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대변되는 신경제시대에는 변화하는 정보기술만큼이나 빠르게 노동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산업화시대의 수직적이고 계층적인
조직구조에서 수평적이고 네트워크화된 조직체계로 변하고 집단중심에서 개인중심으로, 생산 위주에서 지식기반을 갖춘 지식인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으로 기업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경제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하고 있는 노동환경의 가장 큰 특징은 「고용의 감소」를 들 수 있다.
디지털화가 진전되면 통상 정보의 신속한 전달로 기업의 효율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노동분야에서 만큼은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디지털시대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됨에 따라 이들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하던 중개자가 줄어들고 전혀 새로운 형태의 거래, 즉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부문의 고용인력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도소매업·금융업·체신업 등이다. 일부에서는 실업률 증가를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디지털과 관련한 새 직업군이 생겨날 것이고, 디지털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디지털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생산·물류·서비스 등 인프라에서의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보여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는 고용의 양적 측면이나 질적 측면 그리고 기업의 조직구조·노사문화 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어서 21세기의 기업들은 이러한 노동환경의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고용의 감소는 다시 말하면 노동력이 남아돈다는 얘기다. 따라서 노동시장에도
경쟁체제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인력, 즉 지식과 정보력을 갖춘 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겠지만 디지털화되지 않은 노동인력은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져 결과적으로 고용구조의 불안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시대의 고용환경은 이처럼 양적인 변화와 함께 질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도 예상된다. 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물리력·부·지식을 권력의 요소로 정의하면서 산업사회 이전 봉건사회에서는 폭력, 산업사회 이후에는 부가 권력의 핵심요소였으며 현대는 지식이 권력의 핵심요소가 된다고 밝히
고 있다. 지식을 가진 자가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게 된다는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월 발표한 「디지털시대 기업인사 5대 키워드」를 통해
디지털시대에는 5%의 인재가 95%의 종업원을 선도하는 구조로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래학자들과 각종 경제연구소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고용환경은 지식을 가진, 정보를 가진 인력 위주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산업화시대에는 입사순서나 직급체계에 따라 임금이나 위상이 결정됐지만 앞으로는 지식·정보 습득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국내 기업들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최근 벤처열풍과 함께 파격인사·스톡옵션제 등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근로자 계층도 디지털형과 그렇지 못한 층으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식격차가 고용의 양극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용의 구조 자체도 변화의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화시대에는 생산성이라는 개념이 제일 중요시됐던 만큼 안정적인 인력확보와 생산이 원칙이었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인력과잉으로 인해 핵심분야에만 상용인력을 두고 나머지는 대부분 파트타임·임시직 등으로 채용해 고용의 불안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 고용연령이 상향 조정될 것이며 취업분야도 생산에서 서비
스분야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시대에는 남여의 차별성이 약화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신경제의 초석은 신노사문화>>
『신경제시대에서 대다수 노동자들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되기 십상이다. 생산 프로세스는 디지털로 대체돼 유휴 인력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노사간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다.』
신경제 시대의 노사관계를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노사문화는 그동안의 대립과 반목, 집단이기주의 실현, 부의 분배 등에만 치우쳤던 것에서 공생을 위한 화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시대에는 조직체계가 과거와 같이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체계뿐만 아니다. 근로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으며, 그동안 굴뚝산업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던 구경제 세력들도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M&A열풍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또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력의 과잉문제도 기존의 노사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디지털사회로 갈수록 노사 마찰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신경제시대의 조직체계와 인사·임금체계 등을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신노사문화를 창출, 신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조직구조다. 전통적인 조직은 상명하달식 수직적 구조지만 디지털시대에는 네트워크 조직이다. 네트워크 조직이란 핵심조직 외에 주변조직·특화조직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형태의 조직을 일컫는다. 핵심기능 외에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네트워크 조직에서 직원들은 종속적 관계보다는 대등한 협상자적 지위를 갖는다.
이 때문에 노사관계는 더이상 대립구조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관계로 급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의 위상도 크게 약화되거나 기능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신경제의 원동력이 되기 위한 우리의 신노사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정착돼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대전제는 「경쟁」이 아니라 「공생」이다.
이를 위해 사용자는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인재양성, 즉 지식근로자를 양성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근로자 역시 자신의 핵심역량을 개발해 스스로 지식근로자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벤처 엑소더스」는 단지 해당 기업의 성장가능성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경제에서 한정적인 업무만을 수행하던 근로자와는 달리 지식형 근로자는 「근로」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다. 신노사 문화도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구축돼야 한다. 급여와 복리후생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노동시장에서의 개인의 가치와 실적에 기초를 두고 연봉·스톡
옵션·직급 등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 역시 개별근로자의 실력과 업무성취도 등 개인에 초점을 둔 맞춤형 인사가 디지털시대에는 적합하다.
이같은 조직 및 인사·경영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신노사관계는 상호 신뢰와 존중의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
디지털시대로 들어서면서 조직구조와 고용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신노사문화의 정립이야말로 신경제시대의 성공을 위한 첫걸음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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