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업계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

「해답이 없는 방정식 풀기.」

주파수공용통신(TRS)업계가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고 시장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체간 인수합병(M&A)이나 특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벌써 오래전 이야기다. 이어질 듯 말 듯한 상황에서도 업체간 평행선 걷기는 계속됐고 의사타진과 반대, 그에 따른 신경질적인 반목만 재생산될 뿐 뚜렷한 실마리가 아직까지 잡히질 않고 있다.

9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한국통신파워텔은 『상대편이 백기를 들거나 고사될 때까지 간다』는 입장이고 주파수호핑(FHMA)방식 전국·지역사업자인 아남텔레콤, 서울TRS, 대구TRS는 『버틸 때까지 버틴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상황 빚어지나 =우선 모토로라의 아이덴(iDEN)단말기를 앞세운 한국통신파워텔과 FHMA방식의 3개 사업자들이 가입자수, 시장지분율, 사업확대 가능성 등에서 상극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이덴과 FHMA가 시스템상 전혀 호환되지 못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두 진영간 발전적인 통합논의가 오가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언뜻 객관적인 여건은 자연스럽게 뭉칠 수 있는 쪽으로 무르익어가는 듯하지만 이면에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최근 급속도로 가입자수를 늘리고 있는 한국통신파워텔은 마냥 즐겁지만 않다. 디지털TRS서비스에 써야 할 할당된 주파수가 곧 소진되기 때문이다. 한국통신파워텔이 FHMA사업자들이 가진 주파수에 매력을 느끼고 FHMA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FHMA사업자들로서는 소유하고 있는 기지국과 시스템 등을 투자비도 못 건진 채 고철덩이로 넘길 하등의 이유를 못 느끼는 형편이다.

◇어떤 얘기가 오가나 =최근 한국통신파워텔과 서울TRS 양측 관계자는 예정에 없는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울TRS측은 『자체 영업망을 통해 파워텔TRS폰 영업을 벌이고 한국통신파워텔 재판매사업을 진행할 용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서로 붙인 「독자적 영업권 인정과 자체실적 포함」에 대해 한국통신파워텔이 반대해 더이상 대화가 진척되지 못했다.

한국통신파워텔은 강원텔레콤의 경우처럼 한몸덩어리의 제휴를 원하고 서울TRS는 지오텍의 고정형 TRS로 인한 영업제한을 아이덴 이동형 장비로 돌파하려는 동상이몽적인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남텔레콤은 최근까지 유럽표준형(TETRA)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편에선 『아이덴쪽으로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막판절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선두업체와 나머지 군소업체들이 벌이는 신경전은 더해가겠지만 당장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TRS는 벤처자본투자에 따른 상당한 이익실현으로 TRS사업 구조조정에 조급증을 갖지 않고 있으며 대구TRS도 자체 TRS사업과 함께 통신중계, 기지국시설 유지보수 사업을 통해 TRS사업 부진을 일정부분 보전하고 있다. 아남텔레콤도 해외쪽으로 방향을 튼 자본유치에 바빠 M&A나 구조조정에 정신을 쏟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시일이 걸린다고 해서 TRS시장의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조차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혼연일체가 되어 경쟁에 나서도 어려운 판에 전국·지역사업자 4곳이 흩어진 상태로의 경쟁력은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기업용 통신시장, 물류·택배시장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획기적인 국면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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