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세대의 벽을 넘어서>(1)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컴투스 박지영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20대를 갓 넘긴 앳된 얼굴.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가득차 있다.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면 친구같고 일을 할 때도 동료 이상의 고압적인 자세는 찾아 보기 힘들다.

벤처 창업이 늘어나면서 20·30대 초반의 사장들이 속속 등장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자우편과 캔 미팅을 무기로 이들 「키즈 보스」는 각 분야에서 기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기성세대 사장들도 할말은 많다. 이들이 아이디어와 기술은 뛰어날 수 있지만 시장과 산업 전체를 보는 눈이나 경영 노하우는 아직까지 설익은 면이 많다는 것이다.

제리 양과 데이빗 필로가 신 구세대 CEO로서 야후를 공동으로 창업, 반석에 올려 놓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세대 사장과 기성 세대 CEO는 상호보완적이고 서로 배울 점이 많다. 도전정신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 파워와 기성 세대 CEO가 한자리에 모여 세대의 벽을 허물고 서로 부족한 점을 찾아 볼 수 있는 대담의 장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편집자

게임업계에서는 노장축에 들지만 스스로 N세대라고 주장하는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김양신 사장(47세). 이동전화기용 무선 인터넷게임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26세).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상대방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게임 업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여성 사장이라는 점이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을 높여놓았을 것이다.

김 사장이 박 사장에게 『어쩌면 그처럼 어린 나이에 창업할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박 사장은 스스럼없이 『학교에 다니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친구들끼리 회사를 설립하게 됐지요.』 어조가 당당하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즉각 행동에 옮기는 신세대다운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김 사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많은 제약과 억울했던 점을 상기하는 듯 창업으로 결단내린 박 사장의 젊은 패기에 부러움과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박 사장은 직장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회사를 경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직장 경험이 없다보니 매사에 직원들의 반응이 어떨지 항상 조심스러워요. 조금이라도 직장 생활을 해 봤더라면 그들의 고충과 희망사항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박 사장은 아직 경험이 없다보니 실제로 일을 추진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김 사장은 『저도 아직은 그래요. 이런 고민은 모든 경영자들이 평생을 안고 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한단계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며 박 사장을 위로했다.

두 사람이 게임산업에 뛰어든 된 계기는 다르다. 김 사장은 어떻게 살길을 찾다보니 게임산업이 괜찮을 것 같아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사장은 한때 프로게이머를 꿈꿀 만큼 이를 즐기는 마니아로 『결국 취미가 업이 되었고 다행히 최근 게임산업이 각광받고 있어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 사람은 업으로, 다른 사람은 취미로 게임을 시작한 셈이다. 여기에다 40대와 20대라는 세대 차이까지 감안하면 두 사람이 다른 점도 많겠지만 적어도 원론적인 사장관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했다.

박 사장은 『주위의 기대감 때문에 중압감을 많이 느낀다』며 『산업과 시장의 앞날을 전망할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자 김 사장도 동감을 표하고 『그런 혜안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의 결과』라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은 또 벤처기업 사장은 언제나 적당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점에도 공감했다. 김 사장이 『배가 고파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며 언제나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박 사장은 『너무 안이한 것은 퇴보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화답했다.

또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기업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는 완벽한 의견 일치를 보았다. 김 사장이 『아무리 회사가 커도 사장은 구멍가게 주인이라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여성의 섬세함을 활용, 회사의 구석구석을 챙겨야 한다고 하자 박 사장은 『부족한 경험을 섬세함으로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국내의 게임산업에 대해서 희망적인 견해를 같이했다. 최근 국내 게임업체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 대해 김 사장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더 많은 게임업체가 좁고 한정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도 『국산 온라인게임과 무선인터넷게임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컴투스도 해외 무선인터넷 게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박 사장이 『사람들이 푹 빠질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업인데 자칫 게임의 중독성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라고 털어놓자 김 사장은 『젊을 때 무언가에 빠져본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게임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며 박 사장보다 더 신세대같은 의견을 밝혔다.

대담을 끝내면서 두 사람은 『벤처란 지속적인 모험을 해야 하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기업가가 벤처정신을 잃어버린다면 그때부터 그 기업의 생명력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벤처정신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비록 나이 차가 나고 첫 만남이었지만 오랜만에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난 듯 아직 남아서 할 얘기가 많다며 말을 맺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 만남을 주선했던 기자가 먼저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프로필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 사장(47)

△54년 경남 통영생

△77년 연세대 물리학과 졸업

△94년 청미디어 설립

△2000년 제이씨엔터테인먼트로 사명 변경

컴투스 박지영 사장(26)

△75년 경남 밀양생

△96년 컴투스 설립

△97년 고려대 컴퓨터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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