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특집>특별기고-새천년 전자신문의 나아갈 길...심재철

◆21세기는 디지털시대다. 최첨단 컴퓨터산업이 상상을 넘어서는 속도로 발전하고 디지털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MIT대학의 니그로폰테 교수는 「Being Digital」이란 저서에서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제시했다. 새해 첫날 1센트로 일을 시작해 날마다 2배씩 일당을 늘린다면 1월 31일에는 얼마나 받게 될까. 자그마치 하루에 받는 금액이 1073만달러나 된다.

2월에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월말에 얼마나 받게 될까. 28일로 계산해 2월의 마지막 날에 134만달러를 받는다. 1월에 받는 총액수가 2147만달러인 반면, 2월에는 모두 합쳐 268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1월과 2월을 비교하면 마지막 3일의 차이가 자그마치 총액수에서 1879만달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자산업이 이 마지막 3일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니그로폰테는 비유했다.◆

「전자신문」이 창간된 지난 82년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개인용컴퓨터를 소유한 가정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터넷은 전자블루틴의 형태로 실험단계에 있었다. 하지만 94년에 미국 가정의 35%와 미국 어린이의 50%가 컴퓨터를 소유하며 3000만명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통계가 있다.

2000년 현재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개인용컴퓨터가 없는 가정이나 사무실을 찾기가 어려우며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20세기 후반 세계를 휩쓴 구조적 경제불황을 깨기 위해 컴퓨터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개발에 나섰다. 서구는 물론 후진개발국가도 반도체와 화이버 오틱스, 로버틱스,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했다.

80년대 국내에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지 않았다면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상징되는 경제환란을 과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서구는 물론 아시아국가의 기본정책인 정보사회를 일본말로 조호카 사카이라 부른다. 이는 지식정보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부와 문화적 활동을 정보에 의존하는 성숙한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다.

정보사회에서는 정보를 에너지나 원자재와 같이 경제·사회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원동력으로 간주하며 이런 점에서 철강 중심의 산업사회와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정보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컴퓨터가 없는 상태에서 정보사회를 논하기는 어렵다. 마치 쟁기가 봉건사회를 생성했으며 증기기관이 산업사회의 문을 열었듯이 컴퓨터의 확산이 정보사회를 창출해내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정보사회의 도래가 국민 생활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이는 데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지난 50년 동안 급속한 산업사회를 이룩한 선진국은 예외없이 인구의 대도시 집중현상을 경험했고 심각한 환경오염, 가치관의 혼동과 함께 범죄율이 증가하며 정신병자 및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았으며 노인과 병약자들은 사회보장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으며 치열한 노사갈등과 더불어 소외계층이나 그룹에 의한 사회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갔다고 해서 이같은 사회문제가 쉽게 풀릴리는 만무하다.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한 정보사회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디지털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고의 전환을 위한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구축이 시급한 일이다.

올해 창간 18주년을 맞이하는 「전자신문」은 그동안 한국의 정보사회를 추진해 왔다.

마치 커뮤니티신문의 창간이 지역공동체형성에 기여하며 지역사회발전이 다시 커뮤니티신문의 발달로 이어진다는 키스 스탬의 순환가설이 「전자신문」에도 적용되는 듯이 보인다.

「전자신문」은 82년 창간돼 컴퓨터산업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디지털마인드를 보급했으며 전자업계의 중요 이슈를 가려내 정보산업육성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고 평가될 수 있다.

「저널 어브 커머스」가 미국의 자유주의적 통상확대에 기여했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런던의 금융시장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듯이 「전자신문」도 한국의 전자산업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21세기 「전자신문」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들 전문지의 발전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증권거래인의 성경(stockbroker’s Bible)으로 불린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한 최신정보와 심층분석, 그리고 수준높은 경제해설을 제공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경제전문지로 지난 1888년 창간돼 독립성과 객관성, 그리고 정확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두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파이낸셜 뉴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1945년에 「파이낸셜 뉴스」를 합병한다. 그 후, 이 신문은 영국의 경제전문지에서 세계의 엘리트신문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한다. 런던 외에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프랑크푸르트·홍콩·도쿄·마드리드·스톡홀름 등 10여곳 국제도시에서 신문을 동시에 발행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에 관한 기사는 특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와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공학·환경과학·의학·텔레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해 새로운 기술연구와 개발에 관한 뉴스를 세심하게 다룬다고 정평이 나 있다.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의 지역신문인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가 새로운 컴퓨터정보를 뉴스로 다루는 데 앞서 나간다. 북가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로 평일에 28만부, 일요일에 34만부를 발간한다. 미국 최초로 용지없는 전자신문을 개발했으며 세계적으로 최대 인터넷 네트워크인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지속적으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용지없는 전자신문에 독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실험한 캔자스주립대학의 캐머리 교수는 조사 대상자들이 여전히 전자신문보다 용지신문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컴퓨터작동에 능숙한 독자일지라도 전자신문에 대한 만족감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전자신문」이 앞으로도 용지신문을 지속적으로 발간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신문」과 같은 트레이드 저널, 전문 저널은 속성상 광고주 등 특정세력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어렵다. 기사 편집에 있어 대기업으로 성장한 전자회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신문」이 한국의 전자산업공동체를 대표하는 권위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문사 경영과 편집권의 독립을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엄격하게 분리해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오직 편집국의 권위와 기자의 양심에 의해서만 써진 기사만을 싣는다고 한다. 홍보뉴스보다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Bad news is good news)」란 명언을 간직할 만하다.

또한 제호가 「전자신문」이니만큼 취재한 시간대에 인터넷으로 기사내용 접근이 가능하며 기존 권위지와는 차별화된 전자신문센터를 확대운영할 만하다. 이미 국내의 수도권 일간지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제공되기에 이 분야에 보다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겠다.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는 차별화해 「필라텔피아 인콰이어러」와 「마이애미 헤럴드」를 포함한 22개 지방신문의 기사뱅크인 머큐리센터를 운영한다. 지방뉴스를 찾고자 하는 독자는 머큐리센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전자신문」은 나아가 전자산업의 현재상황을 오도하는 통계나 데이터에 의한 유의사실(factoids)을 보도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데이터는 그 자체의 속성상 정확하지 못하며 종종 사회현실이나 현재상황을 오도하게 만들고 때로는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는 존 갤브레이스의 경고를 기사 취재나 작성시 유념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전자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보도하는 데 있어 「에디슨의 전구발명이 양초 제조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나 해설을 써서는 안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의 시장진입에 대한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정보화에 유익하거나 첨단기술이라고 시장여건을 무시한채 무비판적인 도입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취재기자는 시장경제의 공정한 자원분배상태인 파레토 효율을 제대로 이해해야겠다.

「전자신문」은 전자·정보통신은 물론 국내외 경제·금융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며 벤처·인터넷·정보통신 기업의 재무상태를 심층 조사후 보도해 정부가 올바르게 전자산업을 비롯한 경제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전문성에 근거해 효율적인 산업논리를 개발하고 정보산업의 발전이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의 컴퓨터 정보이용 상황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전자산업계의 CEO와 독자의 컴퓨터 이용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정기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기업·국민으로 이어지는 정보사회공동체의 국내외 주위환경을 철저하게 감시해 「전자신문」이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정보 전문저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심재철 교수 약력

56년 경북 예천 출생

81년 고려대 신문방송학 학사

85년 미국 워싱턴대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92년 미국 위스콘신대 매스컴학 박사

92∼93년 미국 노스다코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93∼95년 미국 미주리대(UMKC) 언론학과 교수

95년∼현재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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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보도의 이상과 현실(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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