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은 후발 중소기업의 꿈을 완전히 접게 만들 핵폭풍으로 비유된다. 대기업들은 물론 모토로라 우산 속의 3사까지 입지 확보에 버둥대는 시점에서 이들의 입지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후발 중소기업의 존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던 대기업체들이 SK텔레콤의 구매물량 축소에 따라 모델도 줄일 수밖에 없어져 외주용역의 줄이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후발 중소업체들의 생존방식을 살펴보면 최근의 거대이동통신사업자 등장의 여파가 대기업을 거쳐 이들 기업의 존립에 미치는 파급 수위를 읽을 수 있다.
이들 후발기업의 존립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에 타 통신단말기 관련 사업에서 전환한 업체군 그리고 새로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의 설계에 기반을 둔 소규모 제품생산을 통해 시장진입을 모색해 온 업체군 등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기존에 페이저(일명 삐삐)와 각종 무전기 제조사업 등을 통해 기반을 잡고 이들 사업의 위축에 따라 이동전화단말기쪽으로 사업전환을 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들은 대부분 LG정보통신에 OEM으로 이동전화단말기를 공급하다가 모토로라코리아의 우산 속에 들어가 시장진입에 성공한 팬택과 독자 생존 후 모토로라와 합류한 어필텔레콤 등을 모델로 한다.
올 초부터 단말기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한 스탠다드텔레콤·텔슨정보통신·와이드텔레콤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스탠다드텔레콤의 경우 한통프리텔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었으나 PCS 3사를 대상으로 한 영업경쟁 격화가 뻔한 만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드텔레콤도 당초 SK텔레콤에 월 10만대 이상의 제품을 공급키로 했으나 이번 사태로 정식계약 및 납품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올 초 CDMA 진출을 선언한 텔슨정보통신 역시 최근 연산 40만대 전후의 OEM 계약 상대업체인 LG정보통신으로부터 예정된 물량 확보에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또 다른 일군의 후발 중소기업들은 CDMA 설계 용역 중심의 기업들로 대기업의 단말기 모델 축소가 불을 보듯 뻔해진 만큼 존립 자체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건당 5억∼10억원에 이르는 설계용역 건수에 의존해 온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설계와 영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제조부분만 대기업에 맡기는 방식의 시도를 해온 업체들도 위기를 맞기는 매한가지다.
이들처럼 선발 OEM 기업들의 뒤를 이어 내수시장을 확보한 후 세계 CDMA 시장으로의 비상을 모색하던 중소기업들은 상당기간 꿈을 접어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
이들 후발 중소기업은 이 같은 사태 이전에 이미 후발기업체들간 협력을 통한 생존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동설계 및 이익을 낼 수 있는 협력체인 「IT모바일」이란 단체를 구성해 놓고 있기도 하다. 참여한 업체는 벨웨이브·델타콤·이지엠닷컴·세스컴 등 4개 회사로 초기 자본금 10억원을 투자해 이달 안에 2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사업자간 이해관계 등에 따른 결집력 약화와 외부 추가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병결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이 단체의 전도마저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후발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를 흔들면서 이들 기업을 압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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