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계측기 시장의 오늘과 내일
디지털 21세기를 시작하는 2000년 정보통신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IMT2000 사업자 선정이다. 현재 SK텔레콤, 한국통신 프리텔 등 CDMA 이동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5개 사업자는 물론 단말기 개발 및 기지국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은 숨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국내 이동통신 사업은 1996년 CDMA 이동전화가 상용화되면서부터 현재까지 4년여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국민 1.5명당 1대꼴로 초 단기간 내에 가입자 2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이동통신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국내 정보통신 산업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있다. 특히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CDMA 방식의 이동전화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 CDMA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연 5000만대 CDMA 단말기 제조 라인에는 외국산 장비가 판을 친다.
지난해 국산 단말기 생산 실적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서 약 5000만대이다. 올해 단말기 제조 시장은 국내는 이동전화 보조금 축소에 따라 위축될 전망이지만 수출쪽은 GSM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입자 수용능력이 큰 CDMA 방식 이동전화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어 지난해보다 약 20%가 늘어난 약 600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단말기 생산라인의 마지막 단계에서 조립된 단말기를 최종 검사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동전화 한대가 조립을 거쳐 최종 시험 단계에 소요 되는 시간은 5분 정도 인데, 하루에 계측기 한대로 시험할 수 있는 단말기의 양은 1시간에 12대, 하루 24시간을 계속해서 가동한다고 해도 불과 280여대, 한달에 8400여대에 불과하다. 한달에 100만대 규모의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는 무조건 120여대의 단말기 최종 시험 계측 장비가 필요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장비의 가격을 감안한다면 최종 시험을 위해서만 약 120억원의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CDMA 이동전화 단말기 계측 시장은 미국의 애질런트가 거의 장악 하고 있다. 연간 5000만대 단말기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연 5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애질런트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계측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주문시 선금을 지불하고도 몇 달씩 기다려야…
폭발적인 이동전화 시장의 발전에 따라 단말기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 라인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에도 시험장비의 납기는 큰 변수로 작용한다. 독점 공급이다 보니 주문시 선금을 지불하고도 몇 달씩 기다려야 공급이 가능하다. 그것도 주문 후 물품을 인수할 때는 공항에서 직접 통관을 해야 한다. 또한 별도로 많은 돈을 들여 교육도 받아야 한다. 실제 단말기 생산 라인을 갖추고도 계획한 일정 대로 계측장비를 준비하지 못해 생산을 포기한 기업까지 지난해 발생했다.
◇국내 계측기 산업은 무엇을 했나
그렇다면 100%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측장비는 신뢰성이 생명이다. 또한 브랜드 역시 계측기의 가격 기준이 되어 버린다. 그 어떤 기업이 계측기를 만든다고 해도 계측기 업체의 공룡 HP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따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준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감히 그누구도 HP를 경쟁 상대로 잡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선두 주자들이 앞서 시장을 주도할 때 그들이 남겨 둔 틈새 시장부터 착실히 공략해 브랜드의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판 승부를 위해서
계측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독특한 핵심 자립 기술과 탄탄한 자금력, 기술을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시장 진입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보통신산업의 이동통신 계측장비는 급속한 기술 발전 덕분에 선진국과의 기술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 관련 이동통신 계측기 분야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2년 시험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IMT2000이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는 지금 세계 이동통신 계측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철저한 차별화 전략과 한발 앞선 기술 개발, 축적된 노하우만이 다가올 차세대 이동통신 계측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이제 정부 기관에서도 관심을
우리나라에도 IMT2000 관련 기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단말기 개발 분과, 기지국 개발 분과, 서비스 분과 등 이른바 덩치가 커보이는 파트만이 대접을 받고 있고, 계측기 및 시험장비 분야에서의 관심은 항상 제외 대상이다.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윗모습보다는 수면 아래 가려진 세계를 이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21세기 디지털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정부와 각 관련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이동통신 계측기 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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