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유선사업자 주민 우롱

지난 98년부터 서울지역의 난시청이 대부분 해소됐으나 주민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을 악용해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주민들에게 유선방송 가입을 권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민주노동당 금천지구당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KBS 직원 2명이 지켜본 가운데 실시한 TV 난시청 테스트결과 밝혀졌다.

이날 테스트에 대해 KBS 측은 『금천구의 경우 지난 90년에 시흥 무인중계탑을 설치, UHF 안테나를 사용할 경우 난시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주민들이 몰라 중계유선에 가입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주민들은 금천구가 난시청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KBS와 중계유선사업자가 보다 정확한 난시청 정보를 주민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지역 주민들은 민노당과 공동으로 진상조위를 구성해 피해사례와 중계유선사업자의 허위사실 유포 등을 확인해 피해액을 산정,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90년 시흥에 중계기가 설치된 시점을 기준으로 중계유선에 가입해 입은 손해액을 산정할 경우 가입자를 5만명으로 가정했을 때 10년간 월용료 3000원을 곱하면 18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서 30년간 살아온 김모씨(62)는 『그동안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 지역이 난시청지역인 것으로만 알고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TV를 시청해 왔다』며 『이 지역을 난시청지역이라고 속여 가입을 유도해 온 중계유선방송업체에도 화가 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KBS에서 홍보를 통해 난시청 해소방법을 보다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천구 지역의 난시청 여부와 관련해 KBS 수신운영부의 한 관계자는 『UHF 안테나 설치법 및 채널번호 등에 대해 구청과 민원을 요청한 주민을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를 해왔으나 일일이 찾아가 알리기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UHF 시범 안테나를 달아줘도 다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유선방송을 신청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지역 동사무소 등에 「TV를 맑고 깨끗하게 시청하는 방법」이란 홍보물을 비치하고 민원해결을 위해 서울·경기 지역에 20명의 인원을 배치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도 난시청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만여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금천유선방송 관계자는 『금천구가 난시청지역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내용을 숨기고 가입자를 유치해 오지는 않았다』면서도 『간혹 안테나 활용법을 몰라 난시청으로 오인하고 있는 주민에게 유선 신청을 권유한 사례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난시청 지역 해소를 위해 서울과 지방에 무인중계소를 설치하기 시작해 98년까지 30여개 설치함에 따라 서울의 경우 난시청이 대부분 해소됐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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