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라이코스 합병, 유럽의 대반격 신호탄

「그동안 미국 업체에 소극적으로 당해 오던 유럽 인터넷 업체의 반격이 시작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를 비롯한 외신들은 17일 스페인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테라네트웍스(http://www.terra.com)가 세계 4대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라이코스(http://www.lycos.com)를 1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일제히 보도하면서 유럽 인터넷 회사의 첫 미국 업체 인수라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외신들은 또 테라가 라이코스를 합병함으로써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에는 현재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3500만명 정도 거주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ISP로서 테라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으로 유럽과 북미, 남미를 아우르는 거대 인터넷 네트워크가 탄생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스페인의 전화 회사인 텔레포니카가 6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테라는 유럽지역에선 유명한 ISP로 주식 가치만도 160억달러에 달한다. 또 라이코스도 야후, AOL, MS에 이어 미국 4위의 포털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된 데는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테라와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뻗어나가려는 라이코스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테라는 그동안 안방인 유럽과 모 회사인 텔레포니카가 지역 전화회선을 30% 이상 점유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고전해왔다.

C넷(http://www.news.com)은 『라이코스 입장에선 라틴 아메리카를 공략할 교두보가 절실히 필요했다』며 『이번 합병으로 양 사는 서로의 약한 고리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M&A에서 승부를 확정지은 결정적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테라네트웍스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ISP라는 점을 들고 있다. 올해 초 전세계 인터넷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AOL의 타임워너 인수를 비롯해, 설립된 지 불과 1년 사이에 홍콩 최대 인터넷 재벌로 급부상한 PCCW 등 최근 전세계 인터넷 M&A의 큰손은 대부분 ISP라는 것이 양키 그룹의 에밀리 미한 이사의 설명이다.

두번째 이유로 선두 경쟁에서 탈락한 라이코스의 취약한 사업성을 꼽고 있다. 라이코스는 야후, AOL, MS에 이어 미국 4위의 포털 업체로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여전히 포털 분야에서 4등은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최근 인터넷광고협회(http://www.iab.net)와 공동으로 3000여개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지난해 광고 수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AOL과 야후, MSN 등 3대 포털 업체들의 광고 수입은 총 18억달러로 미국 인터넷 광고시장에서 45%를 차지한 반면 라이코스, 고네트워크, 익사이트앳홈 등 「마이너리그」 3개 포털 업체들은 2억2000만달러(5%)의 광고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마이너리그 포털 업체들의 광고 수주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며 그 비중이 오는 2004년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라이코스가 살아남기 위해, 떠오르는 테라네트웍스에 인수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국내 파장 없나>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 닷컴사들에 대한 유럽 인터넷 업계의 대반격으로 여겨지는 스페인 테라네트워크의 라이코스 인수가 당장 국내 포털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합병건은 라이코스코리아의 국내 포털 시장 공략에 한층 가속도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야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라이코스가 스페인의 유력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테라에 합병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라이코스코리아측의 설명이다.

정문술 라이코스코리아 사장은 『이번 인수건은 라이코스코리아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미래산업과 라이코스간 기존 계약사항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양사 합병으로 새로 출발하는 테라라이코스의 막강한 후광을 등에 업은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포털 업계의 수위로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테라의 라이코스 인수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은 국내 시장보다는 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수는 글로벌 서비스가 전제돼야 하는 인터넷 사업의 속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주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국내 포털 업계도 글로벌 기반을 만들어 서비스 대상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야후코리아의 이용문 이사는 『서비스가 국내에 국한된다면 「우물안 개구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국내 포털 업계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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