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망을 이용해 초고속 인터넷을 구현하는 핵심장비인 케이블모뎀(C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CM수요는 지난해보다 약 10배 성장한 150만∼200만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고성장으로 CM간 호환사용을 위한 기술표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국내업체간 표준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표준(닥시스)이 주인행세를 하는 경향이다.
세계 케이블모뎀시장은 북미지역 케이블사업자들이 결성한 MCNS(Multimedia Cable Network System) 컨소시엄의 CM표준인 닥시스(DOCSIS)가 유럽의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DAVIC(Digital Audio Visual Council) 및 유로닥시스를 밀어내고 헤게모니를 장악해가는 추세다.
그러나 MCNS가 전략적으로 닥시스 인증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한 데다 인증비용마저 건당 5만달러(1차 인증 실패했을 때 추가비용 약 2만5000달러)에 달해 국내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국내 CM제조업체들은 지난 98년부터 닥시스 인증을 잇따라 시도했으나 통과에 성공한 것은 삼성전자 2건, 주홍정보통신 1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업체들은 하나 같이 닥시스 규격을 만족하는 CM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 97년 결성돼 CM 국내표준작업에 나섰던 케이블모뎀협의회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CATV기술연구회의 활동이 무산되거나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여서 닥시스의 국내표준화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크로스텍의 석진우 해외영업부장은 『닥시스가 아니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닥시스 인증작업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표준을 마련하는 데 무리가 있지만 최소한 국내업체간 CM기술 및 정보를 공유하는 협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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