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이 디자인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아날로그(오프라인 매장) 시대에는 오감을 고루 활용했지만 디지털(온라인 매장) 시대에는 시각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으로 N세대를 잡아라=요즘 디지털 또는 N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층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인터넷으로 사이버 쇼핑을 즐긴다. 또 즉흥적이면서도 유행에 민감한 N세대들은 온라인 상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때 디자인이 독창적인 것에 우선적으로 눈길을 돌린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에서 돋보이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디자인을 주무기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도 상품을 구매하는 데 유독 디자인을 따지는 N세대의 특성을 파악했기 때문. 디자인으로 전세계 N세대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국내 가전업체들 역시 이미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N세대들을 디자인 개발에 참여시켜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공, 제품 디자인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LG전자는 「N세대 제품은 N세대에 맡겨야 한다」는 판단아래 창의적인 대학생들로 구성된 N캠프를 지난 5월 출범시켰다. LG전자는 디자인센터내에 DVD플레이어·MP3플레이어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을 맘껏 사용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우수 디자이너를 조기 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난 93년부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멤버십」을 운영하는 등 N세대의 독창적인 역량을 디자인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디자인으로 승부한다=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는 디자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살려 세계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제품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디지털 디자인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물론 디자인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갖가지 도구와 매체도 디지털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선진국 못지않게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디지털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특히 가전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기술력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와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와 비즈니스위크지가 공동주최한 세계 최고 권위의 「IDEA 2000 디자인 공모전」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해 디자인에서도 세계 일류 수준임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또 96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4번을 수상해 애플사에 이어 종합 2위에 랭크됨으로써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을 제치고 디자인 우수 기업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은 상품가치를 인정받아 제값을 받고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력이 취약한 우리나라 기업은 디자인에 더욱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더욱이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디자인에 달려 있기 때문에 디지털 가전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기술개발 못지않게 디자인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우전자는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디지털 디자인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중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디자인 연구소의 인력을 늘리는 등 디자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디자인 경영=이처럼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데에는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 온 디자이너들의 공로가 가장 컸다. 이에 못지않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디자인 경영 마인드도 한 몫 톡톡히 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이란 「디자인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디자인을 경영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KIDP에서는 경영자들의 디자인 마인드를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디자인 경영 대상」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GD상품전=KIDP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올해부터 「우수산업디자인(Good Design) 상품전」을 사이버 공간(http://www.designDB.com)에서 펼친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GD상품전은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KIDP가 주관해 현재 판매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품중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에 「GD마크」를 주는 제도. 이 행사는 우리 상품의 디자인 수준을 향상시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특색있는 우수 디자인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디자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85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올해는 모두 685점의 상품이 출품, 320점이 GD마크를 달았으며 이 가운데 39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대상인 대통령상은 모처럼 가전제품이 아닌 현대자동차의 산타페가 선정됐지만 최우수상인 국무총리상은 삼성전자의 디지털TV가 수상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전자제품들이 산업자원부장관상(우수상),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장상(장려상), 특별상을 받았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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