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30여년 전이지만 대중화의 물결을 타고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범위를 국내로 국한하면 역사는 더욱 짧아진다. 사실 국내에서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였지만 그 이면에는 PC통신이라는 숨은 일꾼이 자리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PC통신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86년 데이콤의 전신인 한국데이타통신에서 제공하던 천리안이다. 같은 해 시작된 한국경제신문의 케텔(현 하이텔)을 비롯해 포스데이타의 포스서브(92년), 나우콤의 나우누리(94년), 삼성SDS의 유니텔(96년), SK텔레콤의 넷츠고(97년), LG인터넷의 채널아이(98년·현 데이콤 멀티미디어 인터넷) 등이 있다.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가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로 시작해 업계를 주도했다면 유니텔은 윈도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고 넷츠고와 채널아이는 처음부터 인터넷과 PC통신을 접목한 서비스로 뛰어들어 주목을 끌었다.
PC통신업계에는 처음 시작한 서비스는 다르지만 대부분 초창기 인물들이 업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인터넷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 학문을 익힌 해외유학파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국내 최초의 PC통신이면서 정상의 PC통신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천리안의 한가운데는 이운용 이사(46)가 있다. 경성고와 중앙대 전자공학과, 동 대학 국제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이 이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82년 데이콤에 입사, 현재 천리안 사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철저한 「워커홀릭」으로 통하는 이 이사는 EC, 경영기획본부, 총무본부 등에서 거친 경험이 바탕이 돼 사업을 벌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에서 관리까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 또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며 일을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데이콤의 정보통신분야에서 두루 거친 풍부한 경험이 바탕이 돼 천리안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SDS에서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온 유니텔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세호 사장(45)의 이력은 소박하면서도 화려하다. 국립철도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한 것도 이채로웠지만 대학 재학 당시에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 사장은 연세대에서 전기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따냈다. 이후 삼성SDS 컨설팅 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 말에는 한국소프트창업자문으로 잠시 외도한 뒤 지난 3월 유니텔 분사와 함께 사령관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강력한 업무 추진력 때문에 「리틀남궁」으로도 불리는 강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정보통신 및 인터넷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부분 업체가 간과했던 부분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오랜 기간동안 컨설팅 업무를 맡으면서 사람과 업계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탈한 성격 때문에 때로는 대기업의 사장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편하고 술자리에서 쏟아내는 구수한 입담도 일품이다.
서비스 시작 만 4년된 후발주자인 유니텔을 서비스 10년을 넘어선 업계의 형님인 하이텔을 제치고 천리안을 위협하는 강력한 업체로 성장시킨 숨은 공로자 이무은 상무(48)는 경북고와 서울대 공대, 동 대학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이후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물산 해외관리팀, 삼성SDS 정보통신팀을 거쳐 현재 유니텔의 상무로 재직중이다. 「일이 취미」라고 말하는 이 상무는 95년 유니텔사업부를 맡으면서 손수 「벤처정신」이 무엇인지 사원들에게 알려준 인물이다. 서비스 준비시기에 건강 때문에 병원에 잠시 입원하기도 했던 그는 절대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눈을 피해 노트북PC로 업무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일환 한국통신하이텔 사장(47)은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의 산 증인이다. 업계에서는 PC통신으로 시작해 전용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천리안을 업계 1위의 PC통신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지 않아 지난해 공채사장으로 당당하게 한통하이텔에 입성했다. 성동고와 한국항공대학, 연세대 산업대학원에서 공업경영학을 수료한 그는 한국표준협회를 거쳐 85년 데이콤에 입사, 천리안을 업계 정상으로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 지난 97년에는 「사이버 스페이스 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지난해에는 실리콘밸리 벤처사업가의 성공비결을 번역하기도 했다.
영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78년 한국통신에 입사한 후 92년부터 줄곧 한통하이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인근 이사(42)는 케텔에서 하이텔로 바뀔 때부터 하이텔과 지내온 시간만 10년에 이른다. 그로부터 하이텔이 시작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한통하이텔 사원으로는 처음으로 이사로 승진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하이텔 창사초기 6개월 이상 밤을 새워가며 하이텔의 터를 닦아 오늘의 하이텔을 만들었기에 한통하이텔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크다. 21세기 하이텔의 비전 및 사업방향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한 그는 늘 「긍정적으로 생활하자」고 생각해서인지 얼굴에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어 직원들이 많이 따른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누구보다 강조하는 심현정 한통하이텔 콘텐츠사업본부 본부장은 60년생으로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86년 데이콤 입사로 인터넷과 인연을 맺었다. 천리안에서 동호회 및 EC, 고객센터를 거쳐 지난해 6월 한통하이텔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기획과 추진력을 중시하며 중지가 모아지면 과감히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많은 사람을 만나 정보를 교환, 늘 업계 동향에 촉각을 세우며 종종 강남역과 대학로에 나가 유행에 민감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19일 나우콤의 새 사령탑에 오르는 이재현 두루넷 부사장(36)은 미국 브라운대학과 동 대학 경영대학원 석사를 거쳐 올초 두루넷에 전격 스카우트되기 전까지 8년 넘게 보스턴 컨설팅 그룹인터내셔널에서 일해 온 국제 경제 및 기업전략 비즈니스 전문가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인터내셔널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통신, 하이테크, 미디어 분야 컨설팅업무를 맡아왔으며 두루넷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업계동향 및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시각을 갖췄다. 특히 두루넷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해외사업진출, 인수 및 합병(M&A) 등 전략기획 업무를 총괄한 그는 두루넷의 21세기 비전을 수립하고 내부전략을 챙기는 지략가로 활동했다.
부산공업고등학교와 부산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연합통신에서 기자생활을 한 강창훈 전 나우콤 사장(44)은 한국경제신문의 케텔과 한국PC통신(현 한통하이텔)의 하이텔 사업을 두루 거쳐 94년 나우콤을 설립했다. 거대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나우콤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아이디어뱅크인 강 사장의 추진력과 과감한 결단, 빠른 판단력이 뒷받침됐다. 하루에 담배 세갑을 거뜬히 해치우는 골초(?)에 거의 매일 술에 절어사는 탓에 밤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본 적이 없는 그는 0점짜리 남편이다. 강 사장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비디오나 영화를 보는데 최근에는 정보통신분야의 발전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SF물도 자주 본다고 한다.
강 사장과 함께 나우콤을 설립한 문용식 이사(40)는 분석가며 논리력이 뛰어나 나우콤 전략 수립의 요체를 맡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그는 80년대에 5년여를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으로 수형생활을 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론가로서만이 아니라 돌파력을 갖춘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나우콤 내에서 「돌쇠」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한번 옳다고 판단한 것에 대한 추진력이 뛰어나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전산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딴 김정국 상무(45)는 인터넷과 PC통신을 결합한 SK텔레콤의 넷츠고 서비스 준비단계에서부터 참여해 현 위치까지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그는 맥도널드더글러스와 벨커뮤니케이션스리서치 등 미 IT관련 업체는 물론 현대전자·현대정보기술 등에서 SW연구소에서 개발담당 이사를 거친 엔지니어다. 회의중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아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연구소 생활이 많았던 탓인지 업무추진 스타일도 논리적이다.
PC통신 업체로는 가장 늦게 시장에 등장한 채널아이의 사령탑인 박영수 사장(44)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전형적인 「KS」 출신이다. 박 사장은 83년 데이콤에 입사한 이래 줄곧 기획·재무·마케팅·사업개발 등의 업무를 맡아온 경영기획 전문가로 데이콤 창립이래 최단기 이사 승진을 기록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인재다. 박 사장과 함께 DMI를 이끄는 최주선 상무는 중동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데이콤에 입사해 천리안 사업을 맡아오다가 올초 DMI가 출범하면서 옮겨와 박 사장과 함께 손발을 맞춰가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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