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선진형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수립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거품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는 더 이상 존재이유가 없다는 강경론이 대두되는가 하면 1년도 안돼 투자를 회수하려는 조급증으로 일축하는 주장도 강하다. 이같은 소모성 논쟁을 조기에 진화시키고자 본사는 업계 전문가 5인을 초청해 「인터넷 거품논쟁과 선진형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대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

이금룡 옥션 사장

박윤기 인터네티즈 사장

윤석호 CCR 사장

이경전 고려대 교수

송낙경 KTBi 사장

사회:김경묵 전자신문사 인터넷부장

일시 및 장소:5월 4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 비즈니스룸

△사회:최근들어 주식시장이 한풀 꺾이면서 인터넷업계에 대한 거품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인터넷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먼저 업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거품론의 실체를 살펴봤으면 합니다.

△이금룡 사장:현재 인터넷에 대한 거품론과 수익모델은 원론적인 얘기입니다. 인터넷 사업은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우선합니다. 이제 커뮤니티 완성단계에 이른 업체들에 매출을 요구하고 수익이 없다 해서 미래가 없다고 치부하는 것은 「조급증」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당장의 수익을 논하기보다 어떠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느냐에 눈길을 주어야 합니다. 올해만 하고 그만 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모델을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투자자 역시 당장의 매출이나 수익보다 비즈니스 모델, 수익모델을 찾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윤석호 사장:인터넷은 대륙횡단 철도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용자가 적을지 몰라도 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용자는 늘어납니다. 현재의 인터넷업계 상황은 조정기라고 생각합니다. 경쟁력 없는 업체는 도태되고 우수한 업체들은 살아남아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어떻든 인터넷은 대세입니다. 대륙횡단 철도의 이용자가 갈수록 늘어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송낙경 사장:90년대 인터넷의 문제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기술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으로 당시에는 믿었습니다. 그러한 믿음이 지금와서 흔들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생성, 진화, 소멸의 사이클이 더욱 빨라지고 산업의 용량도 커졌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재의 인터넷 거품론이 거품인 셈입니다.

△박윤기 사장:인터넷 기업의 수익성여부가 요즈음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인터넷산업 발전단계에서 보면 다소 시기상조가 아닌가 합니다. 수익이 없는 것과 수익모델이 없는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문제는 인터넷 기업 자체가 아닌 외적인 환경, 예를 들면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시 희망공모가와 수요예측에 의한 실제 공모가격 간의 차이 때문에 불거진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코스닥 등록이 결정된 30개 기업의 경우 희망공모가보다 수요예측에 의한 결정 공모가격이 평균 45% 높고, 82% 이상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본질가치보다 무려 2700% 이상 높은 기업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스닥의 주가하락과 맞물려 가치하락이 유발되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와 인터넷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복합되어 나타난 현상인 듯합니다.

△이경전 교수:인터넷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합니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업체보다는 소비자가 문제입니다. 소비자가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상거래는 아직 수익을 운운할 단계가 아닙니다. 이와 함께 인터넷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정이상의 사용자 확보 이전에는 무수익 모델이 점차 사용자 확보로 수익모델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인터넷에서 수익모델을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또 경쟁업체가 많으면 소비자가 분산되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해외시장 진출을 이루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그렇다면 인터넷 수익모델은 무엇이며 그 중요성은 얼마나 부각되는지, 인터넷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금룡 사장:인터넷의 수익모델은 크게 콘텐츠 판매, 회비, 광고수익, 과금, 전자상거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수확체증의 법칙에 준합니다. 각 분야 1, 2위 업체가 돼야 생존할 수 있는 철저한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거한다는 뜻이죠. 각 분야 1, 2위 업체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후발업체는 커뮤니티 만들기에 주력하다가 항상 뒤지는 셈이죠. 반면 이미 커뮤니티를 구축한 업체는 이어지는 수익모델 개발로 계속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수익성보다 과연 어느 업체가 인터넷 각 분야 1, 2위 업체인가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윤기 사장:현재로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확정적으로 맞다 또는 틀렸다라고 논하기에는 검증사례가 부족합니다만 시장 진입에 성공한 대표적 선도기업에 있어서는 맞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e베이나 프라이스라인·AOL 등의 기업은 올해 1·4분기 매출과 수익, 주당 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매출과 수익이 모두 안정궤도에 오르고 있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타 온라인·오프라인기업들과의 사업제휴를 통해 다양하고 다원화된 수익모델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확대 적용되어 고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아이디어나 경쟁력없는 콘텐츠 또는 특정성 없는, 즉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나 구매력을 결정하는 동기가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회원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마케팅 비용만 부담하고 퇴출될 수도 있겠죠. 시장 진입, 생존, 성장전략이 명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호 사장:현재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B2B로 불타고 있습니다. 이미 B2C는 고개를 숙인 듯합니다. 그러나 B2C에서 성공하지 못한 업체가 B2B로 전환할 경우 성공할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B2C와 B2B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죠. 결국 브랜드 가치와 서비스 유료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경전 교수:거듭 말씀드리지만 인터넷 사업의 경우 초기에는 무수익, 후기 수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수익이 없고 앞으로도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신데렐라 모델」도 후기에는 수익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메신저의 경우 전혀 수익이 없어 보이지만 최근 대형 포털업체에 20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려가기도 했습니다. M&A도 수익모델인 만큼 인터넷의 수익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금룡 사장:인터넷 사업이 부가가치가 높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초기 투자비용 이후 처음 매출은 미미하지만 갈수록 수익이 배가되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투자비용은 들지 않고 수익은 해가 갈수록 배가되는 확실한 수확체증의 법칙 적용 모델입니다. 앞으로 미래경제를 디지털 경제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인터넷 비즈니스 모델과 수확체증의 법칙 적용에 대해 여러분의 말씀이 공통된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인터넷 거품논쟁을 종식시킬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윤석호 사장:먼저 업체 스스로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에 인터넷 창업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문의를 받았습니다. 대부분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더군요. 먼저 인터넷 붐에 편승만 할 뿐 스스로 시장을 개척한다는 생각이 미흡합니다. 둘째로 인터넷 고객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험상 회원 200만명이 넘어서면 회원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정도로 부담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수익모델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얘기죠. 셋째, 지방은 여전히 인터넷 불모지라는 사실입니다. 전국 또는 전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지만 고객들은 인터넷에 대해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먼저 깨우쳐야 합니다.

△송낙경 사장:먼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보통신부와 ETRI가 공동으로 「유망 인터넷 기업」을 선정하지만 진정한 인터넷 기업의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업평가의 잣대에 인터넷 기업을 맞춘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이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만한 경영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전문경영인의 영입이 절실합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의 지원능력 또한 필요한 요소입니다.

△박윤기 사장:사업기반 확보차원에서 인큐베이팅·자금조달·재무·법무·특허 등 사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기업과의 네트워크가 공고하고 비즈니스 평가측면에서 제품·서비스와 시장·경쟁·기술·관리에 대한 분석·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즈니스 개발측면에서 비즈니스플랜, 마케팅플랜, 서비스플랜이 단계별로 구체화되어 있고 전략적 제휴, IPO 플랜 등이 일관성이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경전 교수:인터넷 사업은 대안도 필요없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단 현재의 주식시장 불합리성이 멀쩡한 인터넷 사업의 옆구리를 찔러대고 있습니다. 조급한 자본, 묻지마 투자, 사기성 비즈니스가 큰 물을 흐려놓고 있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는 전기다수에서 중기다수로 넘어가는 「캐즘」 상황이므로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인터넷 사업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이금룡 사장:요즘 비즈니스모델로 떼돈을 벌려는 부류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 상황은 Y2K와 비슷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기본은 개방성입니다. 기술 역시 개방돼야 합니다. 인터넷 시대에서 특허로 돈벌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디어만이 인터넷 사업이 아닙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는 일부 변리사들의 논리에 지나치게 치운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일각에서는 「인터넷 괴담」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인터넷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데 하반기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경전 교수:인터넷은 스타를 원합니다. 월드와이드 스타가 시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어차피 재고없는 산업이기 때문에 망해도 잃을 것 없는 사업입니다. 개인으로서는 사업경험까지 가진 전문가로 활약할 수도 있고요. 해외진출도 타 산업분야에 비해 쉽습니다.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금룡 사장:조정기인 만큼 M&A, 주식스왑, 전략적 제휴는 가속될 것입니다. 해외시장 진출도 러시를 이루고 재벌기업들의 인터넷 벤처에 대한 눈독도 강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산업을 이끄는 기업은 상위 1, 2개 기업이 될 것입니다.

△사회:인터넷의 미래는 역시 장밋빛으로 결론지을 수 있겠군요. 단 자구노력이 따라야 하고 마케팅기법 개발 등 기존 아날로그와 대별되는 경영방식도 필요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말씀을 종합해볼 때 현 인터넷 상황은 거품이 아닙니다. 한 단계를 뛰어넘는 과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좌담회로 그간의 인터넷 거품논쟁이 종식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정리=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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