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분야 거대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침내 관계사인 리얼네임즈닷컴(RN)사를 내세워 세계 각국의 자국어도메인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MS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빠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국어도메인 서비스는 영어권 위주로 짜여져 있는 국제도메인등록기구(ICANN)의 도메인네임 체계에 대한 세계 각국의 자존심 회복과 나아가 막대한 시장이 걸려 있어 최근 전문업체들간 선점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독자적인 자국어도메인 시스템을 개발, 이미 상용화에 돌입했거나 돌입할 예정인 곳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유아 단계에 있는 각국의 자국어도메인 서비스업체들은 MS의 시장진출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소규모인데다 수많은 업체들을 각개 격파식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는 맨손의 전문업체들은 「인터넷익스플로러(IE)」라는 창을 든 MS와 힘든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왜 불공정 게임인가 =그러나 조만간 본격화할 MS의 자국어도메인 시장진출은 여느 업체들의 그것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이미 미국에서 기업분할이라는 법원의 명령이 떨어졌을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MS의 독과점적 지위가 이 분야에도 그대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MS는 유명한 IE라는 제품으로 세계 웹브라우저시장을 90% 가까이 장악하고 있다. MS는 자국어도메인 시장을 인터넷이용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익스플로러를 통해 손쉽게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MS의 전략대로라면 IE에서는 세계 어떤 국가의 언어로 된 키워드라 할지라도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RN의 서버를 통해 도메인을 검색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자국어도메인 서비스업체들은 시스템체제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버를 운영하는 사업자들과 일일이 계약을 통해 자사 도메인네임 루트서버로 연결되도록 해야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처지다.
◇어떻게 가능한가 =IE를 이용한 자국어도메인 서비스는 키워드검색 기능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MS는 IE5.0 버전부터 이용자들이 키워드 검색을 하면 일단 자사 포털사이트인 MSN의 검색페이지로 이동되도록 해놨다. MS는 그동안 이 MSN 검색페이지를 국가별 유명 검색엔진과 연결되도록 해 키워드 검색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한국어의 경우 IE에 「전자신문」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MSN의 검색페이지상에서 네이버컴의 검색엔진을 제공한다. 그러나 MS는 향후에는 각국별 검색엔진 대신 RN사의 서버와 연동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IE 이용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키워드 입력시 RN의 검색엔진과 자국어도메인 루트서버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림1
◇파장 =자국어도메인 서비스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각국 도메인등록기구와는 구별되는 순수 민영 도메인등록사업이다. ICANN도 자국어도메인 등록사업을 할 예정이지만 기존의 계층적 도메인네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따라서 키워드방식의 자국어도메인 등록사업은 ICANN과 충돌없이 매우 번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방식 자국어도메인은 각 기업의 브랜드나 상품명을 통해 이용자들이 쉽게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별로 수개에서 수십개의 도메인을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메인등록비가 1년을 기준으로 건당 현재 1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MS가 IE와 MSN, 그리고 RN 등 삼두마차로 이 시장을 질주하게 되면 각국의 전문업체들은 설 자리가 매우 위태로워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S도 동시에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하는 또 하나의 횡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앞으로 자국어도메인시장은 MS가 도덕적 비난이나 또 다른 법적 제재를 감수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전문업체들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인지, 그리고 전문업체들이 과연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 것인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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