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의 전자상거래(EC) 정책을 조기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관」이 「민」을 쫓아가지 못했던 그동안의 관례와 최근 급변하는 EC시장 동향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정책역량 강화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다.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EC 관련정책이 일관성과 연속성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책역량의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해야 할 관련 산하기관들도 전문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역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정책역량의 현주소=EC 관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산자부의 전문인력 부족현상은 그 어느 부처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산자부내 주무부서는 산업정책국 전자상거래과. 과장 1명과 5명의 사무관이 국가 EC정책을 관장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1명의 사무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과가 신설되면서 합류한 멤버들이다. 모 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EC 관련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인력이 100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인력부족』이라며 『여기에다 공무원들의 순환보직 제도가 업무의 연속성과 역량 축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EC 관련정책을 주관했던 정통부의 비협조적인 관행도 발목을 붙잡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디지털산업단지·쇼핑몰인증제도 등 유사한 정책을 놓고 벌어진 부처간 불협화음은 외부로까지 노출되는 실정이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는 『부처간 자존심이나 밥그릇 싸움이 국가 EC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며 『공무원들의 실적주의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부처간 정책협조를 위해 만든 전자상거래정책협의회가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자자금이체(EFT)와 조달관련 법령정비 등 중요 과제를 안고 있는 재경부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산하기관=EC 관련 산하기관들의 실정은 한마디로 심각하다. 정부 EC정책에서 사실상 두뇌역할을 해야 할 전자거래진흥원의 경우 조사·기획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현재 원장을 제외하면 24명의 직원 가운데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최태창 원장은 『신입·경력직을 포함한 내부 직원 가운데 유사한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도 드물다』며 『각종 사업을 전개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생긴 인적자원의 공백』이라고 고백했다.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B2B EC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한국전자거래협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13명의 직원 가운데 상근 부회장과 차장급 2명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가 신규 합류 멤버들. 김동훈 부회장은 『B2B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각종 행사와 프로젝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뒷받침해줄 만한 인력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여파는 산자부 산하기관·단체외에 정통부쪽도 마찬가지다. 지난 96∼97년 당시 B2B 정책을 입안했던 한국전산원은 산자부로 정책주관이 옮아가면서 아예 팀이 해체돼 당시 축적했던 연구실적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유관단체들의 정부 EC정책 지원역량이 이처럼 크게 위축된 데는 열악한 근무여건과 얼마전부터 불어닥친 벤처열풍 때문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전자거래진흥원 최태창 원장은 『전문인력을 크게 확충하고 싶어도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민간에 비해 적은 게 사실』이라며 『업무의 독립성과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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