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2회>출연연 기관장 간담회-연구원 창업 이렇게 본다(1)

국가의 핵심 연구역량이 결집돼 있는 한국과학기술의 요람 「대덕연구단지」.

벤처열풍이 불면서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들도 그 열풍에 바람잘 날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연구원들은 벤처스타의 꿈을 품고 자리를 뜨게 됐고 연구소들은 이들의 공백으로 인해 신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각 연구소별로 창업보육센터를 개소, 우수한 기술력의 상품화 및 뛰어난 연구인력들의 창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연구원들의 이 같은 창업열풍이 국가의 주요한 기술력의 유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우수인력확보 어려움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연구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창업열풍으로 인해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연구단지에 불고 있는 벤처기업 창업열풍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연구원들의 창업이 연구소 및 창업자들 모두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다.

이에 대덕연구단지 주요 연구소들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단지 기관장들이 모여 연구원 창업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바람직한 연구원창업 및 효율적인 연구소 운영에 대해 토의했다. 편집자

◇주제=연구원창업, 이렇게 본다

◇장소=대전 대덕호텔 에머럴드룸

◇사회=이병민 한국표준연구원 정책실장

◇참석자=복성해 생명공학연구소 소장

손재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은희준 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정선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황해웅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가나다 순>

△사회=정보통신산업을 주축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은 90년대 후반 높아졌고 최근 생명공학, 신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 벤처열기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지요.

△정선종 원장=IM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7년 우리나라 기술투자수준은 7위인 데 비해 그에 대한 성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벤처붐이 일면서 제도적인 드라이브정책과 코스닥시장 활황과 함께 급격히 늘어난 자금지원 등으로 인해 기술투자의 실용화가 벤처기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자금면에서 중소·벤처기업 전성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에 필요한 것은 인력, 자금, 기술,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벤처창업은 아주 좋은 상황입니다.

△은희준 원장=정부의 벤처산업에 대한 정책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지만 아주 즉흥적이며 흐름을 엮어낼 수 있는 전략이 없습니다. 벤처열풍조성은 또 다른 의미에서 사행심리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정리, 좀더 안정적이고 건전한 상황에서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황해웅 원장=우리나라는 벤처라는 개념이 급격하게 들어왔다고 봅니다. IMF가 시작되면서 전기를 일으키기 위해 아무런 준비없이 도입된 게 벤처, 창업이라는 개념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준비도 없었고 벤처육성에 대한 모범 모델이 없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일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지금부터라도 연구원들이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으냐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손재익 소장=그 문제에 대해선 우리 연구소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성공적인 사례를 분석, 실패를 줄여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의지에 의해 벤처창업이 급속히 확산됐지만 벤처 본연의 미래 지향성을 위한 인프라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의 벤처문화는 우리 몸에 안 맞는 외부적인 벤처모델로 변형돼 있다고 봅니다. 우리에 맞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발전속도가 빠른 정보기술분야에서 투자기간이 긴 바이오쪽으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바이오쪽은 기본적인 기술이 확산돼야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기술에서 첨단기술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실제적으로 이런 기술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보수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복성해 소장=20년 전에 미국과 캐나다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지켜봤습니다. 최근 영국은 물론 가장 보수적인 일본까지도 변하고 있습니다. 벤처는 그야말로 벤처입니다. 미국도 성공률이 5∼10%에 불과합니다. 단순한 성공률에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성공이 안 된다는 전제가 더욱 높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벤처문화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봅니다.

△사회=전반적인 우리나라의 벤처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현재 벤처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정 원장=우리는 지금 자금, 제도적인 뒷받침에 힘 입어 많은 벤처가 생겨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사업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어느 기업이나 다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벤처현황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자금력에 힘 입어 리치마켓을 파고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바탕이 된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리치마켓을 주로 구사하는 한국 벤처기업의 전략은 단기적인 효과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이 벤처기업들의 가장 취약한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 원장=연구소에서 벤처라는 말이 나온 것은 1, 2년 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일입니다. 표준과학연구원의 경우도 이미 오래전에 원다레이다가 창업을 했었습니다. 이미 창업자가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연구소의 기술을 도둑질했다는 식의 비판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연구소가 창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30대 초반 한참 일할 나이의 연구원들이 창업을 한다고 나가는 것은 연구소의 입장에서 볼 때 연구원이 익힌 노하우가 아니라 연구소의 노하우와 기술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연구원 창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전략을 짰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전략부재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국가 과학기술의 중추를 맡고 있는 연구소들이 흔들릴 것입니다.

△황 원장=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육성할 수 있는 것이 정부출연연구소의 아이템이라고 생각됩니다. 출연연구소들이 갖고 있는 아이템 중 60%가 제조업에 속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벤처창업을 하는데 가장 잘 맞는 여건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제조업 분야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연구원들도 제조업에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계연구원의 경우 연구원 2명이 연구원 외부에서 창업을 했습니다. 그 외에 2명이 연구소 내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쳐 창업단계에 있으며 올해 2명이 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소 내에는 지난해 초 중소기업청과 협약으로 11개 기업이 인큐베이팅 과정에 있습니다. 공동연구로 창업을 해 가는 과정에 있으며 항공부품소재에 대한 창업에 대해 연구소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손 소장=에너지기술연구소 내에서는 10여명의 연구원이 창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에너지기술연구소의 경우 기술자체가 복합적인 기술입니다. 기존 기술에 대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기술까지 확보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정부지원이 필요합니다.

창업에 대한 열기는 많은 잠재력을 표출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현재 출연연이 정부의 방침 때문에 창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연구원 창업이 해당기업의 발전은 물론 연구소의 발전과 기술축적, 국가과학기술의 발전을 동시에 가지고 갈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복 소장=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벤처정책도 거의 없었습니다. 벤처1호가 10년 전에 나갔는데 도와줄 수 있는건 장비사용하는 것과 특허를 사용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2번째는 5년 전에 나간 기업입니다. 이 회사들은 얼마전까지 겨우 연명해왔습니다.

IMF이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정부도 경제위기의 탈출구로 각종 활성화 정책을 폈습니다. 그전에도 과기부가 몇 개 정책을 발표했는데 실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페이퍼상의 정책이었습니다.

△사회=그동안 추진돼온 벤처산업의 정책적 문제점들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벤처기업의 효율적인 육성을 위해서 선행돼야 할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 원장=벤처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기술개발에 벤처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연구소와 공존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잘 갖춰진 상황 하에서 공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연합이사회 체제가 이를 모델로 하고 있는데 60% 가량 진행하다가 만 것 같습니다. 이런 점들이 잘 이뤄져야지만 산업체가 적절한 인력 및 기술수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도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마케팅은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되지 않습니다.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죠. 이런 부분들은 시간이 걸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이 부분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 때문에 대기업이 욕심을 가져 M&A가 자꾸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극히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이상 기간이 지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부정책은 앞에서 리드하는 것은 고사하고 따라갈 능력도 없습니다. 이런 점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자금도 사금융에 의한 펀딩이 주 지원요소가 됐는데 이것도 50 대 50으로 균형을 이뤄 지원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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