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에게 듣는다>16회-김순택 삼성SDI 사장

삼성SDI 김순택 사장에 대한 대내외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결단력 있다」 「추진력 있다」 「매섭다」 등 주로 그의 업무 처리방식에 관한 평가들이다.

18년동안의 삼성그룹 비서실 근무를 통해 굵직굵직한 현안을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해오면서 이같은 이미지를 얻은 듯하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굳어지게 했다.

김 사장의 이미지에 「원만하다」 「소탈하다」와 같은 새로운 이미지가 덧붙여지고 있다. 한 기업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그의 퍼스낼리티가 조금씩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사장으로 취임한 후 7개월동안 김 사장은 몸에 밴 추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사석에서는 상하 구분없는 스스럼없는 행동으로 임직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갔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말 창립 30주년 기념 및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 기공식에서 『반도체 신화를 능가하는 디지털 신화를 만들겠다』는 큰 약속을 했다.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김 사장의 야망을 들어봤다.

-최근 삼성SDI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얼마 전 젊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주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내재가치로 보면 주당 9∼10만원은 돼야 하는데 시장이 여기까지 읽어주지 않아 안타까웠다. 한때 3만2000원대까지 떨어질 때에는 답답했다. 이제 시장도 조금씩 읽어주기 시작하는 것 같다.

-직원들에게 주가가 얼마나 오를 것으로 말했나.

▲전반적인 디스플레이산업의 호황으로 하반기에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감으로는 8만원선에 이를 것으로 보나 직원들에게는 7만원 정도로 얘기했다.

-브라운관시장 전망은.

▲디지털시대를 맞아 브라운관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나 PDP와 같은 평면디스플레이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오히려 디지털시대의 도래로 브라운관시장은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특히 평면브라운관은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로 자리매김하면서 디지털시대에서도 절대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세계 브라운관시장에서 삼성SDI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물량에서는 부동의 1위다. 이제는 질적으로 성장해 명실상부한 일등이 되는 것이 목표다. 우리 제품의 품질도 우수하나 아직 세계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올해 경영방침을 「최고 제품으로 일류에 도전」으로 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상반기 실적이 좋게 나타났던데.

▲해외사업장을 포함해 계획 대비 14% 초과한 2조9577억원을 달성했다. 경상이익도 3245억원으로 계획보다 418억달러 초과달성했다. 원래 2분기는 브라운관의 비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은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올해 역점을 두는 것은.

▲기존 브라운관사업의 우위에 바탕을 둔 뉴디스플레이사업의 진출이다. 상반기에는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인 브라운관을 개발해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신규사업도 일단 기술력에 승부를 걸겠다. 세계 최대 크기인 63인치 PDP를 개발했으며 종합연구소에서 전계발광소자(FED)와 액정온실리콘(LCoS)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도 개발중이다.

-신규사업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PDP사업은 이달중 양산을 목표로 막바지 공장을 건설중이다. 저가형(STN) LCD도 사업확대를 위해 라인을 증설중이며 컬러 STN LCD도 개발하고 있다. 전담조직을 구성한 유기EL사업도 조기 기술력의 확보, 양산을 위한 대외 제휴를 추진중이다. 유기EL도 이미 장비를 발주하는 단계다. 전지사업도 삼성전자에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IBM과 인텔 등에 공급하기 위해 승인절차를 밟고 있으며 차세대 설퍼전지의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PDP 분야에서 외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을 뜻이 있나.

▲필요하다면 제휴할 의사가 있으나 대부분 업체가 독자적으로 또는 제휴를 통해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제휴할 업체가 거의 없다. 애초 PDP에 관심이 없었던 소니가 최근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우리와 접촉은 없다. 소니는 삼성과 기업문화가 유사해 제휴하기 용이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디스플레이사업 환경은.

▲디지털시대의 도래로 이제는 한 기업이 독식하는 시절은 지났다. 뜻이 같으면 서로 협력하고 공동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래 삼성SDI가 해야 할 TFT LCD 사업이 삼성전자에 가 있는데.

▲이제 미련은 없다. 다시 달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또 잘 알다시피 이 사업을 삼성전자에 이관하도록 결정한 사람이 내가 아닌가. 이보다는 유기EL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낫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대북 진출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데.

▲장치산업쪽에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브라운관의 경우 3년이나 3년반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단순조립 공정인 후공정쪽이라면 대북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삼성SDI도 벤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국가산업적으로 바람직하다. 이 때문에 삼성벤처투자에 투자했다. 사내에도 벤처육성을 위한 전담조직도 뒀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직이 곧 벤처진출로 꼭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내임직원들이 「우리도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져도 이미 성공한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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