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벤처지원 포럼]실리콘밸리 벤처비즈니스 현황과 성공전략

전자신문사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 주관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3일 오후 4시(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해외정보통신벤처지원센터인 i·PARK 대회의실에서 「실리콘밸리 벤처비즈니스 현황과 성공전략」이란 주제로 열렸다. 오해석 회장(스탠퍼드대 교환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이광호 변호사, 배종태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황승호 박사(실리콘이미지), 안성진 i·PARK센터장 등 실리콘밸리 현지 인사들과 정진욱 성균관대 교수, 장세탁 리인터네셔날 고문 등 서울 인사들이 참석해 실리콘밸리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오해석(사회)=최근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힌국의 벤처기업이 늘고 있습니다만 아직 큰 성과를 거둔 업체는 극히 미진합니다. 오늘 포럼에서는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며 또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국내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시 겪는 법률적인 문제와 어려움은 무엇인지 현지 변호사 말씀부터 들어볼까요.

◇이광호(한국국제변호사회 변호사)=한국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 우선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세울 것이냐 아니면 현지법인을 만들 것이냐의 문제로 고민하게 되는데 이 경우 대개는 지사를 세웁니다. 이는 오너의 관행, 특히 한국의 기업문화 때문이지요. 그러나 얼마 안가 결국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같은 이유는 외국 인력을 채용하는 부분에서 접하는 한계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내에 필요한 인력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며, 있다 해도 외국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지요. 하지만 외국 인력을 쓰려해도 스톡옵션 등을 통해 오너십을 주지 않으면 구하기가 힘듭니다. 송금문제도 걸림돌입니다. 현지법인은 자국의 기업으로 인정하지만 지사는 외국 회사로 보기 때문에 송금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현지법인으로 가는 것이 보다 유리합니다.

또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외국인을 채용해야 하지만 인력수급 체계상 한국인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자문제가 필수적으로 따릅니다. 비자의 경우 B1·B2·L1·L2·E1·E2급 등 기간이 정해진 여러 등급의 비자가 나오는데 기술수준·체류기간·직급 등 목적에 따라 적당한 등급의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까다로운 비자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회=현지법인이냐 지사냐에 따라 그렇게 차이가 나는군요. 그럼 이번엔 산업체에 근무하면서 직접 겪었던 문제를 한번 짚어볼까요.

◇황승호 박사(실리콘이미지)=저희 회사는 송수신용 커뮤니케이션링크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기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기술을 잘 알고 그 기술 트렌드에 따라 마켓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예측해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떤 기술을 개발한 후 이에 대해 자신이 있으면 공개하고 산업표준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파이를 키우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에서 중요합니다. 또 기술을 아는 사람이 마케팅을 어떻게 하는가를 체험으로 터득하는 것이 창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실리콘밸리 비즈니스에선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지난 84년 실리콘밸리에 나와 학교를 거쳐 기업에 몸담고 있습니다만 실리콘밸리 기업인간 혹은 교수와 기업인간 인적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의 CEO들과 이곳 CEO 및 기술인들과의 모임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적교류는 1회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비즈니스는 물론 지식과 경험의 전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활성화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회=어느 기관에서 실리콘밸리에 오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실리콘이미지가 가장 가보고 싶은 기업으로 꼽혔다고 합니다. 아마 황 박사님 같은 분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벤처기업이 겪는 어려움과 해결방안 그리고 한국의 벤처교육의 문제에 대한 교수님들의 말씀을 좀 들어볼까요.

◇배종태(스탠퍼드대 객원교수)=저는 벤처기업이 겪는 어려움과 미국시장, 문화, 법적 문제 등을 중심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벤처기업이 미국에서 원활한 기업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한국이 R&D센터가 되고 미국이 생산지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이원체제가 한 방법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현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기업문화로 정착시키되 차별화를 기하라는 얘깁니다. 미국 시장에서 생산한 것은 미국에서 소비하고 한국에서 생산한 것은 한국에서 소비하는 식의 방법을 포함해 현지인의 사상·문화·감정까지도 고려해 기업경영에 참고하는 다양하고도 전략적인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새로 미국 시장을 진출하려 할 경우 굳이 실리콘밸리를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미 시장진입이 어느 정도 진척된 경우라면 몰라도 새롭게 시작하려는 기업은 인근 샌디에이고나 LA도 고려해봄직합니다. 물자가 풍부하고 임대료가 싼데다 주정부들도 각종 우대정책을 펴면서 외국계 벤처기업을 유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T기업의 경우는 물론 실리콘밸리가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기·기계 등 업종이 다른 기업은 타지역으로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진욱(성균관대 교수)=국내의 경우 정부가 벤처창업을 학교에서 유도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걸림돌이 많습니다. 바로 교수평가 문제가 그것입니다. 모든 것을 논문 몇편으로 평가하는 극단적인 교수평가 방법은 이제 지양돼야 합니다. 교수의 평가잣대도 획일적으로 들이대는 마당에 어떻게 교수가 재량권을 가지고 창업을 유도하고 또 거기에 매진하라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특히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이를 통한 제품개발 및 연구논문과는 연계될 가능성이 없는 까닭에 두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을 교수들은 안고 있습니다. 보다 전향적인 평가방법이 도입돼야 할 것입니다.

교육과정의 획일화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번 정해진 교육과정은 2년 이상 지속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3∼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결국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항상 뒤떨어진 이론만을 가지고 학습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현상이 벌어지곤 합니다. 창업과 해외진출 관련 교과과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산업과 연계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예 교육과정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사회=100% 공감합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답답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한국에서 교단(숭실대)에 서다 스탠퍼드대학으로 잠시 나왔는데 이곳의 교육은 한국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통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i·PARK」는 무엇이고 이곳에 입주하려는 업체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들어보겠습니다.

◇안성진(i·PARK센터장)=i·PARK는 정통부 소속 「퍼블릭 벤처 인큐베이터센터」입니다. 공적인 개념의 인큐베이터이니 만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 지원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지원에 그치는 대신 입주기업이 빨리 성장해서 졸업을 하고 새로운 기업이 다시 입주하는 「징검다리」 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주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미국에 수출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벤처기업이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 수출까지 가능하다면 성공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경영자의 자질이 중요한 평가잣대가 됩니다. 경영자의 능력과 의지가 없으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진출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1∼2개월 내에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렵사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회=이번 포럼에서 지적된 사안들은 결코 벤처기업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글로벌기업을 추구하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등도 같은 맥락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며 현재도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않고 있을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글로벌화하지 않고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데 여러분들이 동의하신 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포럼의 수확이 컸다고 자부합니다. 오늘 나온 지적들이 향후 발전적으로 전개되고 정부정책으로 반영, 우리 벤처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실리콘밸리에서의 벤처지원포럼을 마치겠습니다.

<정리=실리콘밸리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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