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IMT2000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까. 아니면 속빈 강정이 될까.
IMT2000사업권 레이스에 뛰어든 후보군들이 본격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앞두고 사업이 생각처럼 낙관적이지 않다는 회의론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성도 불투명하고 투자비 회수기간도 매우 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업가치가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논리다.
얼마전까지 여론은 개인휴대통신(PCS)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차세대 유망상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존 이동전화사업자 가운데서도 SK텔레콤 같은 시장지배사업자는 「결코 황금알은 아니다」라는 경계론을 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SK의 주장과 비슷한 입장을 공사석에서 피력해 회의론이 더욱 세(勢)를 얻어가고 있다.
주목할 것은 한동안 잠복했던 IMT2000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굳이 컨소시엄 구성이 임박한 시점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시장환경이나 정보통신기술 진화추세를 감안한 적절한 평가라는 분석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컨소시엄 구성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무튼 IMT2000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왜 회의론인가 =일부 사업자들은 언론이 일반 국민이나 정보통신업계에 IMT2000의 지나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꿈의 이동전화」라는 개념도 따지고 보면 과대포장된 것이며 거품이 많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통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진영론적 대립과 업계의 이해까지 덧붙여져 전세계 단일통화는 현실적으로 물건너간 상황이라고 한다.
유럽의 비동기식과 북미의 동기식은 이론적으로는 로밍이 가능하지만 실제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구촌 차원의 로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PCS 주파수 대역에 할당해 버렸고 국내 사업자들도 비동기와 동기식 로밍을 위해서는 값비싼 단말기가 요구된다며 소극적이다.
로밍에 관한 한 이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전세계 모든 사업자들의 망을 연계해야 하는 국제 자동로밍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계 개념이 허물어지는 완전로밍의 경우 일부 거대 글로벌 사업자들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어 자국민, 자국산업 보호가 일차적 임무인 각국 정부가 선뜻 응할지는 의문이다. 결국은 각국 정부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국제로밍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전세계 로밍이 이루어진다 해도 각국 정부가 자국 시장 및 산업보호를 겨냥, 교묘한 규제장치를 마련할 공산이 커 무차별 완전로밍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장성이 불투명하다 =IMT2000 회의론의 출발점은 로밍이 아니다. 사업자들로서는 훨씬 심각하고 고민해야 할 시장성 문제가 근본적 물음이다.
IMT2000이 현 이동전화에 비해 혁신적 수준의 기술진보를 이루어낸 것은 틀림없지만 과연 투자대 수익이 기대한 만큼 실현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허가정책은 기존 사업자에 면허를 주는 것이 아니라 컨소시엄을 구성, 새로운 사업자에 사업권을 내주는 것이다. 이 점이 시장성과 관련, 불가측성을 더해주고 있다.
일단 IMT2000에 소요되는 초기 투자비는 최소한 1조5000억∼2조원으로 예상된다. 이만한 거금을 쏟아붓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당 가입자가 최소한 500만∼600만명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도 이동전화가입자가 포화상태(2700만명)인 판에 새로운 개념의 전화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신규 가입자 끌어모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2세대 사용자들의 자연스러운 전이 가입을 유도해야 하지만 초기에는 요금도 비싸고 2세대 전화와의 차별화도 뚜렷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IMT2000이 자랑하는 동영상 전화 및 초고속 데이터통신은 2세대의 기술발전으로 현 이동전화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 건이다. 퀄컴이 개발한 HDR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 현 이동전화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무려 7메가가 될 전망이다. IMT2000의 초기 속도는 2메가급이다.
동영상 역시 굳이 전화를 통해 동영상을 주고받아야 할 필요를 느끼는 소비계층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한마디로 IMT2000이 2002년 월드컵 기간에 맞춰 상용화하지만 신기술로 무장한 기존 이동전화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가뜩이나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거금을 조달, 투자를 해봐도 과연 IMT2000이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IMT2000 주파수 경매제를 조기에 실시한 영국 등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어들였지만 최근에는 회의론이 전세계를 강타, 경매를 시행한다 해도 큰 돈을 벌기 어렵고 시장(주로 월가)에서조차 수익성 불투명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장밋빛이다 =반론은 사업자들이 엄살을 떨고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IMT2000사업 후보군이 컨소시엄 형성시 대주주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는 동시에 출연금을 포함, 상당한 비율의 자본금 할증 발행이 불가피한 것을 역으로 강조하기 위해 회의론을 전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IMT2000 긍정론자들은 시장성이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기존 이동전화의 발전으로 IMT2000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IMT2000을 통해 모바일 비즈니스가 폭발하고 전체 통신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적어도 이동통신에 관한 한 수요예측이 맞아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고 늘 최대 예상치를 초과해왔다며 지금의 짓대로 IMT2000을 재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힌다.
예컨대 단순히 이동전화가입자 포화를 들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논리는 IMT2000이 갖고 있는 잠재력의 한 쪽만을 바라본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컬러 동영상 이동통신은 물론 스마트 카드기능, 위치정보를 이용한 응용분야 등 IMT2000을 활용한 신시장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동전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서비스의 소비패턴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국민은 비록 약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좀 더 진보된 서비스가 출현할 경우 급격히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매우 높다는 것도 긍정론자들이 지적하는 사항이다.
한 발 더 나아가 IMT2000이 본격화하면 기존 이동전화는 삐삐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긍정론자들도 사업 초기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인정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대중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에 비례해 요금이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 증가의 순환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들은 사업자의 「엄살」이 컨소시엄 구성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황금알을 향해 너도나도 지분을 요구할 경우 이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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