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12) 벤처기업

해외 진출<2>

사무실이 없어서 자주 못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사무실이 없어도 한 해 반 동안 중국에 21번을 방문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은 찾아간 것이다. 누군가 농담삼아 중국과 계약을 맺으려면 오십번을 왕래해야 한다고 했다. 오십번이 아니라 오백번을 왕래해도 일이 성사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만 성사된다면 매일 서울에서 중국으로 출퇴근 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을 많이 오셨지요. 중국의 문화 유적도 보시고, 인민들도 많이 만나셨을 것입니다. 중국과 사업을 하려면 먼저 중국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말은 만토집단의 류 총재가 한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 중국의 문화 유적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북경과 하얼빈을 스무번 다녀갔지만 내가 관광을 한다는 생각을 조금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말씀을 듣고 보니 너무 무심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실제 자금성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약속 시간이 조금 남아 천안문 광장에 나갔다가 자금성에 들어간 일은 있지만, 곧 나와서 사람을 만나러 갔다. 하얼빈에서 특별하게 관광을 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러나 류 총재의 배려로 그곳을 방문하던 초기에 하얼빈의 유일한 휴양지 태양도를 보았고, 일본 세균전 부대였던 제731부대 유적지와 유물관을 방문했다. 그리고 일본 영사관으로 사용하면서 안중근 의사를 가두었다는 지하 감옥도 보았다.

『생각하기에 따라 사무실을 차렸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무실을 차렸다는 의미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로 봅니다.』

『그렇다면 이제 합작 회사를 설립하도록 합시다. 일단 설립하면 하얼빈에도 사무실을 열겠습니다.』

합작 회사의 말이 나온 것은 내가 만토집단의 류 총재를 만날 때부터니까 거의 한 해가 넘었다. 그때만 하여도 곧 합작회사가 세워질 것만 같았으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성과를 놓고 보면 하나도 발전된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한 해가 지나는 동안 신뢰를 쌓았다. 그것은 중국의 기업가가 나를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되었던 것이다.

『하오(좋다는 뜻이지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결심이 맺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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