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ISP협의회 구성은 그 필요성에 비해 뒤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의회 출범을 통해 망구조 연계·운영 개선·데이터센터 구축 운영에 관한 기술공유 등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나가겠습니다. 또 ISP사업에 대한 정부정책 입안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ISP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28일 한국ISP협의회 출범과 함께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윤재철 한국ISP협의회 회장(51·한솔텔레컴 사장)은 업계에서 소문난 그만의 특유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차분한 어조로 포부를 밝혔다.
ISP산업은 인터넷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 인프라로 중요성이 인식돼 그동안 양적 성장을 구가해왔으나 기술·정책 의견을 수렴하는 공동의 장이 없었다.
『인터넷서비스제공(ISP) 산업은 98년말 25개 업체에서 2000년 3월 현재 58개사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망 운영개선을 위한 제도적 측면이나 IP주소 할당을 위한 기술적 측면에서 의견수렴과 제안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진지한 얘기라도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간단 명료하게 차근차근 설명해내기로 이름난 윤재철 회장은 ISP협의회의 필요성을 그의 방식대로 쉽게 풀어냈다.
『인터넷산업 발전에 따라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산업, 애플리케이션서비스 프로바이더(ASP) 산업, 그리고 무선인터넷서비스(WSP) 산업이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이들 산업의 육성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ISP는 이들 신종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근간이 되는 핵심 요소인만큼 국내 디지털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미 사우스플로리다대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IT산업에 줄곧 종사해온 윤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솔텔레컴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겨 ISP산업에 투신했다. 그의 한솔행은 IT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윤 회장이 한솔그룹의 인터넷사업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ISP분야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만장일치로 한국ISP협의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됐을 만큼 이 분야에서 능력과 덕망을 인정받았다.
경기고·서울대라는 KS마크(?)를 단 명석하면서도 스마트한 이미지와 미소를 잃지 않는 친화력, 그리고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말솜씨를 두루 지녔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한국ISP협의회는 IP주소 할당 기술, ISP 네트워크 연동과 운영, 데이터센터 구축 운영 및 기술 등 인터넷산업 핵심기반의 운영·기술에 대한 ISP간의 상호 협력과 전문화되고 일원화된 국제활동을 적극 추진해 국내 인터넷산업을 바르게 정립시키고자 합니다.』
윤 회장은 더불어 국제적으로는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APNIC(Asia Pacific Network Information Center) 등 인터넷 관련 국제기구 활동의 참가 등 국제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며 한국 ISP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 운영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은 분야별 분과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다』며 인터넷은 개방된 사이버 세상이므로 협의회 출범을 계기로 ISP 업체는 많은 차세대 기술과 효율적 운영을 적용하는 구심체가 될 것으로 기대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한국ISP협의회는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와 의사결정을 위한 실무 검토, 의견수렴을 위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모든 ISP사업자가 참여하는 총회를 매년 1회 개최해 연간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협의회 운영위원회 위원을 선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한국ISP협의회는 인터넷 이용을 활성화하고 국제 인터넷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17일 개최된 「ISP사업자 회의」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저와 한국 ISP협의회는 국내 인터넷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각오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ISP협의회는 필요성이 제기되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ISP사업자를 중심으로 협의회 구성·운영 방법 등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지난 3월 20일 「ISP협의회」 설립을 위한 설립준비반이 구성됐고, 4월 11일 ISP사업자와 설립준비 기관이 참여한 총회에서 한솔텔레컴 윤재철 대표이사가 한국ISP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책임감과 추진력이 매우 강하기로 소문난 윤 회장은 『사실 한솔텔레컴의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책을 맡아 부담스럽다』면서도 『중책을 맡은 이상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맡은 일에 온힘을 쏟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드럽고 가녀린 외모 속에 냉철한 이성과 강철같은 의지가 숨어 있는 듯하다.
알듯 모를 듯한 미소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지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돼온 윤 회장은 한국ISP산업의 지렛대로서, 한솔그룹의 인터넷사업 구심점으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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