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세가 한풀 꺾인 9월 비디오 시장은 다양한 장르의 우리 영화와 일본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색다른 볼 거리를 제공한다.
천편 일률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식상한 비디오 마니아라면 선선한 가을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비디오 삼매경」에 푹 빠져 볼 만하다.
9월 출시예정작은 총 38편으로 8월보다 5편이나 줄었으며 장르별로는 액션물이 11편으로 가장 많지만 액션 대작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드라마와 코미디 작품 8편, 애니메이션 4편, 공포물과 에로물이 각각 2편씩 선보인다.
9월 비디오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비밀」 「오!수정」 등 볼 만한 우리 영화들이 많다는 것. 또 북한영화인 「불가사리」와 일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링2」 등의 영화들이 흥행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미국영화로는 SF 액션인 「배틀필드」와 「박쥐」,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그린마일」 등도 흥행이 기대된다.
김기덕 감독의 「섬」은 영화속에서 남녀 주연배우가 벌이는 엽기적인 자해행위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9월초 개최되는 올 베니스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대문」 「실제상황」 등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은 밑바닥 인생으로 표현되는 인간군상의 묘사로 작품마다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악어」가 한강다리밑에서 익사한 시체를 건지며 살아가는 삶을 묘사했다면 「섬」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낚시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음미디어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작품이다. 국내 영상산업이 충무로로 대표되는 상업영화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독립영화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98년 발표된 「패싸움」을 비롯, 「악몽」 「현대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 서로 다른 장르의 단편영화 4편이 묶여진 장편영화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배우와 감독으로 1인 2역을 담당했던 류승환 감독의 첫 장편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이밖에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비밀」(20세기폭스)과 출시일이 9월로 연기된 「오!수정」(세음미디어)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우리영화들이다.
비디오로 출시되는 최초의 북한영화 「불가사리」(스타맥스)는 「고질라」시리즈의 일본식 괴수영화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쇠붙이를 먹는 전설속의 괴물인 불가사리와 봉건왕조에 대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무린 신상옥 감독의 솜씨가 일품이다.
또 9월 비디오시장에서 가장 큰 흥행변수라면 단연 일본영화다. 일본내에서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일본 블록버스터인 「춤추는 대수사선」(디지탈임팩트)는 TV용 미니시리즈를 영화화함에 따라 TV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단점이 있지만 코믹하면서도 잔잔한 재미를 전해준다. 「링2」(영성프로덕션)는 「링」 1탄 만큼의 공포감을 주진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실체가 전해주는 심리적 공포를 즐기는 마니아에게는 나름대로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역에서는 한발 비껴서 있지만 SF액션인 「배틀필드」(디지탈임팩트)를 비롯, 살인병기로 재창조된 박쥐의 공포를 다룬 「박쥐」(콜럼비아트라이스타), 톰 행크스 주연의 「그린마일」(워너브러더스), 맥 라이언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지금은 통화중」(콜럼비아트라이스타) 등도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특히 「배틀필드」는 문명과 동떨어져 생활을 해온 미래인류들이 며칠만에 전투기를 온다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SF액션물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또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도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엑스맨」(CIC)은 최근 극장개봉한 동명영화의 원작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으며 특수효과로 무장한 실사영화와 원작 애니메이션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거리다.
또 「러브칵테일 1, 2」(세음미디어)는 「누들누드」시리즈와 「69 핑크라이더스」 시리즈 등 국내 성인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있는 작품으로 기존 성인애니메이션들이 옴니버스식 구성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러브칵테일」은 장편영화로 제작됐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또 출시일이 9월로 늦춰진 「심슨가족」시리즈(20세기폭스) 2편의 애니메이션은 「심슨가족」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이밖에 지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바벨인을 소재로 한 「바벨」(영성프로덕션)과 실화를 토대로 외로운 소년과 귀여운 강아지와의 우정을 그린 「마이 독 스킵」(워너브러더스) 등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온가족이 볼 만한 작품으로 꼽힌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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