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코스닥 열풍으로 시작된 벤처붐은 수많은 벤처창업을 야기했다. 벤처기업의 조정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벤처스타」를 꿈꾸는 벤처기업인들의 행렬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초보 벤처기업들은 대개 「기술」과 「아이디어」만을 내세우기 때문에 경영·관리·재무·마케팅 등 여러가지 부족한 것이 많다.
그래서 벤처붐과 함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큐베이팅」(incubating)이다. 마치 미숙아를 제대로 키워주는 산부인과의 인큐베이터와 같이 여러모로 미숙할 수밖에 없는 신생 벤처기업을 어엿한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벤처인큐베이팅이 벤처붐 조성으로 벤처산업의 또 다른 영역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이제 벤처업계에서만큼은 「인큐베이팅」이란 용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다. 예비 벤처기업의 탄생은 물론 초기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업무공간과 연구실, 장비 등 하드웨어는 물론 자금·사람·기술·마케팅·경영컨설팅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벤처인큐베이팅 관련 업체만도 현재 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초기 벤처기업에 사무공간을 제공하면서 일정한 보육기간을 설정, 지원하는 하드웨어 인큐베이팅의 경우 산자부(TBI)·중기청(BI)·정통부(창업지원센터)·과기부 등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가 전국 대학을 중심으로 수백개가 운영중이다. 최근에는 벤처기업협회·세원텔레콤·이캐피탈·KTB네트워크·미래산업·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 민간기관과 업체들까지 잇따라 가세하고 있다.
경영컨설팅·마케팅·홍보 등 넓은 의미로 소프트웨어적인 인큐베이팅업체로 분류되는 업체는 부지기수다. 단순 경영컨설팅업체는 물론 벤처기업 홍보 및 마케팅 대행사, 온라인 벤처인큐베이팅업체, 해외 벤처비즈니스 지원업체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근에는 창업에서부터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지원하는 원스톱 인큐베이팅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벤처인큐베이팅 분야는 정부는 물론 관련기관과 벤처기업들 스스로도 정확한 개념정립과 방향성을 잡지 못한 상태다. 이는 전반적으로 국내 벤처산업의 역사가 짧다 보니 전문적인 노하우가 부족한데다 효율적인 인큐베이팅에 필요한 전문인력 등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사무공간과 단순 컨설팅에 그쳐 한국형 인큐베이팅 모델 정립이 안된 실정이다.
인큐베이팅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고 인식이 떨어지다 보니 많은 후유증을 양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큐베이팅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나 주식(지분)을 요구,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인큐베이팅업체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기업이나 유망 벤처기업을 주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정작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초기기업은 소외되는 왜곡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이미 젖을 떼고 잘 크고 있는 아이에게 우유와 빵을 주지 말고 인큐베이팅 없이는 성장하기 어려운 미숙한 벤처기업에 산소와 자양분을 제공, 유망 벤처기업으로 키움으로써 윈윈한다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TB인큐베이팅의 송낙경 사장은 『특정 분야의 단순한 컨설팅을 지원, 단기간에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벤처기업 성공확률에 비춰봤을 때 비현실적』이라며 『하드웨어적인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적인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과 성장 플랜을 세워 인큐베이팅을 실시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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