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상쾌함. 「쉘 위 댄스」는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한번쯤 벗어나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매력을 던지는 영화다.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을 파고드는 사교 댄스의 경쾌한 스텝과 리듬은 「즐기는 것」에 어색하고 멋쩍은 중년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파이팅의 메시지를 전한다. 동네 아줌마의 춤바람쯤으로 인식되던 사교 댄스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는 무료함을 벗어 던지는 가슴 설렘과 열정의 멋진 발원지가 된다. 사교 댄스와 40대의 샐러리 맨 등 감독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숨어있는 흔적들을 뒤져 주눅들어 있는 그들의 모습을 우아하고 로맨틱하게 포장해 낸다.
숙원이던 새로운 집도 마련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미고 있는 40대의 샐러리 맨 스기야마 쇼헤이. 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그는 어느 날 전철 창 밖으로 댄스 교습소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 마이의 얼굴을 보게 된다. 며칠동안 호기심으로 마이의 모습을 훔쳐보던 스기야마는 「그녀와 한번쯤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댄스 교습소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러나 뚱보 다나카, 수다스러운 핫도리 등과 함께 단체 교습을 받게 된 스기야마 팀은 실망스럽게도 나이든 타마코에게 배정된다. 타마코 선생은 어색해하는 스기야마를 위해 성심 성의껏 춤을 가르친다. 대회를 목표로 춤을 연습하는 도요코 아줌마는 마이를 훔쳐보는 스기야마에게 끊임없이 핀잔을 주지만 그에게 이제 사교 댄스 교습소는 자신만의 비밀스런 삶이자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교습소에서 라틴 춤에 몰두해 있는 회사 동료 아오키를 만나고 그는 스기야마를 부추겨 댄스 파티에 함께 참가한다. 한편 스기야마의 아내는 매주 수요일이면 늦고, 가끔 옷에서 향수 냄새가 나는 남편을 의심해 사립탐정을 고용한다.
「쉘 위 댄스」는 춤을 통해 타인과의 교감,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맛보게 한다. 마이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교습소의 문을 두드렸던 스기야마는 점차 춤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아가고 교습소에 묶여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던 마이 역시 그를 통해 「파트너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는 사교 댄스의 룰을 마음으로 인정하게 된다.
「쉘 위 댄스」를 보는 즐거움은 섬세하게 묘사된 다양한 캐릭터에서도 배가된다. 가발을 쓰고 여자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아오키나 스기야마에게 내심 죽은 남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도 마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토요코, 이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엿보고 있는 사이 어느 덧 관객들의 행복감도 함께 충전된다.
<엄용주 yongjuu@yahoo.com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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