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전기 주식의 대량 매입을 놓고 증권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 매도로 급락한 계열사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주가방어라는 시각과 삼성전자가 그룹내 전기·전자 홀딩컴퍼니로 옮아가기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갔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1일 공시를 통해 삼성전기 주식 200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주식매입이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삼성전기 주식 1850만주를 확보하게 돼 지분이 22%에서 23.84%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에도 삼성SDI 지분매입을 통해 삼성SDI의 지분 20%를 확보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전기 주식 매입자금은 대략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16조4093억원의 매출을 기록, 순이익만도 3조1829억원에 이르고 있어 이번 삼성전기 주식매입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삼성전기 주식매입과 관련, 현재 외국인이 삼성전기 지분을 34%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보호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현재 5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기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어 이익실현도 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측 입장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삼성전기에 대한 매도공세를 벌여 지난 2월초 8만대이던 주가가 5만원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삼성SDI에 이은 삼성전기 지분 20% 이상을 확보, 그룹내 전기·전자 홀딩컴퍼니로 변신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초 삼성전자의 홀딩컴퍼니화가 그룹 차원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전기·전자 계열사 주식을 계속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그룹내 전기·전자 계열사의 홀딩컴퍼니가 되려면 자사주 보유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홀딩컴퍼니화는 성급한 판단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즉 삼성전자의 이번 삼성전기 주식 대량매입은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계열사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전자도 다음달이면 외국인 지분이 51%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삼성전자도 외국인 지분이 57%나 돼 국내 주요 핵심기업이 사실상 모두 외국인 손으로 넘어간 상태』라며 『이제 국내기업 주식을 자금이 풍부한 국내기업이 매입해야 할 때라며,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부품계열사인 삼성전기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기 주가는 170만주가 거래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전날에 비해 1900원 오른 5만300원에 마감됐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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