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에 엔진을 달자>4회-발목잡는 법제도

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khkum@etnews.co.kr

법은 구속력을 갖는 규칙을 의미한다. 이는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한 법칙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따라서 법이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져 사회기강을 흔들어서도 안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문제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우리의 벤처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벤처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일일 것이다. 현재 벤처 관련법은 지난 97년 10월에 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비롯해 수십개에 이른다. 법령의 수적인 면에서 보면 벤처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을 포함, 선진국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사실 이 법을 근거로 우리의 벤처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해 왔다. 이러한 추세라면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2002년이면 2만개 정도의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법과 제도를 놓고 보면 우리의 벤처비즈니스 관련법은 무엇인가 잘못돼 있는 것 같다. 우선 이 법들은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97년 10월 1일부터 2007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는 이 법을 몇번 손질해 처음과 달리 벤처기업의 적용범위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및 창업투자조합 등이 해당 기업 자본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한 기업, 연간 총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의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인 기업, 특허 및 실용신안 등의 기술을 주된 부분으로 사업화하는 기업으로 확대하고 외국인의 주식취득한도 폐지와 함께 주당 액면가를 5000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법에 대한 특례를 인정해 액면가 100원 이상으로 주식을 발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이 법은 당초 제정 목적대로 벤처기업들의 금융·인력·기술·입지 등 생산요소들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법 개정은 오히려 역작용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원활한 금융조달을 앞세워 주식액면가를 100원이나 500원짜리로 발행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름도 없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또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생성하게 해 부실한 벤처투자회사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은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완화된 법이 잘못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벤처관련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는 것은 비단 「벤처기업육성법」만이 아니다.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기업간 인수합병(M&A)도 증권거래법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벤처기업은 일반적으로 자산이 많지 않은 대신 부채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주식을 맞교환하는 스와핑을 선호한다. 그러나 신주를 발행할 때 그 액수에 제한이 있고 출자한 주식에 대해 법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것도 벤처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후 대주주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등록전 1년 이내에는 유무상증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건실한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운용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병역법에 의한 병역특례제도도 그렇다. 벤처기업에 있어선 이 제도도 반드시 고쳐야 할 제도다. 병역법에 의하면 병역특례자는 일반 기업과 벤처기업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자금면에서 열세에 있는 벤처기업들은 우수한 병역특례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병역특례 대상자수를 상시종업원수에 따라 배정하기 때문에 아웃소싱을 주로 하는 벤처기업들로선 많은 특례대상자를 배정받기가 더욱 어렵다.

이밖에도 현실과 맞지 않는 벤처관련 법과 제도들이 많다. 이를 그대로 두고선 우리 벤처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는 꿈꿀 수 없다. 정부는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벤처관련 법의 개정을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법과 제도가 발목잡지 않더라도 벤처기업의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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