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계속해야 하는 겁니까, 그만 접어야 하는 겁니까.』
용산전자상가에서 가입자 1000∼2000명 규모의 PCS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석(가명) 사장은 7월 들어 이런저런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5월에는 급증하는 고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눈코 뜰 새 없이 영업을 했고 고객이 뚝 끊긴 6, 7월에도 5월 시황에 마취돼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8월 들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른 사업거리를 구상해보지만 뾰족히 할 만한 게 없다.
최근 여기저기서 수요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김 사장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또 지난해 4월처럼 몇달 이러다가 보조금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이야기들이 유통가에 돌고 있으나 김 사장 생각에 이번에는 웬지 다른 것 같다.
어렵지 않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이동전화대리점 사업을 시작한 김 사장은 지난 몇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이동전화유통이야말로 노하우와 돈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자신뿐만 아니라 소매위주의 영업을 해온 소형 이동전화대리점 사장들의 생각은 거의 마찬가지다.
실제로 일부 대형대리점들이 지난 5월 한달 동안 1년 매출을 올렸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리지만 소형 대리점 사장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사업자들의 정책을 봐도 가입자가 많은 대리점에게 혜택을 하나라도 더 주는데, 결국 소형점들은 정리하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지만 김 사장은 자신이 이동전화대리점 사업을 정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몇년 동안 손에 익었다. 또 2002년으로 예정된 IMT2000도 자신에게 뭔가 기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있다.
『다들 그만둬야겠다고는 말을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실제로 사업을 접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IMT2000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면 지금의 대형대리점들처럼 한번 큰돈을 버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니까요.』
김 사장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 이제 이동전화 유통시장에서는 베테랑에 속한다. 「치고 빠지는」 이동전화 유통의 원리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자부한다.
『IMT2000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호출기, 시티폰, PCS·셀룰러 모두 유통원리는 뻔한 것 아닙니까. 2002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IMT2000은 2002년부터 본격화할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 사장의 생각은 벌써부터 IMT2000으로 넘어가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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