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시장통합-경계가 무너진다

급진전된 세계화 추세와 인터넷의 보급 확산으로 시장의 경계가 거의 사라져 전세계가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다.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화(e글로벌라이제이션)는 과거의 그것(글로벌라이제이션)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과 마케팅, 인터넷을 통한 금융 시스템의 통합, e마켓플레이스 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글로벌 유통혁명, 다국적 자본의 직접투자 등이 바로 그것, 인터넷이 몰고 온 변화다.

이처럼 인터넷 시대를 맞아 세계화가 새로운 차원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세계화(시장통합)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에서 컨설턴트로 활동중인 김창현씨는 「e글로벌라이제이션과 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은 지금 세계화의 제3라운드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세계화의 제1라운드는 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 수출증대를 통한 근대화를 추진해온 국내 기업들에 해외시장 개척은 생존의 문제였다. 때마침 세계는 냉전구도 속에서 이념전쟁을 펼치는 바람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열강은 반도의 소국인 한국 기업들에 자국의 내수시장을 열여줬다. 이 결과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다.

세계화의 제2라운드에 돌입한 80년대 이후 선진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 속에서 신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한국과 같은 신흥개발도상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압박수단은 반덤핑 조치와 시장개방 요구. 이 시기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은 덤핑이나 관세장벽을 피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 직접투자에 적극 나섰다. 또 99년 6월에는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폐지로 국내시장이 완전개방의 수준에 근접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국내 기업들에는 사실상의 시장통합이 이뤄진 셈이다.

2000년 현재,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세계화의 제3라운드(e글로벌라이제이션)를 맞고 있다. 물론 그 한가운데는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통합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의 세계화를 촉진시켰고 기업경영의 인터넷화는 관리비용을 낮춰 기업의 사업영역을 확장시켰다. IMF체제 이후 해외 기업의 진출과 기업의 인수합병(M &A)을 가로막았던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난 한해동안 지구촌에서 이뤄진 해외 직접투자는 25%가 증가한 8000억원을 상회했다. 한국의 경우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외국인 직접투자는 425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본시장의 개방 혹은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외국 자본이 한국의 생산요소 시장에 새로운 수요자로 등장한 것이다.

자본 및 생산요소 시장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독점 구조가 깨지고 더이상 국가 특유 우위를 한국 국적의 기업만 향수할 수 없게 됐다. 시장뿐만 아니라 자본의 통합이 이뤄진 것이다.

세계화(e글로벌라이제이션)를 통해 자본 및 생산요소 시장이 개방되는 등 세계시장이 단일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기업환경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시장이 통합되면서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내부과정이야 어떻든 물건만 잘 만들면 됐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예컨대 기업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기업의 주가가 가장 높게 평가받지는 않는다. 시장은 정보가치가 사라진 상품보다 미래가치를 결정하는 조직 및 의사결정 구조의 합리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인터뷰>서울대학교 국제지역원 조동성 원장

『글로벌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서울대학교 국제지역원 조동성 원장(51)은 21세기 기업경영의 필수요건으로 「글로벌 경영」을 꼽는다. 미국 하버드대, 일본 동경대, 핀란드 헬싱키대, 호주 시드니대 등 전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몸담으며 국제경영전략을 설파해온 조 원장답게 그의 입에서는 연신 「글로벌」이 터져나온다.

그의 글로벌 경영론은 전문경영인과 전직 장차관, 외교관 등을 초빙교수로 영입, 국내 최고 수준의 현장감 있는 경영학 강의를 제공중인 국제경영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조 원장에 따르면 기업에 있어 글로벌화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의 차원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청계열화돼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우수한 기술과 저렴한 금융지원 및 글로벌 마케팅 노하우 등으로 무장한 해외 기업들과는 경쟁이 안된다는 것. 기존에는 제품판로를 확장해 수익을 늘릴 목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당장 글로벌화를 추진하지 않으려는 기업들도 끝까지 버티다 궁지에 몰리면 언젠가는 궤도를 수정하게 되겠지만 그때 가서 시작하면 너무 늦습니다.』

조 원장이 그나마 해외기업들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거는 분야는 인터넷 벤처다. 해외 유명 다국적기업들의 경우 해외 수출에서부터 시작해 현지화 과정을 어렵사리 견디며 글로벌화에 성공한 케이스지만 인터넷 벤처의 경우는 수출과 현지화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바로 글로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시스템통합(SI)분야 e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국내외 SI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S업체가 사업시작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고 오프라인 기업들이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수개월만에 구축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며 한국 기업도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조 원장은 아직도 글로벌 경영의 시급성을 느끼기에 우리의 경영환경은 지나치게 보호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만 생겨난다고 봅니다. 경쟁력을 쌓은 뒤에 개방하자는 주장은 절대 개방하지 말자는 것과 같습니다. 국내 기업가와 정책입안자들은 개방을 통해서만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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