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메뚜기」 「꽈방」 「동아리」 「엠티(MT)」.
n세대 대학생들로 활기가 넘치는 요즘 캠퍼스는 추억의 대학가 용어들이 여전히 살아있다. 건물 곳곳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각종 대자보와 게시물도 변함없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불과 몇년전과는 전혀 다른 「색깔」이 나타난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디지털혁명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네트워크·초고속통신망 등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대학도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대학가 디지털혁명은 대학생들의 생활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오고 있기도 하다.
21세기 지식정보시대 주역을 양성하는 대학이 맞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들여다 보자.
△사이버강의=정보기술의 발달은 대학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교과서와 리포트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교육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인터넷·멀티미디어·콘텐츠로 상징되는 디지털교육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컴퓨터와 통신망을 이용해 강의받을 수 있는 「사이버강의」가 정보사회의 새로운 교육제도로 등장한 것이다.
사이버강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상공간에 강좌를 개설, 각종 멀티미디어자료를 활용해 원격강의는 물론 성적까지 평가하고 학위를 수여한다. 수강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해 강의를 수강하며, 과제물과 질문은 전자우편으로 교수에게 보내는 형태다.
교수도 온라인으로 보내온 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첨부한 뒤 학생에게 돌려 보내고 접속횟수를 조회하거나 수시로 퀴즈를 내 학생의 출석상황까지 체크하도
록 돼 있다.
사이버강의는 기존 교육방식을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학습자 위주의 교육으로 교수와 학생이 서로 질문하고 응답하는 양방향 교육으로서 인터넷 사용 확산에 따라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8년 일부 대학에서 몇몇 학과를 중심으로 시작된 사이버강의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단일대학은 물론 사이버강의를 위한 대학간 컨소시엄이 등장하기도 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 12개 대학이 공동운영하는 열린사이버대학을 비롯해 동아대와 부산대 등 4개 대학이 참여한 부울가상대, 연세대와 아주대 등 22개 대학이 참여한 한국대학가상연합 등을 통해 전국 65개 대학이 사이버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대학이 지난 98학년 1학기에 공동개설한 324개의 사이버강의 수강생은 모두 2만여명 정도였다.반면 지난해 1학기 836개의 사이버강의를 개설, 수강생이 5만6000여명으로 급증했고 지난 1학기에는 강의수가 1000개에 육박했을 정도로 사이버강의에 대한 인기는 높다.
또 사이버강의는 대학간 교류활성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대학들이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 교수와 학생, 관련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새로운 도구로 사이버강의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강의 대학간 학점교류를 인정,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현상 역시 인터넷과 초고속정보통신망 등 정보기술혁명이 가져온 변화다.
숭실대 경영학과 김광용 교수는 『사이버강의는 급변하는 정보기술혁명시대에 전통적 교육방법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남은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사이버강의는 점점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열풍=전국이 벤처열풍으로 휩싸인 가운데 벤처바람은 상아탑에도 거세다. 정부와 대학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국 대학에 벤처기업 창업열풍이 불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고유의 기술력을 발판삼아 교수는 물론 재학생·졸업생이 벤처창업 대열에 나서고 있다.
대학이 벤처인력을 배출할 뿐만 아니라 한걸음 나아가 대학 스스로 벤처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벤처열풍은 대학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학실험실은 창업열기가 후끈하다. 우수한 인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및 기술력, 젊음이 넘치는 대학실험실이 벤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대학실험실 창업사례가 286건이나 된다. 연구만이 최고의 덕목으로 추앙받아온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이 벤처기업을 세우고 기술력을 무기로 국내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가 설립한 실험실벤처 마크로젠은 이미 코스닥에 등록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금과 같은 벤처열풍이라면 제2, 제3의 마크로젠 탄생이 먼훗날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벤처열풍이 불면서 대학 동아리 인기순위도 큰 지각변동을 겪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문학과 철학동아리가 인기순위에서 자취를 감춘 반면 「벤처동아리」 인기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중이다. 벤처동아리는 입회하려는 학생들의 문의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캠퍼스에 플래카드를 걸거나 신입생을 만나 입회를 애원하는 다른 동아리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벤처동아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입회 경쟁도 갈수록 치열, 각 대학 벤처동아리들은 신입회원 선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다. 신입회원들에게 벤처기업 분석, 벤처기업사업계획서 작성 등 실무과제를 부여한 연세대 벤처창업연구회를 비롯해 면접과 인턴교육을 통해 신입회원을 선발한 서강대 블랙박스, 고려대 젊음과미래 등 각 대학 벤처동아리는 성공 신화를 꿈꾸는 예비벤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 벤처동아리 제1대 회장을 역임한 (주)피츠넷의 송병준 사장(25)은 『IMF이후 벤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벤처로 진로를 정하고 실질적인 아이템 개발과 기술 습득을 위해 벤처동아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벤처인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출신대학을 중심으로 한 벤처 동문모임이 속속 등장했다. 국내 벤처업계의 양대산맥인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해 고려대·연세대·한양대·인하대·서강대 등이 동문모임이 활발한 대학으로 손꼽힌다. 이들 동문모임은 자신들의 벤처창업 경험과 노하우를 대학에 전달하는 한편 에인절클럽 결성, 학교발전기금 모금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가 모임인 고대벤처클럽 초대회장 시공테크의 박기석 사장(52)은 『벤처기업에 있어 경영노하우·사업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구축은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들도 벤처창업에 관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전국 100여 대학이 벤처창업 전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창업보육센터를 설치, 운영중이며 일부 대학에서는 벤처 창업과 관련된 교과개설 및 학제개편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서울대가 벤처기업 창업과 경영 등을 가르치는 벤처창업론을 정규과목으로 개설한 것을 비롯해 KAIST가 벤처협회 등록업체에서 6개월간 실무경험을 쌓은 학생에게 6학점을 인정하는 제도 등은 벤처열풍이 몰고 온 결과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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