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동안 거침없이 성장해온 우리 벤처산업은 이제 다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올초부터 불거져나온 거품론」이 최근들어 「위기설」로까지 확대되면서 벤처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벤처붐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코스닥 침체가 반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벤처자금시장은 썰렁하다못해 냉랭하다. 벤처기업을 바로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위기다」 「조정이다」하는 갑론을박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선 벤처인들은 지난해보다는 열기가 많이 식기는 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조정기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즉 정부의 인위적인 벤처붐 조성과정에서 나타난 과열현상과 후유증을 제거,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연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조정 현상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직까지 우리 벤처산업의 기초는 양호한 편이다. 「닷컴기업」 등 일부업종에서 벤처캐피털의 수혈이 중단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다수의 벤처기업들은 아직 건재하다. 개발·생산·판매·매출·수익 등 벤처산업 지표들도 여전히 상승세다. 벤처캐피털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지만 투자유치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유망 벤처의 몸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벤처스타」를 꿈꾸는 예비 벤처인들의 창업행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기청에 의하면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된 조정기속에서도 창업 건수는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으며 월별 벤처기업 지정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1만개를 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코스닥시장에서 등을 돌린 투자가들도 「10월 대란설」보다는 「8∼9월 저점설」에 더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반적인 분위기다. 「거품론」이 「위기설」로, 다시 「대란설」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벤처업계의 분위기가 갈수록 가라앉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축인 자본시장이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돈은 자본시장이 안정되면 수익을 쫓지만 시장이 불안하면 「안전」을 추구하게 마련. 위험성이 높다(high-risk)는 벤처로 다시 돈이 유입되지 못하고 배회하는 근본 이유다.
따라서 이제는 무엇보다 벤처산업이 조정을 거쳐 거품을 걷어내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국민여론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벤처가 우리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산업으로 결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으며 무너져서도 안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은 『현 상황은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벤처에 대한 불신이 주 원인』이라며 『벤처가 앞으로 신경제를 이끌 견인차라는 국민적 확신을 갖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건국이래 최대국란으로 평가된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벤처인들이 간직했던 「벤처정신」을 되살리는 것도 시급하다. 사실 코스닥이 뜨면서 「벤처졸부」들이 속출,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무엇보다 모든 벤처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퇴색한 벤처정신을 추스리는 작업이 벤처 재도약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결자해지」 정신으로 벤처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 벤처산업이 앞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취약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정책개발에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정부부터 벤처거품론에 흔들리지 말고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품이 불가피하다」는 신념아래 일관성 있는 벤처지원정책의 추진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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