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IMT2000>29회-윤곽드러난 시사기준 초안

정보통신부가 IMT2000 정책방안을 지난 12일 최종 확정한 데 이어 14일 심사기준 초안도 발표함으로써 기술표준문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정책방안 발표 당시에만 해도 모호한 상태였지만 14일의 심사기준 초안이 명확한 지향점을 담고 있어 이제 기술표준문제는 사업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결론적으로는 사업신청자들은 IMT2000 컨소시엄구성 및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의 협조가 절실해지게 됐다. 통신장비업체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사업권 획득에서 밑바닥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국내시장의 IMT2000 기술표준은 12일 발표된 정책방안과 14일 발표된 심사기준을 연장선상에서 살펴야 한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의 IMT2000은 2동기, 1비동기 사업자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방안의 기술표준

정책방안에서의 기술표준은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14일 발표한 심사기준에서 구체화된다.

정통부는 정책방안에서 「복수표준을 채택하여 업계가 자율로 결정토록 할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여기서 복수표준은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의미하며 업계는 서비스사업자와 통신장비업계를 공동으로 지칭한 표현이다.

복수표준과 관련, 업계에서는 「사업자들이 동기식과 비동기식 중에서 자율결정한다」와 「사업자들이 복수표준 내에서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라는 상반된 분석이 혼재했다.

복수표준이 강조되면 우리나라 IMT2000 기술표준은 1동+2비 또는 2동1비에서 결정되고 자율결정이 강조되면 동기 또는 비동기의 단일표준도 가능해지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언급한 복수표준은 전자의 의미인 복수표준이 강조된 것이다.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논의된 5개의 IMT2000 기술표준 중 동기식과 비동기식 2개에 한해 논의를 진행해온 상태였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복수표준 내에서 방식을 자율결정한다는 설명은 의미가 없다.

특히 정통부는 정책방안에서 「복수표준을 채택하여」라고 했고 부연설명으로 「복수표준을 채택하게 되면 균형적인 산업발전을 가져올 수 있으며…」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표현은 사업자가 동기와 비동기를 놓고 자율결정하는 것이 아닌 IMT2000 3개 사업자는 반드시 「2동+1비」 「1동+2비」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동기식 3개 사업자, 비동기식 3개 사업자 선정은 없다는 의미와 같다.

그러나 사업신청 예상기업 4개는 모조리 공식적으로는 비동기를 선언하고 있고 장비업계는 LG정보통신을 제외하고는 최소 1개 이상의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외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IMT2000 허가신청법인과 장비제조업체간에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결정토록 한다고 말했으나 민간주도의 자율협의기구도 없으며 시점도 모호한 상태다.

이같은 상태에서 단일표준이 아닌 업계자율의 복수표준 결정이 가능할지는 외견상 의문이었다.

특히 안병엽 장관은 『기술표준과 관련해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 또는 권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으며 이같은 대상은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통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한 정부가 사업자의 기술표준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평가됐던 「컨소시엄」문제에 대해서도 안 장관은 『사업신청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으면 떨어질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핵심수뇌부들은 여전히 복수표준의 IMT2000사업자 선정을 자신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특히 최소한 1개 사업자는 동기식을 채택할 것이며 기술표준논쟁의 핵심은 한국통신까지 동기식을 채택할 것인지의 여부라고 설명한다.

정책방안 발표 전후 모든 사업신청기업이 비동기를 선언했던 상황에서도 정통부는 「복수표준」을 확신했고 현재도 비동기 방식으로의 단일표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신서비스 시장과 관련,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정부의 이같은 확신은 금융개혁이후 기업개혁을 밀어붙일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심사기준의 기술표준

정책방안에서 모호했던 기술표준은 14일 발표된 심사기준 개선초안에서 구체화한다.

발표된 심사기준 개선초안의 핵심은 개별 IMT2000컨소시엄 중 누가 장비제조업체를 10% 안팎 지분의 주요주주로 끌어들이고 그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에 있다.

발표된 심사기준 개선초안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주요주주의 역할강화 및 심사비중 제고다.

정부는 전체의 30%를 배점한 재정적 능력 심사에서 주요주주에 대한 비중을 제고했다.

먼저 주식분산 평가(4점)에서 정보통신 중소기업과 콘텐츠업체와 함께 통신장비 제조업체를 명기했고 다음으로 신청법인 및 대주주와 함께 주요주주의 자금조달계획 적정성(5점)을 평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른다면 10%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자본금 1조원의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1000억원의 출자와 1000억원이 넘는 출연금, 투자 및 증자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고 IMT2000과 연관성을 갖는 「주요주주」는 단연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꼽힌다.

정부는 재정적 능력 심사항목에서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통신장비업체들을 2대주주로 참여시킬 것을 은연중 강조하고있는 것이다.

주요주주로서의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통신장비업체들은 기술력 부문 심사에서 막대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장비조달을 위한 국내외 장비제조업체 등과의 협력계획(3점)을 요구했고 「신청법인의 해당역무제공과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대주주, 주요주주, 전략적 제휴업체들의 기여도(5점)」 「시스템 구성 및 서비스 품질목표의 우수성(8점)」을 중요 고려사항으로 정했다.

통신장비업체가 주요주주로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계획서 작성도 힘들 뿐더러 설령 작성한다 하더라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청법인이 해당역무제공을 통해 정보통신산업발전 및 국민경제 기여도(6점)」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신청법인이 통신장비업체의 협력을 얻되 우리나라가 세계1위인 동기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장비업체 중에서 1개 사업자를 선정했던 지난 96년의 PCS 허가와 달리 이번 IMT2000사업자 허가는 서비스사업자와 통신장비업체의 연계가 핵심 포인트인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1개 법인은 1개 컨소시엄에만 참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같은 분석을 전제로 한다면 동기식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전자의 입김 강화는 분명해진다.

이같은 심사기준은 12일 발표된 정책방안과 연속성을 갖는다. 정책방안은 「기술표준은 복수표준으로 하여 업계(IMT 허가신청법인과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했다.

정책방안에서의 업계자율결정이 심사기준에서는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주도권을 갖는 업계자율결정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컨소시엄의 주도권을 갖는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LG정보통신(비동기)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기식 옹호론자라는 점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술표준이 최소 1개 이상의 동기식을 채택할 것을 의미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2개의 동기사업자를 가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통신과 달리 SK텔레콤은 삼성전자나 현대전자의 절대적인 원조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여 SK텔레콤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러한 심사기준이라면 「업계자율의 복수표준 채택」을 확신하는 정통부가 아무런 근거없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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