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의주밸리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의 신의주 지역을 극동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하려는 「(가칭)신의주밸리」 조성계획이 남한 기업들의 진지한 진출 움직임과 북측의 적극적 수용의사가 맞물려 급진전되고 있다. 지난 19일 신의주와 접경한 중국 단동에서 남과 북이 공동설립한 코리아남북교역센터가 문을 연 것도 이런 움직임을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의주밸리 계획이란 신의주 지역을 남북이 공동으로 극동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및 멀티미디어 개발단지로 조성하자는 안으로서, 남한의 하나비즈닷컴과 재미교포 계열 금강산국제그룹 등이 북한의 대남경협 창구인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에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측이 각종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북한은 유효 과학기술인력을 현지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은 그 시기와 교류규모를 감안해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눠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제1단계는 신의주와 불과 10∼20분 거리에 있는 단동에 북한 인력을 재교육할 수 있는 정보교육센터를 구축해 현지에 진출할 남한 기업들이 활용토록 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북한의 인력들이 압록강철교를 이용해 출퇴근하게 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어 남북 양측으로부터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어 제2단계는 단동을 근거지로 하는 남한 기업을 신의주 지역에 진출시키는 이른바 신-단(신의주-단동)벨트 구상이며, 마지막 3단계는 신-단벨트 지역의 남북 기업들이 소기의 기술이나 상품을 공동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 19일 코리아남북교역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민경련 고위 간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21세기를 과학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신의주밸리 계획을 언제든지 수용할 용의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IT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산업 전반에 대한 북한 고위층의 적극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계획에 참여하고자 하는 남한 기업들의 철저한 준비자세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IT수준은 남측과 5∼6년의 격차가 있다고 한다. 대학의 관련학과나 연구소 역시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의 규제 탓에 486급 컴퓨터 이상의 실습 및 개발 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즉 신의주밸리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측의 과학기술 수준을 일정 부분 끌어올리기 위한 선행투자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계획에 동참하려는 기업들은 따라서 사안마다 이런 현실을 십분 감안해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성급한 투자회수나 이익을 실현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민족화합적인 차원의 접근방식이 요구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북한측과의 신뢰감을 구축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민경련 고위 간부의 말을 빌면 그동안 투자를 약속한 남한 기업가들은 부지기수였지만 실천에 옮긴 경우는 극소수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수용할 용의」는 남한 기업들의 신뢰 정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신의주밸리의 조성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됨으로써 남북한 IT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민족 대통합의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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