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비디오6월>출시동향

6월 비디오시장은 출시편수에 있어서는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지만 비수기시장임을 반영하듯 할리우드 대작도 없고 이렇다할 우리영화 흥행작도 없다. 비디오 고객들이 대여숍에 가서 작품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엔드 오브 데이즈」 「본 콜렉터」 「썸머 오브 샘」 「바스켓볼 다이어리」 「감각의 제국」 정도만이 그나마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영화는 「인터뷰」와 「그림일기」 단 2편만이 출시됨으로써 「반칙왕」 「행복한 장의사」 등 6편의 우리영화들이 시장을 주도했던 5월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메이저 직배사 중에서는 20세기폭스만이 「심슨가족」 애니메이션과 007시리즈 등을 묶어 9편을 출시할 뿐 나머지 직배사들은 대부분 B급 영화 3∼4편씩 출시하는 것이 전부다. 오히려 국내 제작사인 세음미디어가 「걸 온 더 브릿지」 「바스켓볼 다이어리」 「썸머 오브 샘」 「언더 더 선」 등 나름대로 작품성이 있는 작품을 묶어 8편을 출시한다.

특히 6월 비디오시장에서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 중 「엔드 오브 데이즈」만이 액션 장르의 영화고 나머지는 대부분 드라마 또는 에로·스릴러 장르의 영화들로 전반적으로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처럼 초라하기만한 6월 비디오시장에서 흥행변수로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엽기적인 에로영화인 「감각의 제국」과 독특한 서술구조를 가진 우리영화 「인터뷰」 정도다.

「인터뷰」(20세기폭스)는 영화 줄거리보다는 전체적인 구성과 표현방식에 보다 관심이 가는 영화다. 이정재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주연을 맡고 심은하가 순진한 미용보조인 동시에 이런 저런 삶의 고통을 갖고 있는 현대무용가로 등장한다. 영화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다큐멘터리 작가인 은석(이정재)은 다큐멘터리 필름 속의 미용보조인 영희(심은하)에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이 인터뷰 속의 영희는 유명한 현대무용가로 거짓 인터뷰를 하며 은석은 그 거짓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스토리만으로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볼 때 비디오 마니아들이 큰 관심을 보일 만한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소유키 위해 목졸라 살해하고 성기를 잘라낸 「아베사다 사건」을 소재로 한 일본영화 「감각의 제국」(새롬엔터테인먼트)은 출연한 배우들이 실제 정사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국내에 개봉된 영화나 비디오에서 보여지는 화면만으로는 실제 정사를 벌였는지, 단순히 선전용 문구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극장 개봉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화제의 에로물이라는 특성상 비디오시장에서는 예상 밖의 흥행이 기대된다.

「엔드 오브 데이즈」(브에나비스타)는 6월 출시작 중 유일하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명패를 달 수 있는 영화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세기말적 종말론을 소재로 한 영화로 지난해말 국내 극장에서 개봉했다. 세기말적 공포 분위기가 물씬한 시점인 작년말에 보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도 있었겠지만 큰 문제없이 2000년을 맞은 6월에 보기에는 다소 감흥이 떨어진다. 특수효과와 대형 액션 장면이 볼거리며 인간의 몸을 빌려 환생한 악마가 지구정복에 나서고 전직형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동분서주하며 악마에 맞서다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한다는 줄거리는 강력하지 못하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본 콜렉터」(콜럼비아트라이스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스릴러 영화다. 수사 도중 사고로 전신불구가 됐지만 천재적인 두뇌는 멀쩡한 링컨 라임(덴젤 워싱턴)이 여자 경찰관인 아멜리아 도니(안젤리나 졸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침대 위에서 꼼짝 못하는 링컨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은 극적일 수 있지만 스토리 전개는 그다지 극적이지 못하다. 더욱이 광적인 살인범은 단지 링컨에 대한 복수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 왔고 링컨의 의료장비를 고쳐주던 인물이 마지막 순간에 링컨을 살해하려 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빈약하다.

흡혈귀가 사실은 외계인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영화 「블러드 리벤지」(워너브러더스)와 뉴욕 한복판에서 사무라이 정신에 몰입한 고독한 킬러의 이야기를 다룬 「고스트독」(베어엔터테인먼트), 평범한 형제가 소영웅 심리에 빠져 종교적인 사명감으로 범죄자 청소에 나서는 「분닥세인트」 등은 B급 영화지만 소재가 독특해 예상 밖의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들이다. 또 마릴린 먼로의 삶을 재조명한 「노마진 앤 마릴린」(영유통), 연쇄살인 사건 속에서 불안감에 따른 군중심리를 보여주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썸머 오브 샘」(세음미디어), 항공관제사의 경쟁심리를 다룬 「에어콘트롤」(20세기폭스) 등도 중박급 정도의 흥행이 기대된다.

이밖에 「도시탈출」 「폭소기마특공대」(CIC), 「멘」(영유통), 「테크노 스와핑」(20세기폭스) 등이 코미디 장르 영화로서 인기를 모을 후보작들이다. 애니메이션으로는 TV를 통해 방영됐던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인 「붕가부」(디지탈임팩트)와 미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인 「심슨가족」(20세기폭스) 2편 등 총 3편이 출시되고 「패어런트 트랩」 「미스터리 알라스카」(브에나비스타) 등은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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