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정보기술(IT)업계 등을 중심으로 전자화폐 합작회사들이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시장성이나 이들 업체의 수익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들어 다수의 전자화폐 합작사들이 경쟁적으로 설립되면서 시장분위기는 고무되고 있으나, 최소한 수년간은 이들 전문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황=올 들어 전자화폐 전문회사를 표방하며 합작사 설립을 가시화한 곳은 몬덱스·비자캐시·K캐시 등 3개사. 최근에는 국내 신용카드사인 삼성카드·LG캐피탈이 공동 컨소시엄을, 부산은행도 비접촉식(RF)카드 전문업체인 케이비테크놀로지(대표 조정일)와 콤비카드 전자화폐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조만간 5개에 달하는 회사가 난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준비중인 전자화폐는 실물 가맹점에서 직접 쓸 수 있는 지불수단. 여기에다 이니시스·아이캐시·사이버카드·이코인·시디캐시 등 전자상거래(EC)용 온라인 전자화폐서비스를 제공중인 곳도 10여군데에 달한다.
◇수익성=이들 기업이 열띤 홍보전을 통해 차세대 디지털머니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곤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전자화폐업체들이 수익기반으로 삼는 것은 카드·단말기 등 시스템 매출과 가맹점수수료·충전수수료.
몬덱스코리아는 당장 올 매출 40억원, 내년도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V캐시는 연말 사업에 착수해 내년 1800억원의 실적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초기 사업을 위한 단말기·카드 실적에 해당해 전자화폐 서비스회사들이 수수료 수입에 의한 본격적인 매출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V캐시 관계자는 『현재 협의중인 건당 1∼2% 정도의 수수료로는 사실 앞으로 4∼5년간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당장 전자화폐 활용을 촉진할 만한 단말기 인프라가 극히 취약한 점도 상황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몬덱스코리아는 내년까지 카드 200만장, 단말기 1000대를 깔기로 했고, V캐시는 같은 기간내 카드 100만장, 단말기 4만대를 구축키로 했다. 그동안 해외 전자화폐 프로젝트를 검토해 볼 때, 사용자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심지어 카드와 단말기 보급대수가 엇비슷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전망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몬덱스코리아 관계자는 『방대한 규모로 단말기 인프라를 구축하려 해도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말기 확대보급에 투자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충전 1건당 1∼2%의 수수료와 2% 내외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은 결국 사용자 및 가맹점으로 돌아가 사업초기 단계부터 전자화폐의 매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크다.
◇배경=이처럼 불투명한 사업전망에도 불구하고 금융권·대기업들이 줄줄이 전자화폐시장에 진출하는 속사정은 사실 다른 데 있다. 한 전자화폐 합작사 관계자는 『사업주체도 부정적인 사업전망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다』면서 『일단 전자화폐 시장에 발을 담그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화폐가 아직은 생소한 신종 아이템인 만큼 합작사 설립을 통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한 뒤 추후 막대한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한 『비금융업의 경우 선불금 운용 등으로 금융부문에 진출할 기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몬덱스나 V캐시의 경우 앞으로 1∼2년내 코스닥 등록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전자화폐 시장이 최대한 성장하더라도 기존 현금유통량의 10% 정도를 대체한다는 게 해외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부가이익보다는 초기 전자화폐 시장조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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