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김홍기 대표
지금은 인터넷, 디지털, 사이버 기술이 융합된 신경제의 시대이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향후 미국 경제는 연평균 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이 중 20% 이상을 정보기술(IT) 부문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인터넷 세상, 디지털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3억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만 해도 이미 인터넷 인구는 올해 1400만명에 육박하고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도 오는 2004년이면 무려 51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세상은 곧 디지털시대를 의미한다. 테이프 없는 카세트, 필름 없는 영화관, 책 없는 도서관 등이 디지털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휴대형 오디오에서 테이프가 없어지는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한 MP3플레이어가 등장했고,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는 디지털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리고 각국은 전자도서관 구축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CEO인 이데이 노부유키는 『과거 25년이 디지털의 도움닫기 기간이었다면 향후 25년은 디지털의 폭발기가 될 것이며 2010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 디지털시대란 어떤 세상인가.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가 꽃 피는 시대다. 그리고 「사이버(cyber)」 「네트워크(network)」 「모바일(mobile)」이 키워드인 시대다. 환경변화가 불연속적이고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디지털시대는 개인의 특이성, 개성이 존중받는 다원화 사회를 의미한다. 조직이나 개인의 경쟁력 또한 하루아침에 생겨날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환경이 되면서 승자와 패자가 수시로 바뀌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대다. 먼저 기회를 선점한 기업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스피드·유연성·개방성·상상력 등이 중요한 자산이다.
이러한 디지털시대에는 정보력의 격차로 인한 불균형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호 화합하고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디지털시대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디지털시대는 사회기반의 중심이 정보와 지식으로 이동한 사회다. 과거 5000년간의 정보량보다 최근 30년간의 정보량이 더 많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보와 지식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기업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나온다.
정보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공간의 무한축소와 무한확대가 동시에 실현되는 사회다. 디지털 신경망 구축을 통해 누구나 빛의 속도를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은 생활양식도 바꾸고 있다. 「Web Life Style」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언제든지 웹에 접속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과거에는 전화·라디오·TV가 전기문명의 삼총사였지만 이제는 휴대폰·PDA를 통해 오락이나 정보교환이 이뤄진다. TV보다는 컴퓨터를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마우스나 키보드를 가지고 놀며 자란 이른바 n세대가 등장했다.
사회의 전반적인 성격도 소프트화되고 있다. 다양한 직업들이 등장했으며 심지어 사회가 더욱 전문화되면서 CEO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말하자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융합·용해되는 퓨전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실력을 중시함으로써 10대 사업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정보사회는 고객의 시대다.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는 프로슈머가 등장했다. 업종의 경계도 붕괴되고 있다. 과거 백과사전의 대명사는 브리태니커(Britannica)였으나 이제는 CD롬에 담겨 판매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르타(Encarta)」가 1위다. 무점포 금융업이 출현하고 은행과 보험의 겸업도 가능해졌다. 사이버 국가연합도 탄생했다. 말 그대로 「경쟁력이 아루아침에 생겨날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 전자상거래(EC)의 확대 발전은 기업 외부의 오프라인 및 온라인 인프라를 할용한 새로운 사업방식을 창출해 내고 있다. 콘텐츠(contents), 커뮤니티(community), 커머스(commer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로 대별되는 4C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사회는 유통혁명의 시대이기도 하다. 중간상이 사라지고 고객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언제, 어느 곳이든 24시간내에 배달된다. 또 네트워크의 위력이 크게 증가해 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이키·ABB·베네통·노키아 등 대부분의 선진기업들은 핵심역량만 가지고 나머지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부 아웃소싱하고 있다.
디지털시대는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심화되는 시대다.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거나 패자에게도 부활의 기회가 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 독점의 시대다. 따라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관리, 정보인프라, 창의와 열정의 조직문화, 고객 직접 접촉 채널 등을 확보하고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지털시대에 대비한 기업의 정보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전통적인 CEO와 디지털 CEO를 비교해보자. 전통적인 CEO는 의욕을 북돋우지만 디지털 CEO는 복음을 전도한다. 전통적 CEO는 정보기술에 문맹이지만 디지털 CEO는 박식하다. 그리고 전통적 CEO는 빠르게 움직이고 모호함을 싫어하며 첨단기기의 등장에 불안해하지만 디지털 CEO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모호함을 좋아하며 첨단기술에서 고립될 것을 걱정한다. 전통적인 CEO가 평균 57세에 부자가 됐다면 eCEO는 평균 38세에 큰 부자가 됐다는 것도 차이다.
결국 정보사회·디지털시대의 CEO라면 인터넷과 디지털시대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지적재산을 관리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스피드경영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정보시스템의 도입과 활용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CEO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디지털시대에는 CEO의 비전과 결단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좌우된다. 미국 투자가들의 77%가 CEO의 이름을 보고 투자한다. 투자회사를 평가할 때 CEO의 가치에 35%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CEO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보다 큰 시대다.
디지털시대를 이끌 CEO의 첫번째 책무는 트렌드를 읽는 것이다. 새로운 조류에 편승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실패에는 관대하더라도 실기(失機)에는 엄격해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꿰뚫고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관건이다. CEO는 위기에 처했을 때 결단을 내려주는 역할도 있지만 멀리 보고 돌파구를 제시함으로써 희망을 주는 일이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CEO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말하자면 남보다 앞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의 첫번째 요소는 지속적인 최신정보의 습득이다. 그리고 정보의 흐름을 가장 빨리 획득하는 방법은 휴먼네트워크다.
이제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기업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CEO는 창조적 파괴를 단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의 규칙을 과감하게 파괴하는 것이 미래 일류기업의 조건이다. 실제로 GE의 웹사이트 중에는 「DestroyYourbusiness.com」이라는 사이트도 있다. 「자신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적이 자신을 파괴할 것」이라는 말을 명심하자.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가장 강한 것과 영리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변화에 민감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정글의 생물체가 주변 환경 변화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변화가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변신해 생존하는 것이 바로 자연법칙이다.
<정리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김홍기 대표의 경영어록★
◇삼성SDS의 인재상은 한마디로 창조성과 전문성에 더하여, 밝고 긍정적인 심성을 가진 사람이다.
즉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여야 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휴머니스트(humanist)여야 비로소 21세기형 인재라 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 대표이사인 나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 은퇴 후 삼성SDS 주식 한 주만 팔아서 해외여행을 하는 것. 그리고 해외 유명도시 10군데에서 삼성SDS 간판을 붙인 건물에 들어가 직원들과 마음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나의 꿈이다.
◇사회의 중심축과 부가가치의 원천이 자본에서 정보, 아이디어 그리고 지식으로 바뀌고 있다. 창의와 열정만 있으면 무한공간을 개척할 수 있는 사이버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진정한 사이버 기업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사이버기업이란 「주기적으로 리엔지니어링할 필요가 없는, 항상 변화에 민감한 정글의 생물체와 같은 본능적인 생존의식을 갖춘 기업」을 말한다.
◇삼성SDS는 사람밖에 없는, 사람의 지적자산이 유일한 회사다. 개개인의 지적자산 자체를 구체화, 유형화, 시스템화해 유형자산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소명은 정보화를 통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며 여기서 미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정보기술산업을 꽃피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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