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B2B육성책 이것이 문제다>1회-갈팡질팡 정책

「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의 완벽한 구현체」.

한 때 초기업 단위의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이라며 모두가 필요성을 역설했던 업종별 광속거래(CALS) 프로젝트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근본적으론 업계의 미진했던 참여의지가 지적받고 있지만 인터넷 마켓플레이스로 표출된 새로운 B2B 비즈니스 모델, 기술의 등장이 가져온 변화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정보통신부에서 EC정책 전반을 넘겨받은 산업자원부는 현재 업종별 B2B사업의 명칭도 CALS가 아닌 「산업B2B육성책」으로 대신하고 있다. 시대적 추세를 감안해 마켓플레이스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가 민간산업부문까지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들어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산자부의 B2B 지원정책을 4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1회 갈팡질팡하는 정책

2회 우려되는 문제점

3회 정책역량 실종

4회 대안은 없나

◇정책혼돈=『올 들어 정부는 특히 B2B EC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조금 지나친 느낌이 듭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CALS프로젝트의 목표와 구체적인 밑그림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치 B2B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겠다는 식 인듯 합니다. 마켓플레이스라는 시대적 추세를 정책에 반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개입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동안 업종별 CALS 실무작업에 참여했던 모 기업 관계자의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정통부로부터 EC 정책의 바통을 넘겨받은 산자부는 4개 업종 CALS 1차 시범사업은 그대로 마무리한다는 전제 하에 프로젝트 성격을 바꿔버렸다. 추구하는 모델은 e마켓플레이스, 명칭도 「산업부문 전자상거래 구축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산자부 전자상거래과 정재훈 과장은 『우리가 지원하는 모델은 분명 e마켓플레이스』라며 『그렇다고 해서 민간의 자율적인 e마켓플레이스 구축 움직임에 관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는 B2B기반 조성에 집중됐던 종전 CALS프로젝트와 달리 마켓플레이스가 상거래영역까지 확대된 개념이란 점에서 의심의 눈길을 더하고 있다. 최근 삼성·LG전자가 일렉트로피아의 출자를 보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CALS와의 연속성 단절=현 산자부 정책을 보면 지난 95년부터 5년간 진행돼 온 CALS프로젝트와의 연속성 단절 우려도 받고 있다. 애초 CALS프로젝트 입안에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마켓플레이스 육성에 주력한다고 하면서도 선언적으로 기반조성에만 정부역할을 국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96년 460억원을 투입했던 시범사업이나 현재 추진중인 CALS시범사업 등과의 발전적인 연계도 제대로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6년 당시 통산부는 전자·철강·항공·중공업·국방·전력·원자력·통신 등 8개 업종, 10개 사업자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해당 기업의 자체 전산화에만 기금이 들어갔을 뿐이다. 또 지난해 CALS정책을 정보통신부가 지원하면서 올해부터는 시범사업 업종을 철강·섬유·조선·중공업·에너지 등으로도 확대키로 한 계획도 마켓플레이스 육성책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올해부터 산자부가 정책을 관장하면서 1년도 채 안돼 벌어진 일이다.

◇운영주체의 위상 모호=산자부의 정책이 「B2B지원책의 목표는 마켓플레이스, 실제 정부의 역할은 정보기반 조성」으로 애매하게 나타나자 그동안 CALS프로젝트 운영주체들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전자부문의 일렉트로피아, 자동차부문의 자동차CALS센터, 섬유부문의 섬유산업연합회 산하 신속대응시스템센터(QRS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애초 △표준상품 데이터베이스(DB) △전자카탈로그 △전자문서교환(EDI) 시스템 구축·운영 등 B2B의 기반서비스 전담기관이어서 정부지원이 불가피하다. 처음부터 공동 인프라로 활용할 목적이어서 자체 수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업계 공동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정부가 독려하고 업계 공동 사업을 추진해 온 이들 전담기관이 유력한 주체로 거론되면서 위치가 애매해졌다.

더군다나 전자외 타업종 전담기관들도 최근 마켓플레이스 등을 겨냥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추세다. 모 협회 관계자는 『마켓플레이스는 「영리」가 가미된 사업으로 지금까지의 공공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정부가 공동 마켓플레이스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나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산자부는 『전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은 공동 기반사업과 더불어 자체 수익성도 가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힘겨운 자리찾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