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20) 벤처기업

해외 진출<10>

여자들이 왜 그런 짓을 할까. 그것은 팁을 많이 달라는 뜻이었다. 그 일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서 배운 것이었고, 이제는 돈을 줄 만한 능력이 보이는 사람이면 국적을 불문하고 하는 서비스였다. 적어도 비싼 돈을 내고 룸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하는 공통된 서비스 형태였다.

유 회장은 룸 안에서 페라치오를 경험한 눈치였으나, 그것도 부족해서 잠적을 했다. 중국은 아직도 호텔 방에서 여자를 부를 수 있도록 방치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것은 호텔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우리가 투숙한 특급호텔은 경비가 삼엄했다. 그래서 유 회장은 묘족 여자를 따라서 그녀의 집으로 간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자정이 훨씬 넘어 2시께 나를 급히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유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빨리 이리 와 주겠나?』

『왜 그러십니까?』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때 왜 청담동 사거리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접대부와 함께 마감뉴스를 보러 여관에 갔다가 경찰에 끌려가 조서를 받았던 일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그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직감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 경우 서울과 중국은 판이하게 달랐다.

『빨리 와 주게. 돈도 좀 가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부족해서 그러니까 말이야.』

『무슨 일인데 그래요?』

『여자와 자고 있는데 공안원이 들이닥쳤어.』

『당했군요. 그 묘족이란 여자가 수작을 부린 거 아닌가요?』

『그런 눈치지만 어떻게 하겠나?』

『공안원은 확실합니까? 신분증을 보자고 하세요.』

『신분증을 보여주고 그러는데 어떻게 하나. 자기들 공안소(경찰서)로 일단 가자고 하는데 갈 수도 없고. 묘족 여자의 말로는 벌금을 3만원만 내면 해결이 된다고 하는데 말이야.』

중국 화폐로 3만원이면, 한국 돈으로 400만원 상당이었다.

『놈들이 짜고 그러는 것입니다. 실제 공안원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우리 영사관에 연락을 할까요?』

서안에 한국 영사관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물었다.

『안돼, 자네 날 창피주고 싶은가? 나도 이런 일은 알아. 잘못하면 여권에 호색한(好色漢)이란 도장이 찍힌 채 강제 출국을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