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벤처 사무실 한 쪽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들리고 뒤를 이어 몇번 더듬으며 이를 따라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강사는 없다. 모두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사이버 교육이다. 하루 업무가 끝난 벤처회사 직원들이 퇴근 전 인터넷을 통해 중국어를 수강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풍경은 요즘 벤처 사무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벤처기업의 중국·일본 등 해외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해당분야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외국어 수강은 이제 필수다. 업무진행은 물론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노력으로 점차 일반화하는 추세다.
특히 벤처인들의 경우 절반이상이 일반학원 수강이 아닌 원격교육을 이용한 사이버 어학원을 통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8년부터 사이버 어학원을 운영중인 유니캠퍼스(http://www.unicampus.co.kr)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동기대비 175%이상 수강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강생 중 28%는 벤처기업, 32%는 대기업을 포함한 일반기업에 근무중이다. 나머지는 학생(대학원생 포함) 24%, 자영업 13%, 주부 및 기타가 3%를 차지하고 있다. 수강과목에서도 전체 수강생의 60%가 영어를 수강하고 중국어(20%), 일본어(19%), 불어(1%) 등의 수강생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산정보통신(http://www.youngsan.co.kr)의 경우 전체 직원 120명 중 32%가 외국어를 수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3%인 8명 정도만 일반학원을 다닐 뿐 절반이상의 직원들이 유니캠퍼스·송강흠어학원 등 이른바 사이버 외국어 교육사이트를 이용해 외국어를 배운다. 여행전문 포털사이트인 넥스투어(http://www.nextour.co.kr)의 경우 아예 전직원 30여명이 회사의 배려로 사이버 어학원에 등록했다. 근무시간의 많은 부분을 여행관련 인터넷 검색 및 개발에 할애하는 업무의 특성상 외국어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 사이버교육 시장 전망
인터넷의 발전과 PC의 빠른 보급, 초고속통신망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전통적인 교육산업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기반을 둔 교육업체가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업체들도 온라인 교육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사이버교육은 이전부터 존재하던 전통적인 교육의 내용을 온라인화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을 통해 거리, 시간상 제약을 극복해 정보사회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저렴한 형태로 교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육민주화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교육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초중고생에 대한 사교육시장에 더해 유아교육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지식의 빠른 변화와 발달에 따라 끊임없는 학습의 필요성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개인 및 기업의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교육은 인터넷 관련 다른 사업분야와 마찬가지로 e에듀케이션시장을 주도할 업체로는 기존 오프라인의 확고한 기반과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폭증하는 교육솔루션 수요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 개발업체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의 기반없이 새로이 e에듀케이션 사업에 뛰어든 순수 인터넷업체들의 성공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독자적인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특화된 시장을 점유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는 연간 2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속히 증가, 2000년 2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CD롬타이틀을 포함한 사이버 교육시장도 2003년까지 연평균 10.9%, 2004∼2008년 연평균 15.5%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사이버교육시장은 5조원 규모에 달하며 2005년에 15조원으로 3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교육관련 솔루션은 시장이 형성되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진출기업들은 시장형성을 주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원격교육시스템 구축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 시장은 급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관련 솔루션의 경우 다른 SW에 비해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SW와 마찬가지로 안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므로 상대적으로 일찍 시장에 진입해 시장조성을 주도한 업체의 제품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 ESP사업 신종 유망사업으로 부상
ESP(Education Service Provider)는 교육분야의 전문화된 ASP로 원격교육을 위한 토털서비스를 뜻한다. 호스팅은 물론 전용선 및 서버호스팅과 함께 고객별 맞춤관리시스템을 구비하고 교육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용 솔루션을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대부분 ESP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할 경우 고가의 솔루션을 직접 사지 않아도 되고 실시간 솔루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서비스 업체로서는 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솔루션업체로서도 교육솔루션의 직접 판매에서 저가 임대방식으로 박리다매할 수 있어 판로를 확장하는 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파크가 교육 B2B사업 진출을 선언, 콘텐츠에서도 ESP가 가능하게 됐다.
인터파크의 교육 B2B사업은 사이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콘텐츠를 사들여 서비스업체에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그간 부족했던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떠오르는 유망직종 사이버 강사
98년 4월 국내에서 최초로 인터넷 원격강의를 실시해 사이버 강사의 전형을 만든 김규현씨(37·김규현 사이버어학원 원장)는 25분 강의로 유료회원 모집 7만5000명을 돌파했다. 김씨는 자신의 어학사이트인 유니캠퍼스(http://www.unicampus.co.kr)는 물론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에서도 수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매일 열강을 하고 있다. 야후코리아·심마니·조인스닷컴·두루넷·KBS·하이텔·유니텔·천리안·나우누리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 유수의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영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는 95년 학원강사의 길에 들어선 이후 98년 4월 처음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고 2000년부터는 100% 인터넷 강의만 하고 있다. 김씨는 『사이버 강의는 기존 학원에 비해 자본이 많이 들지 않고 투자비를 쉽게 회수하는 등 위험부담이 적은 것이 매력』이라며 『초중고교생을 중심으로 한 교과과정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차원의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되어 원격강의를 하는 강사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방송 번역작가로 활동하면서 중국어 사이버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백은영씨(37)도 하루 1만5000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한 인기강사다.
시내 유명 외국어학원 인기강사가 하루 평균 250명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에 비하면 사이버학원 강사의 경우 수백배나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두 평 남짓한 강의 녹음실만 있으면 수만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유명 강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 학원 강사들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자 최근 학원강사들의 창업 열기도 붐을 이루고 있다. 삼성 E캠퍼스에서 일본어 사이버강사로 활동중인 최정호씨(31)는 최근 J캠퍼스라는 일본 전문 사이버교육사이트 창업을 준비중이다. 입시학원 강사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던 것이 요즘에는 사이버 학원강사로 전이되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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