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미 디지털TV 표준 진통

미국의 디지털TV(DTV) 표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차세대 디지털TV 표준화 그룹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 Committee)가 무선주파수(RF:Radio Frequency) 시스템 성능을 연구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번 주에는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 http://www.strategyanalytics.com)가 분석한 「해결 실마리 보이는 미국 디지털TV 표준」을 소개한다. SA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세계적인 정보통신 전문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로 특히 무선통신, 디지털 가전 시장 분석이 뛰어나다. 편집자

◇총괄=미국의 디지털 지상파TV 표준에 대한 전망은 현재 어느 때보다 어둡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현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유럽의 DTV 전송시스템인 COFDM(Corded Orthogonal Frequency Domin Multiplexing) 전송을 허용하도록 ATSC 표준을 수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의 DTV 표준인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의 주요 요소들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고객의 반발과 혼란, 업체간의 더욱 치열한 경쟁을 초래하고 미국 DTV 도입을 지체시킬 수 있다.

◇개요=ATSC는 RF 시스템 성능을 연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DTV의 RF시스템 성능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를 조사하게 된다. 또한 이 기술적 분석에 근거하여 집행위원회에 ATSC 기술 주도권에 대해 권고안을 내게 된다. 미 연방통신위(FCC) 또한 DTV 발전을 위해 곧 개최하는 검토회의에서 리시버 표준에 대해 다루게 된다.

◇분석=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SA의 분석에 자주 취급되지 않지만, 올 2월초 브라질에서 행한 한가지 조치는 사소해 보이지만 파국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즉 ATSC 표준을 재평가하라는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팅(Sinclair Broadcasting)의 요구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ASTC는 동위원회가 발행한 보고서 「ATSC VSB 트랜스미션-올바른 선택」에서 『브라질에서 수행된 미 DTV 전송방식 VSB(Vestigial Side Band)와 COFDM의 비교 시험은 몇가지 이유 때문에 중요할 수 있다. 브라질 사람들은 싱클레어보다 좀더 중립적이었다. 모든 지표는 브라질의 시험이 철저하고 과학적으로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시험에 높은 비중과 의미를 두었던 ATSC는 이 시험이 유럽 시스템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된 이상 COFDM 로비스트들의 요청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ATSC 의장 로버트 그레이브즈는 당시 『이것은 엄청난 후퇴입니다. 미국을 포함하여 다른 나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정적 영향의 첫번째 조짐이 이제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의 ATSC의 입장은 VSB가 이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너무 많은 자금과 시간이 투입돼 다른 시스템으로 변경하면 고객, 방송국, 장비 제공업체 모두에게 큰 피해를 안겨줄 거라는 것이었다. VSB가 취소될 가능성을 집행위원회가 비추었다는 사실은 U턴을 의미한다.

ATSC의 전 회원이었던 밥 유튼의 말을 인용해보자. 그는 HDTV 뉴스레터에서 『저는 기득권층이 8-VSB의 결함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을 막고 ASTC 지상전송 표준에 COFDM을 추가하는 시도가 방해 받았다는 결론을 내린 후 ATSC를 탈퇴했습니다. ATSC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객 대표성이 부족하고 모든 힘이 8-VSB에 직간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소수의 업계 내부자에 의해서만 통제된다는 것입니다. 8-VSB의 여러 결함을 검토해 본 결과 저는 전체 방송 산업(전국 및 지역 방송)이 미국에서 DTV의 지상파 전송을 위한 FCC 표준으로서 COFDM을 추가하자는 짐 싱클레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전에는 내부자였던 한 사람이 밝힌 이런 폭로는 DTV의 미래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할 수 있다.

부연 설명하면 브라질 사람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일본의 디지털 전송방식인 ISDB-T 시스템도 시험해 보았으며 이 시스템이 DVB 시스템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SA는 이것이 일본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본인들은 일본 시장 고유의 표준을 지원할 정도로 거대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국내 시장서 자신들의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ISDB-T가 일본의 환경에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적합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ATSC의 태스크포스는 6개월 내에 더 많은 테스트를 수행하고 발견한 내용을 보고하게 될 것이다. 만약 태스크포스가 COFDM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장한다면 SA의 예상으로는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시스템을 테스트하는데 수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본다. 최종안이 결정되면 방송사들은 COFDM 전송을 위해 자사의 시설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들은 분명이 이런 추가 비용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방송사들이 이미 초기 디지털 대역폭 할당으로 많은 이득을 보지 않았느냐고 반발하는 사람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ATSC 디코더를 구입했던 극소수의 소비자들은 그 보상으로 무료 교체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제조업체들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분명히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과거에 CEA를 통해 기존 ATSC 표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제조업체들은 이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DTV 및 HDTV에 대비한 리시버들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 리시버 대부분은 ATSC 디지털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 리시버들은 ATSC 디코더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세트톱 디코더의 판매도 수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미 가전업계단체인 CEA가 인정하듯이 이 DTV용 제품들은 대부분 DVD를 보기 위해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SA는 소비자들이 과연 위성 전송 HD 서비스에 가입할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표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지상파 DTV 디코더를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와 같은 암울한 현실을 잊게 해주고 한가지 희망을 주는 것은 미국의 수십만 소비자들이 HDTV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40인치 프로젝션 TV 시장이 사실상 고화질 홈시어터 디스플레이인 DTV 시장으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고해상도 시장이 분명한 현실이라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 새로운 ATSC 표준이 마련되기만 하면 이 시장의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HDTV를 구입하는 고객이 될 것이다. 하지만 COFDM에 따르게 되면 미국의 DTV 전략은 HDTV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략이 되어 버릴 것이다. HDTV 소비자들은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검토 과정에 변조 표준에 관한 논의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문제가 포함될 위험도 있다. 영국에서처럼 대화형 플랫폼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조건부 액세스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빠르고도 광범위하게 구입하도록 하려면 표준에 입각한 접근 방법에 따라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SA가 그동안 여러번 주장했듯이 지상파 DTV의 광범위한 보급에 대한 장기 전망은 어둡다. 미국 가구의 70%가 이미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보고 있으며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같은 서비스도 출현하고 있다. 공중파 DTV가 텔레비전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고해상도 또는 지역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틈새 시장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은 인터넷 방송같은 데이터 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시청자에게 도달하는 가장 주된 수단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케이블과 위성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의미=이전에는 의혹이 있었다고 해도 이제는 어떤 의혹도 있을 수 없다. 브라질의 결정은 DVB가 가장 유력한 DTV 방송 표준으로 남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결정은 중국에서 나올 것이다. 이제 중국은 DVB의 사용을 피하려면 중국만의 접근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ATSC나 ISDB-T 지원이 중국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ATSC를 선택한 캐나다, 대만, 한국, 아르헨티나도 자국의 DTV 계획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DTV 표준에는 여전히 독점 부분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래도 아마 DVB와 유사한 것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지상파 DTV 서비스의 개발과 관련된 사업 모델 문제들은 새로운 ATSC 표준이 채택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위성과 케이블은 대부분의 미국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비디오 채널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HD 기능을 갖춘 DVB 유사 시스템을 선택한다면 이것은 그동안 고해상도 문제를 무시해 왔던 유럽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 미국 규모의 경제가 확산됨에 따라 일방적으로 DVB HD 접근방식을 채택한 호주 시장에도 이득을 줄 것이다.<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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