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콜럼비아트라이스타 권혁조-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이현

외국영화 직배사의 국내지사장이라는 직함보다는 국내 영상산업 발전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콜럼비아트라이스타의 권혁조 사장(47).

인터넷과 위성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영상 배급망 구축의 선구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의 이현철 사장(34).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3년에 불과하지만 영상산업에 뛰어든 경력만을 놓고 본다면 20여년에 달하는 격차가 있다. 권 사장이 비디오테이프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영상산업의 선구자라면 이 사장은 디지털에 온라인이라는 개념까지 추가한 디지털 배급망 구축의 선구자로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세대 격차를 반영하듯 두 사람 사이에는 만남을 주선하는 단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자마자 세대간 벽을 허물기 위한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첫 만남이라 그런지 다소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경상도 사투리와 연세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대화를 쉽게 풀어갈 청신호로 보였지만 20여년에 달하는 경력과 사업 영역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권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디지털 배급망이나 인터넷영화관 등 최근 부상하는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영화계나 비디오 산업 생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물론 디지털 배급망이 장기적인 흐름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권 사장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 사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 영상산업의 흐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디지털 배급망 구축은 영상 콘텐츠를 보유한 업체에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수했다.

권 사장도 일단은 디지털 온라인 배급망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영상물 유통체계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국내에 디지털 배급망이 보편화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이 사장은 『국내 인터넷산업 발전속도를 볼 때 미국이나 유럽 지역보다 먼저 정착할 것』이라며 『디지털 배급체계가 영상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더라고 향후 2∼3년 안에 보편적인 영상 콘텐츠 유통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됐는데도 위성과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배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벤처기업 사장다운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권 사장은 디지털 배급망 구축이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며 『디지털 배급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보였다. 권 사장은 결국 콘텐츠가 시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현재 20세기폭스나 워너브러더스 등이 인터넷 업체와 합병·제휴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디지털 배급망 구축을 직접 추진하는 것도 결국은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열띤 토론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던 두 사람의 대화가 이 대목에서는 잠시 냉각됐다. 선명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시각 차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권 사장은 아이링크라는 회사가 디지털 배급망 구축이라는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작다는 점을 세계적인 직배사와 인터넷업체가 합병·제휴하는 사례를 들어 우회적으로 말한 셈이다.

그러나 권 사장의 이러한 우회적인 표현에 대해 이 사장은 『이러한 흐름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만 인터넷사업 자체가 궁극적으로는 지역 단위 기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지역 사업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기는 하지만 『두 회사가 협력할 가능성은 없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권 사장은 『인터넷사업을 하는 몇몇 업체를 만났는데 한결같이 「돈을 벌어서 갚을 테니 우선 판권을 달라」는 요구뿐이었다』며 『협력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자세보다는 「우리 지분을 얼마만큼 주겠으니 이만큼 투자해 달라」는 방식이 바람직스럽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익과 리스크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협력을 일궈낼 수 없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날 만남을 정리하고 권 사장은 영상산업의 중심축이라 할 극장 오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고, 이 사장은 향후 영상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대형 네트워크 VOD서비스 오픈 행사장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이 사장은 『저희가 보유한 기술과 향후 사업계획을 한번 설명해드리고 싶다』고 제안했고 권 사장은 『적당한 시점에 다시 한번 만나자』고 회답했다. 이번 만남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향후 영상산업의 전망을 이야기하고 협력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

프로필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권혁조 사장

-53년 경북 대구 생

-71년 경북고 졸업

-79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79년 대우실업 입사

-91년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사장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이현철 사장

-66년 경북 경주 생

-84년 경주고 졸업

-88년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91년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99년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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