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연재-CNET코너>쇼핑몰 버그로 네티즌 의외의 횡재

최근 미국의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는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의 결함으로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상품이 판매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에는 쇼핑몰들의 「실수 세일」이 3건이나 발생, 네티즌들의 공짜 심리를 한껏 자극했다.

블라딕(Vladik)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난 한 주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들의 천국이었다』며 『수년간 온라인 쇼핑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바이닷컴(Buy.com)은 지난주부터 5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50달러짜리 무료 쿠퐁을 나눠주는 행사를 기획했다. 그러나 쇼핑몰을 운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이상으로 모든 고객에게 50달러짜리 쿠퐁이 발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바이닷컴에서 50달러 미만의 물건을 구입한 사람은 「물건도 받고 돈도 받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런 사실은 몇몇 게시판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어 순식간에 수천명의 네티즌이 「왕 대박」 이벤트에 참여했다. 바이닷컴의 호킨스 사장은 『이날 발생한 4500건의 구매주문 중 500달러 이상의 주문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며 『컴퓨터의 결함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실수든 아니든 내가 알 바 아니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나는 분명히 시간을 투자해 쇼핑을 했으므로 받은 물건을 되돌려 주거나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스테이플스닷컴(Staples.com)도 지난주 시스템 업그레이드 도중 발생한 실수로 60달러 상당의 서류 가방을 1센트에 판매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날 가방 5개를 구입한 고객의 영수증에는 「상품가격 5센트, 세금 33센트, 배송료 3.95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블라딕이라는 고객은 『이 가방들을 e베이(eBay)에 경매로 내놓을 생각』이라며 『며칠 전 같은 가방이 1개당 40달러에 경매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실제로 배달이 완료된 건은 얼마 안 된다』며 컴퓨터의 실수로 일어난 「깜짝 세일」을 취소할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아마존이 100억원 가량을 투자했던 이지바닷컴(eZiba.com)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지바닷컴은 고객유치 차원에서 첫 거래에 한해 구입금액에 관계없이 20달러를 깎아주는 파격 이벤트를 진행했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물건들이 팔려나갔지만 여기까지는 회사측이 예상했던 상황. 그러나 소비자들이 아이디를 바꿔가며 수십번씩 이런 파격세일에 참가하면서 회사측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단지 브라우저의 「새로고침」 단추를 누르기만 하면 늘 「처음 방문한 손님」으로 인식하는 컴퓨터 덕분에 일부 고객들은 수십차례 공짜 쇼핑을 즐겼고 회사측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자작극의 냄새가 난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침체에 빠진 인터넷 쇼핑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의로 집어넣은 버그라는 것. 한 네티즌은 『수많은 게시판에 이들 쇼핑몰의 이름이 나붙었다』며 『홍보효과를 감안하면 결코 밑지지 않은 장사』라고 꼬집었다. 이지바닷컴의 홍보담당자인 젤다 스턴도 『나름대로 성공적인 프로모션이었다』며 만족해했다.

한편 일부 동호회 사이트에서는 네티즌의 양심에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예기치 않은 깜짝 세일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DVD토크」라는 DVD 관련 동호회 운영자인 글라이먼은 『「DVD가 단돈 6달러」라고 수없이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모두 삭제했다』며 『네티즌들은 온라인 쇼핑몰들의 실수를 감싸줄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