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약칭 사정연)는 온라인 상설 공청회, 열린 의정활동을 지향합니다. 21세기 디지털 사회를 맞이해 국회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사정연은 인터넷을 통해 시공의 제약을 벗어난 의정활동을 펼칠 작정입니다. 비록 사정연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사정연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허운나 민주당 의원(51)은 국회가 다가오는 디지털사회에 대한 대비에 너무 소홀하다는 인식아래 의원의 한 사람으로 올바른 디지털사회 실현에 앞장서기 위해 사정연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국회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는 지난 6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됐다.
김근태 의원, 박근혜 의원, 이인제 의원, 유재건 의원, 한화갑 의원 등 쟁쟁한 국회인사들의 축사로 시작된 이날 창립대회는 이만섭 국회의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의원들과 140여명의 일반인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사정연은 디지털사회의 불평등과 역기능을 예방하고 올바른 사이버 정보문화를 조성·발전시켜 나가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정책수립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평소에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통해 축적된 정보와 데이터를 활용해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사정연은 남북한 사이버문화 교류도 적극 추진해 또다른 채널인 사이버 통로를 통해 남북이 하나가 되는 데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사정연은 수요일마다 조찬포럼을 갖기로 했다. 바쁜 의원들이 매주 한 번씩 모인다는 게 너무 어렵지 않느냐는, 그래서 과욕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사정연의 활동방향을 온라인 상설 공청회로 잡은 것은 바로 그 같은 우려 때문입니다. 의원들뿐 아니라 바쁜 업계인사들이나 전문가들도 매주 꼬박꼬박 조찬포럼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정연은 언제 어디서나 연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사정연 홈페이지(http : //www.nacic.or.kr)가 바로 그 것입니다.』
허 의원은 사이버 스페이스 상의 열린 공간에 연구회 및 포럼의 모든 활동 내용과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사정연에 마음껏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홈페이지는 회원들은 물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 깊이 있는 토론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테마별로 게시판과 온라인 투표장이 마련돼 일반인들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정연에는 민주당의 김근태·이인제·유재건·장영신·한화갑 의원과 한라당의 박근혜·이상희 의원 등 7명이 고문으로 있다.
또 민주당 의원 12명과 한나라당 의원 4명, 민국당 및 무소속 의원 각각 1명씩 총 18명이 정회원으로 입회했다.
강숙자(민국), 김기재(민주), 김한길(민주), 김희선(민주), 박상희(민주), 오세훈(한나라), 유재건(민주), 이상희(한나라), 이인제(민주), 임종석(민주), 심규섭(민주), 장영달(민주), 장영신(민주), 정동영(민주), 정몽준(무소속), 정병국(한나라), 최연희(한나라) 의원과 회장인 허운나 의원 등이 이들이다.
준회원도 8명에 달한다.
김경천·김윤식·김효석·남궁석·박인상 등 민주당 의원들과 박원홍·안영근·엄호성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모두들 과학기술정보통신분야나 사이버세계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상임위활동과 더불어 사정연을 통해 올바른 사이버 정보문화 정착에 힘써준다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입니다.』
허운나 의원 자신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분야에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문헌정보학 석사와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허 의원은 지난 99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 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삼성SDS 자문교수와 현대 HIT자문교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자문교수 등 정보기술(IT)분야 자문과 강연활동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허 의원은 이같은 활동이 인연이 돼 이번에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제가 전국구 의원이라는 점도 사정연 활동에 나서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지역구 의원들은 너무 바빠요. 상임위 활동도 펼쳐야 하고 지역구도 돌봐야 하고…. 사실 지역구 의원들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공부조차 제대로 할 시간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지역구 부담이 없는 제가 감히 나선 것입니다. 지역구 의원들은 제가 발로 뛰어 마련해놓은 자리에 잠시 참석만 하더라도 의정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허 의원은 사정연의 주례 수요조찬포럼을 빠뜨리지 않고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두 번에 걸쳐 조찬포럼을 가졌다.
조찬포럼은 의원들과 보좌관, 업계 전문가,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정보통신 관련 제반 분야별 현황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적·법제도적 정비를 논의하는 연구의 장이다.
『디지털 세계, 사이버 세상은 첨단기술과 문명이 만나는 곳입니다.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과 의원들에게도 너무나 어렵고 생소한 분야입니다.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지식과 일반인들의 폭넓은 사회인식이 동시에 곁들여지지 않고서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지요. 사정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분야의 전문지식과 국회의 사회인식을 교차시킴으로써 올바른 사이버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조찬포럼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물을 토대로 디지털 소외·불평등과 같은 디지털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예방과 안전장치 마련에 필요한 정책수립 및 입법활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게 허 의원의 포부다.
『수요조찬포럼에서는 각종 디지털사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하나하나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전자상거래, 전자정치, 사이버커뮤니티, 사이버교육 등은 디지털사회로 인해 인간과 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는 대표적인 순기능들입니다. 반면 지역간·계층간 정보불평등이나 노인·여성·장애인들의 정보소외, 그리고 해킹, 사생활침해, 정보유출, 사이버 성폭력 등 역기능도 많습니다.』
국회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바로 사이버 세상의 역기능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지적재산권이나 전자상거래 등 새로이 출현하고 있는 경제·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제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사회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21세기는 3F시대라고 합니다. 여성과 감성(feeling)이 중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이지요. 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정에 묻혀 있는 여성들의 정보화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허 의원은 지금이 주부, 여성, 여성단체, 여성교사 등을 지식정보사회의 주역으로 이끌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남북한간 사이버교류에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남북화해무드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서 사이버 교류는 남북간 격차에서 오는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아마도 앞으로 가장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바로 사이버 공간일 것입니다. 지금이 남북한간 사이버 정보문화 교류를 모색할 적기입니다.』
디지털사회와 남북화해무드 속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원의 한 사람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 부담스럽다고 하면서도 사정연이 있기에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난다며 허 의원은 활짝 웃는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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