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오후 3시 코스닥 시세판은 온통 빨간 불이었다.
이날 주가는 나스닥의 소폭 상승 외에 특별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불구, 모든 종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한가없이 58개 종목만이 하락했을 뿐 400개가 넘는 종목이 무더기로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달 이상 계속 이어졌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81.89를 기록하면서 거래량이 2억주를 넘었고 거래대금 4조7000억원, 시가총액 12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규모면에서 거래소시장을 앞질렀다.
묻지마 투자가 극에 달한 시점이다. 실적호전이나 성장성종목이 아닌 종목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의 견인역할을 했던 정보기술(IT) 종목뿐 아니라 적자누적 기업까지도 코스닥시장의 상승세에 편승,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
라만 갔다.
코스닥시장의 급등은 등록기업 대주주들에게 한 몫 챙기는 빌미를 제공했다. 유무상증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며 편법을 동원, 제3자 배정방식이나 전환사채(CB) 등을 남발하면서 부를 축적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증권사도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에 지원사격을 가했다. 없는 테마군을 일부러 만들어 투자자들을 코스닥에 끌어들인 한편 뮤추얼펀드를 조성해 개인투자자들을 대거 코스닥으로 유인했다.
코스닥시장을 관리하고 조정해야할 재정경제부와 코스닥증권시장은 「코스닥시장의 자율성」을 내세워 방관자로 일관했다.
주무관청의 방관은 부실한 기업들이 대거 코스닥시장에 유입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고 유무상증자 등으로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수급조절 불능상태를 만들었다. 여기에 코스닥시장의 벤치마킹인 나스닥시장에서 닷컴기업의 거품론이 일면서 상승의 견인역할을 수행해온 IT종목이 급락하면서 그 여파는 코스닥시장을 좌초 직전으로 몰고 갔다.
SK증권 장근준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의 급등은 나스닥시장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내적인 힘을 키우지 않고 외부환경에 의한 주가급등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며 『그런 점에서 코스닥시장은 정부와 등록기업, 투자자 모두가 방향을 상실한 쪽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코스닥지수는 100선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코스닥시장이 풍전등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수는 지난 3월보다 18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거래량도 1억5000만주에 불과하며 거래금액도 1조원에 그치고 있다.
묻지마 투자가 자취를 감추었다. 코스닥시세판은 온통 파란색 일색이다.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마련해도 코스닥시장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증권사들도 상승 가능종목을 연일 내놓고 있지만 한번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등록기업들은 유무상증자와 신규등록을 자제하고 있지만 떨어진 불신을 회복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증권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거래소보다 실적면이나 성장성면에서 건실하기 때문에 수급불균형과 등록기업의 옥석만 가리면 재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나스닥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IT종목의 거품론이 제거되면 상승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손범규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보다 강화하고 실적과 성장성을 기반으로한 업종 및 종목 차별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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