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남북경협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전경련은 곧바로 대북사업 5대 원칙을 발표하며 발빠른 대응에 나섰으며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도 중소기업의 진출방안을 모색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걸림돌 제거와 함께 남북경협도 탄력을 받아 급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연구소들은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직간접 교역에서 대북한 직접투자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남북경협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경제협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남북경협 활성화는 중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진 한국의 노동집약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장기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본격화하면 건설특수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회간접자본(공단조성·도로철도 연결·항만시설 정비)과 농어업 생산기반(농약·농기계·유휴선박·종자개량·한약재), 소비재(섬유·신발·의복·봉제·식품가공), 에너지(전력·발전설비·정유시설 투자 및 위탁가공), 통신(항만통신망·교역·투자전용 통신망) 등이 남북경협의 유망사업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의 결합을 통해서 남북한에 모두 경제적 이익을 주게 될 전망이다.
특히 경공업 분야의 경우 남한의 노동집약형 사양산업들이 북한으로 이전하면 경쟁력을 회복, 수출산업화를 할 수 있어 남한과 북한 경제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경공업 산업의 북한 이전은 북한 미숙련 노동력의 취업과 기술 습득 그리고 북한 국영기업이 남한 기업으로부터 선진기술 및 경영기법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남북경협 5대 원칙을 밝혔다. 이 원칙의 초점은 대북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이에 뒤따르는 위험을 어떻게 줄여나가느냐에 맞춰져 있다.
자금조달 문제와 관련, 전경련은 북한이 싸고 질좋은 노동력과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어 경공업 부문에서는 베트남과 같은 후진국에 진출했던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소규모 사회간접자본 사업부문에서는 남한의 중장비와 북한 인력을 결합하면 큰 돈이 들지 않고 대규모 사업도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SOC사업 대상으로는 남포항 하역시설 건설을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국제자본을 끌어들일 경우 자금조달과 위험분산이라는 두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안이 된다는 게 전경련의 생각이다.
전경련측은 이와 함께 대북경협사업이 가진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그동안 경협의 걸림돌이 돼 왔던 독소조항을 막아낼 수 있는 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을 체결함으로써 대북투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들도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도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20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남북경협사업이 3년 이내에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67%가 경협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며 92.8%가 점진적 활성화, 4.5%가 급진적인 활성화를 전망했다.
중소기업이 경협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57%가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인건비 경감을, 22%가 내수시장 확보를 기대했다. 또 진출분야로는 44%가 도로·항만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고 제조업은 33%, 생활용품은 15%를 들었다.
이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은 인건비가 저렴하면서도 언어소통이 가능한 것을 대북투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대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 온 대기업은 현대·삼성·LG·대우 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현대는 정주영 명예회장 주도로 가장 많은 대북투자 사업을 성사시켜 왔다.
현대는 지난 89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국내 기업인으로는 첫번째로 북한을 방문, 금강산 개발을 타진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왔다. 현대의 대북 사업은 관광 개발, 공단 조성, SOC사업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광 개발은 금강산을 비롯한 북한 명소를 개발하는 것으로 그다지 이익은 없으나 현대의 대북 사업의 이미지를 높여 주고 있다. 도로·항만·전기·통신 등 SOC는 현대가 역량을 집중시키는 대북 사업이다.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받을 50억달러 이상의 대일청구권(보상금)의 상당액을 SOC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 현대는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의 유무선 통신망이 워낙 낙후돼 있어 특수가 예상되는데다 금강산 개발과 공단 조성 등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통신망에 대한 독자 사업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북사업이 주로 큰 규모로 이뤄져 왔다면 삼성과 LG는 현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임가공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 92년 삼성물산의 섬유 임가공 사업을 시작으로 대북 사업을 개시해 99년 6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 경협조사단의 방북 이후 전자를 중심으로 대북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에 따라 북한의 우수한 영재급 개발인력을 활용하여 상호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지난 3월 북경에서 「삼성·조선 콤퓨터쎈터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센타」를 출범시켰다.
이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제3국(중국)에서 삼성의 특정과제에 대한 시범사업 성격의 용역 개발부터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북한내에 소프트웨어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쪽으로 운영된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전자제품 임가공으로 최근 컬러TV 및 카세트 오디오·전화기의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전자 복합 공단 설립을 제안해 놓고 현재 협의중에 있다. 이 단지의 규모는 50만평, 투자액 10년간 5억∼10억달러로 연 매출액 30억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이 공단에 진출할 업체로는 삼성전자·전기·SDI 등 전자 관계사와 중소협력업체, 미국·일본 등 다국적 기업도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
지난 89년 3국간 거래를 통해 북한과의 경협을 시작한 LG는 LG상사와 LG전자를 통해 의류 및 전자제품 임가공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북한과 임가공형태로 TV를 생산해 온 LG전자는 첫 해인 96년 1만5000대, 97년 1만5000대, 98년 2만대, 99년 1만5000대의 TV를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해 왔다.
국내에 들어 온 북한산TV는 LG전자 구미공장으로 옮겨져 엄격한 품질검사(외관검사·성능검사·진동낙하시험·안전규격심사)를 거친 후 LG전자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LG는 이밖에 물류사업과 전자·화학·정보통신·건설·생활물자 등 경쟁력 있는 분야에 우선 진출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우도 (주)대우를 통해 지난 96년부터 98년 초까지 평양 및 북경에서 4∼5차례 실무자 회담 대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98년 중반 이후 진척사항이 없고 현재 사업추진이 전면 보류되고 있는 상태다. 당시 대우는 남포공단 내 공장부지 2개소를 확보하고 이 공장을 전자와 피혁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전자공장에서는 TV, 카오디오, 전자레인지 등의 설비를 이전해 제품을 조립생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등 중소업체의 남북경협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동안 전자공업협동조합을 통해 북한에 진출한 업체는 한국단자공업, 삼홍사, 삼화텍콤, 극동음향, 삼화전자공업, 제일물산, 성남전자 등 7개사로 대북 임가공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대동강공업 단지내 조립공장을 이용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이 지역내에 공장 시설을 임차해 생산설비를 갖추고 직접 제품도 생산하고 있으며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생산량과 품목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따라 앞으로 본격화될 재계의 대북 경협사업 밑그림이 점차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이 남북경협에 활발히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대북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남북경협은 한민족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인 만큼 비전을 갖고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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