바 있다. 디지털 CEO는 이 모든 것을 여러 관계된 기업들을 엮는 네트워크상에서 다시 명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시스템을 전략적 제휴 등 타기업들과 더욱 연계해 보다 큰 그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 CEO들은 기업들간의 세부업무를 바라다 보면서 이것들 중에서 어떤 세부업무를 밖으로 꺼내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할 것인가를 모색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넷째, 새로운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 기본적으로 추진하고자하는 비즈니스의 규칙들이 CEO의 머리속에 가득차 있어야 한다. 기존 CEO들은 소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최적의 거래 방식을 수십년에 걸쳐 머리 속에 넣는데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한 시대에는 이러한 거래방식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디지털 CEO는 새로운 비즈니스 룰에 대한 생각이 넘쳐야 한다.
다섯째, 디지털 고객의 가치창출에서 고객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시대의 고객가치는 분명히 산업화시대의 가치와 다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혜택에서 비용를 뺀 것이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 할 수 있다.
산업화시대나 디지털시대에서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서 지불하는 비용, 사용자의 시간과 노력 등 제반 비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으나 혜택면에선 소위 3C(컴퓨팅·커뮤니케이션·콘텐츠)의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되는 다양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면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바르게 바라 볼 수 있는 디지털 CEO의 자질 및 식견을 바탕으로 디지털 CEO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첫째, 디지털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존산업을 어떻게 하면 e비즈니스화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존 제조업도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 기업만 근면하고 절약하며 성실하게 일만하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관계기업, 고객들과 함께 어떻게 힘을 모아 파이를 키우며 보다 높은 고부가가치를 이룩하는가가 CEO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 자동차 업계인 GM은 eGM을 창설하면서 중형차 한 대 가격은 불과 2000만원 정도지만 이 차가 세상에 나와 수명을 다할 때까지 10여년간 접하는 모든 돈의 액수는 그것의 10배정도인 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GM이 2000만원이 아닌 2억원을 향해 뛰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어디와 어떻게 손을 잡을 것인가가 중요하게 됐다.
기존 기업이 e비즈니스 내지 온라인 사업을 할 경우 「제살 깎아먹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는 분명 디지털화 시대를 잘못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시대의 철학은 파이를 키우는 것을 전제로 한 「윈윈」 철학이다.
디지털 CEO가 온라인화 사업에 뛰어들 때 기본적 입장은 물리적으로는 철저한 독립이지만 논리적으로는 철저한 의존적 입장을 고수하여 신규온라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기존 조직에 있어서 기업핵심역량에서 고객으로 다가가는 가치체인을 역으로 흐르게 하는 즉, 고객요구로부터 시작해 네트워크를 타고 기업내 줄어든 핵심역량과 외주를 팔게되는 새로운 흐름으로 점차 조직을 바꿔 나가야 한다.
이는 회사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에 걸친 새로운 프로세스의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CEO는 보다 높은 부가가치 생산의 관점에서 글로벌한 시각으로 자신의 회사를 축으로 전체적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디지털 CEO는 자신의 지적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고객들에 대해 몇 원을 더 따낼 것인가와 같은 산업화시대의 CEO와는 달리 창의력과 정보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의 이윤창출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주도권이 공급자로부터 고객으로 이동된 역시장 출현을 통해 고객이 공급자보다 많은 정보를 네트워크상에서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고객의 행위프로세스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총체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베이(eBay)를 오늘날 세계 제일의 인터넷경매 사이트로 만든 계기중 하나는 이베이가 포토넷과 제휴한데 있다.
길거리 사진인화현상점의 원부자재를 담당하고 있는 포토넷과 손을 잡음으로써 디지털 고객이 과거 자기 집에서 팔 물건을 사진찍고 현상인화, 스캐닝 전송하는 등 여러가지 일을 줄였다.
다섯째,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한 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
고객에 대해서는 고객관계관리(CRM)와 공급자에 대해서는 공급망관리(SCM)를 갖추고 자기회사의 지식경영만을 하는 의미의 운영이 아니라 비즈니스파트너들과 가상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경쟁자들하고도 협동전략(CT)을 구사해 보다 적극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
<정리=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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