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기업 100개 돌파, 그러나 거래규모 걸음마.」
지난 3월 29일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면서 출범한 제3시장의 현주소다. 아직도 제3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말그대로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이은 제3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 하는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제3시장에는 정보기술(IT)업체가 65개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 IT업계의 중요한 자금조달 시장일 뿐 아니라 IT산업 활성화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되고 있다.
제3시장은 최근들어 신청기업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7월말 현재 103개 기업이 지정을 받았으며 시가총액도 1조5073억원에 이르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시점이어서 관심을 끈다. 지난 91년 설립된 코스닥증권시장이 독립시장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무려 5년의 기간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제3시장은 자금시장의 틀을 4개월만에 갖췄다는 점에서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3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정업체간의 자구노력도 한창이다.
얼마전 제3시장 지정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3시장 지정기업협의회(회장 신근영)」를 발족, 자정노력과 함께 활성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협의회는 코스닥증권시장과 함께 제도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 이를 위해 산하에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제3시장을 관리하는 코스닥증권시장도 그동안 문제점으로 대두됐던 제도개선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은 우량 장외기업의 제3시장 유도방안을 마켓메이커 제도도입 형태로 마련하는 한편 지난달 설문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제도개선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지난달 제3시장 지정기업 7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제3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21.6%가 매우 부정적으로, 28.4%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해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업체가 향후 제3시장의 운명을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면서 『코스닥증권시장은 이를 토대로 제3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종합적인 대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거래소시장 침체가 코스닥시장의 등장으로 활력을 되찾았다는 선례를 들어 제3시장의 성공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안시장보다 대등한 시장으로의 정착이 더 급선무라는 분위기다.
신한증권 박동명 제3시장 팀장은 『장외기업 주식의 유통기회를 열어줘 환금성을 보장하고 엔젤투자자들을 활성화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취지는 4개월이 지난 현재 온데 간데 없고 코스닥 퇴출기업의 제3시장 진입과 과도한 양도소득세 등으로 인해 관심 밖의 시장으로 전락했다』면서 『현재의 시장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 정부와 기업, 투자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유동성 보장과 투자자보호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3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경쟁매매로의 전환과 가격제한폭 도입, 양도소득세 인하, 양도소득세 신고방법의 간소화 등 매매와 관련된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제3시장 지정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경우 일정부분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법인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제3시장 개설을 먼저 한 일본의 경우 거래기업수도 우리보다 훨씬 적고 거래규모도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한 점을 들어 비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9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도 거래기업수는 많으나 시가총액이 적다는 점에서 잘해야 저가주의 정크본드 시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와 다른 점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을 갓 벗어난 우리의 현재 경제여건상 제3시장의 붕괴는 경제적·산업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3시장은 쓰레기 시장이 아닌 최소한의 유동성이 보장되는 건전한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3시장이 주식시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해 왔으나 그때마다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
LG투자증권 전현식 제3시장 분석팀장은 『제3시장이 기존의 장외시장보다 현금과 주식의 교환에 따른 결제측면이 안전하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어 안전한 환금창구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이제 정부가 제3시장 활성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투자자 보호장치를 좀더 강화하고 특히 양도차익과세에 대한 시장간 불평등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제3시장이 미운오리새끼로 계속 남을 것인지 그렇지 않고 기존 주식시장과 대등한 시장으로 자리잡을지 정부와 기업 모두에 주사위는 던져졌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8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