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정보인식 단절 극복방안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남북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산업의 특성상 남북교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IT에 대한 남북간의 시각차가 서로 다르고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면서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IT교류는 일반적인 경제협력 분야처럼 단기적 수익이나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실행가능한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

◇ 인력교류 = 정보통신부는 2003년까지 IT분야에서 총 5만여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북한 인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 인력교류는 체제가 다른 만큼 쉽지 않다. IT분야 인력교류는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북한은 IT분야에 5만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갖고 있으며 그 수준이 남한과 비교했을 때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나 인력교류가 가능한 분야부터 접근하면 된다.

특히 북한에는 최고급 수준의 전문인력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방분야에 집중배치돼 있기 때문에 인력의 기술협력에 앞서 대다수는 1∼3개월 단위의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물론 협력이 가능한 부문과 가능하지 못한 부문이 존재하겠지만 앞으로 북한 전문인력을 단계별로 교육시켜 지속적으로 활용,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실제 북한은 연간 150만달러만 벌어들일 수 있다면 인력교류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인력을 당장 남한에 데려올 필요는 없다. 북한과 무비자 협력을 맺은 중국 단동지역 등 인접한 제3국을 통한다면 북한인력을 남쪽으로 데려오는 데 따른 자본주의에 대한 부적응 등 초기 단계의 문제점은 극복할 수 있다.

◇ 정보격차 해소 = 대북 IT협력을 통한 정보격차 해소는 북한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면서 실현 가능하고 상호 보완적인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경협의 전제조건이 정보격차의 해소를 통해 체제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확보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 IT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크다.

IT분야에서 북한의 하드웨어 산업은 취약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북한의 기초과학과 남한의 선진기술을 합치면 동북아 경제에서 정보기술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북한에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대북 SOC사업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더라도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란 지적이다.

그러나 대공산권으로서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바세나르협약 등 IT분야에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어 어려운 일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북한을 폐쇄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변화시키는 힘이 통신인프라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의지와 투자가 필요하다.

◇ 정보공동체 = 북한과의 정보기술분야 교류를 위해서는 보안과 비용 기술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남북한은 부호체계와 자판설계 등 표준화, 단일화가 돼 있지 않다. 남북한 소프트웨어 합작은 문화와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에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상태에서 가능한 문제인가라는 기본적인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쓰는 조선글 처리프로그램과 문서편집프로그램이 우리말 처리방식과 달라서 북한 통신설비와 산업시설 등에 정보공동체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이것의 신경망에 해당하는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상당부분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 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제약이 나타날 수 있지만 남북간 정보공동체 구성을 전제로 한다면 장기적으로 추진해 볼 만하다.

또한 북한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각종 유해정보가 유입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IT환경을 고려해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에 통신인프라를 구축, 통신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IT교류를 위해 남북간 정보화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지식정보화 공동위원회」가 남북간 공동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제도적 검토 = 남북경협의 첫단추는 제도적인 뒷받침이다. 대다수 남한기업이 북한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시도하려 했지만 투자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사업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하고 있다.

우선 제도적 장치의 주요 내용으로 5가지가 꼽힌다. 남북상호투자의 허용·증진·우대(최혜국대우·조세감면 등)와 투자보호 및 수익의 자유로운 송금을 위한 투자보장이다. 이중과세가 우려되는 조세의 대상, 기준 방지방법에 대한 명시문제도 남북 당국자간의 협의로 해결해야 하며 청산결제문제도 대상품목·규모·청산기간·결제통화·대월제도 등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민감한 사항인 전략물자 반출제도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 현재 정부는 전자·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략물자반출 제도와 관련 현재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기업들이 전자·정보통신기술중심으로 대북경협사업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첨단시스템 장비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미국이 비확산 통제물자 및 기술을 불법 유출한 국가에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남북 IT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남북경협은 임가공산업의 협력에 머물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려면 당국자간의 협력과 국제규범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경협사업의 인식전환 =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과 관련해 탁상행정에 머물기보다는 인터넷이나 관련업계 간담회·공청회 등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민간기업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이에 기반해 북한과의 협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는 북한의 입장에 서서 북한이 처한 특수성을 배려해야 한다. 개방에 대한 북한정부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과 북한권력층의 체제수호에 대한 집착 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경험이 없는 북한에 대해 우리측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공존공생을 전제로 한 설득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개방이 곧 체제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북한권력층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IT교류시 초기 2, 3년 기간에 대북사업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 우선은 임가공사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분야는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등을 고려할 경우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정보기술분야의 교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정치·군사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중요성만큼 이 분야에서의 협력은 상당기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기기산업의 임가공분야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점차 분야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경로를 찾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정부지원책 = 기업의 대북사업에서 투자 리스크 감소와 비용 절감·수익성 증대는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 정책은 당장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 교통망 연결은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과제다.

남북경협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요인은 기업의 자금력 부족이란 지적이다.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기업에 재정 금융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개별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형태가 될 것이다.

물론 기업경영은 해당 기업 자체의 위험부담과 책임하에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경협 활성화를 위해 대북사업기업이 불가피하게 입은 손실의 보전·채무보증 등 금융상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확충하고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을 전용하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대외경제협력기금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별도의 협력기금도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 금융기관이 해외 투자 중소기업체에 지원한 바 있는 해외시장개척자금·해외투자자금·해외시장개척기금 등과 같은 제도를 북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산 제품의 판로문제와 관련해 일정한 범위내에서 정부 조달물자로 우선 구매해야 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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