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볼 만합니다. 지난 100일 동안 이동전화 시장에 대한 파악도 끝냈습니다. 단말기 보조금 폐지 등 변화도 많았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이용경 사장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취임초기 긴장했던 모습과는 판이했다. 그만큼 회사 분위기에 적응했고 사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릴 만큼 여유도 갖췄다.
이 사장은 시종일관 자신있는 자세로 입장을 밝혔다. 대외적으로 소문이 난 「부드럽기는 하나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이 사장은 최근 전체 팀장급의 보직과 자리를 변경할 만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합리적 인사」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했다.
『저는 합리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저의 경영철학이기도 하죠. 팀장급 이상의 보직에 대해 우선 사람을 평가한 뒤 적재적소에 배치시켰습니다. 팀장은 자신과 일하고 싶은 사람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이렇게 이뤄진 겁니다.』
이 사장의 말에 의하면 합리적으로 인사를 단행했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사를 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60여명이 넘는 팀장급 교체도 바로 합리적인 인사에 따른 파격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인사는 조직개편의 의미가 컸다. 인터넷부문과 마케팅부문을 강화한 것이 조직개편의 핵심. 이 사장은 조직개편과 담당부문에 핵심인력을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목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인사로 「한통프리텔 내부를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는 외부 시각을 거부한다.
『사장 취임 100일 만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마케팅의 큰 축이었던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됐고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을 인수했습니다. 이동전화 시장에 있어 수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한 변화였습니다.』
이 사장은 지난 100일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조성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마케팅부문과 기획부문을 강화한 것도 새로운 시장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정리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산을 담당할 임원급 스카우트를 마무리했다. 부족한 부문을 보완해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쟁풍토를 만들기 위한 이 사장의 꼼꼼한 성격이 엿보인다.
기반 조성을 위해 PCS사업자간 공조관계도 복원하는 등 대외협력에도 적극 나섰다. 이동전화시장에서 가입자 서열 2위의 기업에 맞는 위상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오클라호마대학교, 버클리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이후 미국 AT&T에서 연구원생활을 하다가 91년 한국통신과 인연을 맺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랜 연구원 생활에서 오는 치밀함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그에게는 힘이 된다.
『저는 신입직원에게 꼭 한 가지를 물어봅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탈법, 편법을 강요할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신입사원 면접 자리에서 이 사장의 이러한 질문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런 질문이 된다.
이 사장이 말하는 모범답안은 이렇다. 「직장상사가 조직을 위해 탈법, 편법을 지시한다고 해도 이를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조직폭력배가 아닌 회사라는 조직의 일환이기 때문에 부도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아무리 높은 상사가 지시를 하더라도 그것이 절차나 방법을 무시했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사장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 때문에 합리적인 사람은 때에 따라 「깐깐」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회사 내에서 이 사장이 좋아하는 사람은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도 예쁘다. 다만 한번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단서조항이다.
『회사가 활성화되려면 직원들의 언로가 뚫려 있어야 합니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과감하게 상사와 동료들에게 이같은 생각을 설파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의 통일된 힘으로 모아집니다. 바로 회사의 저력이 됩니다.』
마케팅이 약할 것이라던 생각과 달리 이 사장은 취임 이후 「Na」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층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사장은 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침체된 시장에 「Na」브랜드와 관련된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등 강력한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브랜드 프로모션 인센티브, 요금 패키지 개발, 이동전화 단말기 특수화, Na지트·Na캠퍼스존 구축 등이 바로 그것이다.
보조금이 없을 때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이다. 가입자 유치전략에는 가입자의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이 사장의 집안은 전통적인 의사 집안이다. 이 사장은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이형래옹의 3남2녀 중 막내. 그의 형님은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수술에 성공한 이용각씨다. 이런 영향을 받아 그의 꿈에서는 휴머니티가 물씬 풍긴다.
『개인적으로는 기아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훗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아문제로 고통받는 후진국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 사장의 미래는 아마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후진국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될 듯하다.
끝으로 이 사장에게 한통프리텔에 대한 경찰 수사 착수에 대해 물었다. 『사장 취임 전에 일어난 일이라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경찰의 수사에는 적극 협력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무리한 신주발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예상외로 덤덤하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약력>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 연구전문위원 △중점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위원회 위원(통신분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정보통신표준총회의장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 전무이사 △한국통신연구개발원 원장 △미 AT&T 벨연구소 연구원 △미 엑슨(Exxon)사 연구원 △미 일리노리주립대 조교수 △미 버클리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미 오클라호마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 석사 △서울대 전자공학과
<수상경력>
△2000년 기술경영인상 △제43회 정보통신의 날 동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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