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신경제>떠오르는 신경제 시대

미국 북동부의 조용하고 차분한 공업도시 시카고. 지난 4월 중순, 중공업 등 전통기업이 강하며 시카고불스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으로 유명한 시카고 컨벤션센터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이곳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전시회 「2000 춘계 컴덱스쇼」에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참석, 특별 기조연설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컴덱스쇼의 키 노트(기조연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같은 IT업계의 거장들이 발표한다.

특히 춘계 컴덱스쇼는 11월경에 미국 중서부 지역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추계 컴덱스쇼에 비하면 규모나 참여 업체 수준, 중요성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춘계 컴덱스쇼장을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찾은 것 자체만으로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클린턴이 갑자기 시카고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정답은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IT 기반의 「신경제(new economy)」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기 위함이다. 컴덱스쇼는 특히 신경제의 핵심인 IT분야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리다.

클린턴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10년 가까이 불황을 모른 채 고성장을 거듭해

온 미국 경제의 중심에 바로 신경제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미국의 경제는 신경제의 발달로 인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나스닥내 첨단기술주들의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신경제로 무장한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직 탄탄하며,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정책과 조치를 통해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부터 꼭 5개월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신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재벌의 몰락과 벤처붐 조성으로 촉발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신경제 체제로 전환,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조기 진입할 수 있도록 국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현재 디지털 신경제로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인터넷 사용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 가량인 20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정보화가 급진전되고 있으며 경제의 주체가 재벌에서 벤처로,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경제의 중추인 IT 기반의 벤처산업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 전통기업의 발전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닷컴기업이 1∼2년 만에 5000개에 육박하고 인터넷에 관한 한 아시아 맹주자리를 차지한 상태이며 법적(중기청 등록) 벤처기업수가 7000개를 넘어섰다. 또 이런 추세라면 올해안에 벤처기업 1만개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벤처버블론-코스닥침체-벤처조정 장기화-벤처위기론으로 이어지는 최근의 벤처 구조조정으로 신 IMF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벤처창업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오히려 최근의 구조조정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우리의 벤처산업은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화위복론」이 우세하다.

구경제의 주역이었던 전통산업, 이른바 「굴뚝산업」과 신경제의 주역인 IT산업

과의 접목을 위한 시도도 매우 활발하다. 첨단 IT 기반의 온라인기업과 굴뚝업종인 오프라인 기업간의 이른바 온오프라인간의 결합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기업은 머지않아 낙오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정책 당국도 신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컨트롤하는 각종 법과 제도가 신경제에 유리한 쪽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신경제 추진에 필요한 새로운 법과 제도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IMF경제위기 초기에 출범한 현 정부는 특히 신경제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조하는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보고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신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숙제가 아직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신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다. 범 정부차원에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보인프라는 아직 신경제를 제대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한 것이 많다. 신경제 시대의 실질적인 주역인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다.

신경제의 실질적 기반인 IT분야의 핵심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문제다. 인터넷 인구가 2000만명에 육박하고 인터넷 비즈니스가 붐을 이루고 있으나 정작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이용되는 각종 네트워크 장비나 핵심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신경제가 진척될수록 정작 수혜를 보는 쪽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선진국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의 감성을 지배하고 있는 동양적 정서와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하는 것도 신경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중 난제다. 최근 들어 신경제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경제론자들은 『신경제가 진척될수록 기존 구경제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세력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되며 이 기득권 세력은 기업인은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학계 등 거의 전 부문을 망라한다』며 『신경제의 당위성에 대한 범 국민적인 여론통합이 전제돼야만 신경제 체제가 보다 빨리 정착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첨단 IT분야의 발달로 불거져 나온 신경제는 이미 대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이라는 IMF관리체제의 쓰라린 경험을 겪으면서 경제패러다임 자체가 신경제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으며 구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9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경제대국 일본이 90년대 들

어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갈수록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신경제에 대한 대응이 미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신경제화에 관한 한 일본보다 앞서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관련 인프라 확충과 국론통일을 통해 적극 밀어붙인다면 「극일」은 물론 명실상부한 선진국가 진입도 먼 미래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